2025.07.28 00:25

▲사진: 대한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내 프레스코 화(畵) "지저스 크라이스트(Jesus Christ)" / 소니a7M4 카메라-소니 24-105mm 줌렌즈
“호산나!”
인자(人者)의 목소리에 ‘하늘의 말씀’을 새긴 산상수훈 헌장(憲章) 8복은 예루살렘을 충격속에 빠뜨렸다.
이유는, 그동안 소문으로 유추(類推)해 온 예수님의 독특한 가르침과 불가사의한 이적(異蹟) 그리고 신비함 마저 느끼게 한 외모의 변신(變身)때문이었다.
순식간에 드러난 예수님의 외모 변신은 모든 사람들을 아연실색(啞然失色)케 했다.
인간이 심한 병을 앓거나 또는 나이가 노쇠(老衰)해 지면 외모의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미 갖추어 진 형태가 대거 변하지 않는 것이 육체적 생리(生理)다.
하지만 예수님의 급격한 눈과 머리카락의 변화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었다.
이는 하늘에 계신 전능자(全能自)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하르타볼 산에서 나타난 다양한 현상은 급기야 대제사장과 산헤드린 공회를 비롯한 총독부 및 헤롯 안티파스의 귀에 다급하게 전해졌다.
특히 예수님의 놀라운 말씀과 변신을 목격자들의 진술을 통해 귀담은 대제사장과 공회 의원들은 저마다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눈치였다.
그동안 성전 소속 첩자들이 염탐을 통해 직보(直報)한 예수님의 행보(行步)가 예사롭지 않았던 터에 한 술 더 떠 오직 야훼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군중 앞에서 실현(實現)해 보였다 하니 아연실색(啞然失色)할 뿐이었다.
산상수훈 현장 소식을 접한 대제사장은 곧바로 산헤드린 소속 주요 인사들을 공회에 소집한 뒤 예수관련 대책 수습 마련에 나섰다.
한편, 유대사회 최고 의결 기구인 산헤드린 공회당(公會堂)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성(高聲)이 난무했다.
다름아닌, ‘예수처단(處斷)’과 관련된 갑론을박 때문이었다.
공회당 내 대회의실에는 대제사장 가야바를 비롯한 7인의 공회의 의원과 서기관 그리고 헤롯 안티파스를 보좌하는 총무관(總務官), 유대총독부 예루살렘 지청 소속 로마군 고문관 등 30여 명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들은 시중들이 내 온 차를 마시며 하르타볼 산에서 드러난 다양한 체험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개진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입은 꾹 다문 채 차(茶)만 홀짝거리자 발효된 포두주가 담긴 청동 잔을 입가에서 뗀 대 제사장이 첩보를 가져 온 젊은 서기관을 노려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데메드리오. 자네는 갈릴리(하르타볼 산)현장을 줄 곳 지켰으니 누구보다 분위기 파악을 했을 터, 예슈아(예수님의 히브리어 이름)가 행한 사실을 가감 없이 털어 놓으시게.”
대제사장이 이름을 들먹이며 지칭한 서기관을 재촉하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서기관은 율법학자로서 유대사회에서 존경받는 직책이었다. 다윗왕 시대부터 고위직에 있으면서 왕의 비서 또는 행정관리직을 수행했다. 서기관은 또 산헤드린 공회의 의원과 변호사 역할을 병행(竝行)할 정도로 권위가 대단했다)
머리 양쪽을 새끼처럼 꼬아 늘어뜨린 데메드리오 서기관의 양쪽 손등에는 부분적으로 흰 점이 두루 퍼져 있었는데, 태생적으로 백반증(白斑症)환자였다.
대제사장의 질문을 받은 그가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에는 송구스럽습니다 만, 보고들은 그대로 털어놓겠습니다. 나사렛 예수라는 그 분은 어쩌면 야훼일 수도 있다는 느낌입니다.”
순간,대제사장과 바리새인 공회 의원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기색을 드러내며 펄쩍 뛰었다.
특히 대제사장 가야바는 탁자에 놓인 청동 포도주 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빌어먹을….이봐, 데메드리오. 자네 갑자기 돌았나, 방금 뭐라했지, 예수아가 야훼일지 모른다고…? 첩보를 수집하라고 보냈더니, 세상에, 예슈아쟁이가 되어서 왔구만!”
대제사장이 목줄기에 핏줄이 솟구칠 정도로 발끈하자 이를 지켜보던 아리마태 성주이자 공회의 수석(首席)의원인 요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사장께서는 흥분을 가라 앉히고 서기관의 말을 더 들어봅시다. 그의 자초지종을 모두 들어야 오해가 풀리지 않겠소. 그러하니 데메드리오 서기관이 말을 하도록 기회를 주십시다.”
요셉 의원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하자 대제사장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대제사장의 격노(激怒)에 주눅이 든 서기관이 요셉 의원의 종용(慫慂)에 용기를 냈다.
“그러니까, 제가 나사렛 예수를 그렇게 비유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입니다.”
“두 가지?”
대제사장이 다시 버럭 하자 서기관이 그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첫번째는 예수가 들려준 8복입니다.여러분도 알다시피 나사렛 예수는 어릴 적부터 글문(文)을 배운 적이 없다고 알려집니다. 그의 아버지 목수 요셉 역시 나사렛에선 매우 무식한 인물로 알려졌고요. 헌데, 그 날 산상수훈에서 들려준 예수의 가르침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본 생경(生硬)한 말이었습니다.”
“생경하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
이번에는 베다니 바리새인 출신 니고데모 의원이 끼어들었다.
“저도 로마와 헬라와 페르시아 출신 철학자들의 명저(名著)께나 섭렵한 터 여서 논설(論說)의 흐름을 정확히 집어냅니다. 헌데, 산상수훈의 뜻은 누구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보통의 낱말이었습니다.철학자들의 전매특허인 변증법(辨證法)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훈에 함축(含蓄)된 8복은 너무나 심오(深奧)했습니다.식자(識者)들이 존경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도 그에 못 미친다는 생각입니다.”
서기관이 보고 들은 바를 솔직하게 밝히자 눈을 부릅뜬 대제사장이 입술을 비틀며 비아냥을 늘어 놓았다.
“이 친구 듣자 하니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이구먼! 방금 예슈아의 수훈이 심오하다고 했으렸다!”
“솔직이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예슈아가 씨부린 말이 대체 무슨 내용인지 읊어 보시게.”
대제사장이 말끝마다 시비를 걸자 서기관은 심기가 불편했다.
때문에 급기야는 말까지 더듬었다.
자칫 대제사장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보일 경우 자신에게 불리한 입지(立地)가 초래되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레 대제사장의 눈치를 살핀 서기관은 수훈8복을 토씨 하나 빼거나 보태지 않고 사실 그대로 옮겼다.
8복이 서기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실리자 간담회에 참석한 모두는 숨을 죽인 채 수훈에 함몰(陷沒)됐다.
자신들의 관점에서는 나사렛 예수가 거추장스러운 인물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수훈8복을 귀담은 참석자 가운데 그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는 이가 없었다.
대제사장 마저도 이맛살을 찌푸린 채 허공만 응시했다.
공의회의 분위기가 갑자기 냉각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수훈8복이 가르치는 내용의 핵심이 ‘용서’와 ‘사랑’ ‘포용’ ‘겸손’ 그리고 ‘승복(承服)일진데, 과연 나사렛 예슈아가 무슨 반역(反逆)을 꾀한단 말인가.
성격이 급하고 거칠기로 유명한 마타티 야후 의원은 서기관의 수훈8복을 경청한 뒤 ‘배움이 전혀 없는 나사렛 예수가 어떻게 저토록 심오한 가르침을 말할 수 있느냐’ 며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대제사장에게 반문(反問)하기도 했다.
간담회 참석자 가운데 ‘풍성하다’는 의미가 담긴 이름인 에브라힘 의원은 “나사렛 예슈아란 자는 분명히 마리아와 요셉의 아들 아닌가? 그의 형제는 시몬과 유다(도마)야고보, 요셉이고…. 헌데 비천한 집안의 예슈아가 어찌하여 그런 지혜와 능력을 나타내다니, 그자의 영속에 마귀의 우두머리인 베엘제불이 틀어박혀 농간(弄奸)을 부리는 것 아니냐?”며 예수님의 신적(神的)능력을 에둘러 인정했다.
발효된 포도주를 연거푸 들이키고 있는 대제사장은 “듣고 보니 우리에게 시비하는 가르침은 아니구만. 그렇다 해서 예슈아에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방임(放任)해서는 곤란하오. 그자가 하혈하는 페르시아 여자를 즉석에서 고치고 제자들에게 권능(權能)을 주어 병자들을 고쳤다는 대목도 우리에게는 악재(惡材)요. 지금 예루살렘의 분위기는 예슈아가 메시아인 것도 모자라 ‘야훼 하나님’이라고 떠들어대는 작자들이 부지기로 늘어나고 있소. 어디 그 뿐인가! 성전을 들락거리는 아녀자들은 노골적으로 예슈아를 ‘호산나’라고 씨부리고 있소. 이럴 진데 우리가 마냥 먼 산 바라보듯 보고만 있을 수 있겠소? 나사렛 예슈아가 ‘자신은 성령’이라고 허튼 수작을 부린 것만으로도 ‘신성모독(神聖冒瀆)’이오. 따라서 그 자가 계속 어리석은 민중을 기만하면 율법에 따라 산헤드린 법정에 세워야 하오. 그러니 동지(同志)들은 낮과 밤을 가리지 말고 그자의 일거 수 일 투족을 철저히 감시 하시오.”
대제사장 가야바가 이마에 핏대가 두드러질 정도로 짜증을 부리며 우격다짐을 하자 요셉과 니고데모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결속(結束)을 외쳤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결혼식
예수님의 하르타볼 산 산상수훈 헌장(憲章)선포는 기념비적인 역사적 사건으로 만방(萬方)에 널리 퍼져 나갔다.
예수님의 이적과 외모 변화도 현장에 참석한 5천 여 군중 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통해 소식을 접한 시정(市井)인들도 경악(驚愕)을 금치 못했다.
특히 헬라와 로마, 페르시아, 애굽, 인도, 중국 등 해외에서 건너 온 석학(碩學)들은 예수님의 불가사의 한 이적과 가르침을 기이(奇異)하게 여기며 존경을 넘어 신비주의(神秘主義)마저 덧붙였다.
이처럼 산상수훈이 가져다 준 파급효과(波及效果)때문인지 제자들은 덩달아 우쭐해 하며 예수님을 더욱 우러러 보았다.
예수님의 친 아우이자 12제자 중 한사람인 도마(유다)는 산상수훈 직후부터 태도가 돌변했다.
동료 제자들로부터 ‘지나치게 의심이 많다’고 핀잔을 들은 도마는 이제는 예수님을 단순히 혈육의 차원으로만 대할 수 없었다.
제자들의 표현처럼 예수님은 ‘메시아’이며 ‘성령’이라는 것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었다.
‘의심 많은 도마’가 이렇게 마음을 굳힌 이유는 산상수훈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렇듯 산상수훈은 ‘인자(人者)예수를 성령(聖靈)으로 각인(刻印)’시키는 결정적 계기(契機)로 작용했다.
한편 하르타볼 산 산상수훈 직후 갈릴리 가버나움 항구로 돌아 온 예수님과 제자들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예루살렘 겟세마네 동산으로 향했다.
예수님이 휴식도 취하지 아니하시고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걸음하신 이유는 매우 뜻깊은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름아닌, 13번째 제자 조갑재와 요셉 의원의 외동 딸 라헬의 결혼식이 그것이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치뤄지는 두 사람의 결혼식 주례는 예수님이 주관하셨다.
한편, 애지중지 하는 딸을 동양인에게 시집 보내는 장인 요셉 의원은 이날 결혼식을 대비해 한 달 전부터 철두철미(徹頭徹尾)하게 준비를 해왔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 명단도 한달 전부터 차근차근 확보해 두었다.
요셉 의원은 당초 주변의 친지와 극소수의 친우 및 동료들만 하객으로 초대하려 했으나 대제사장을 비롯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그리고 심지어는 해롯 안티파스까지 나서 시종관을 특파하겠다며 관심을 표명해 부득이 하객 인원을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
평소 요셉 의원과 친분관계를 유지해 온 폰티우스 필라투스 총독 역시 자신이 직접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며 총독청 소속 정무관(政務官)을 특파해 예를 표했다.
요셉 의원은 결혼식 하루 전 집안일을 대리 관장하는 총괄집사에게 ‘단 한치의 착오도 없이 결혼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뒤 평소 예수님이 기도하시는 겟세마네 동산 ‘기도바위’ 앞에 호화로운 식장을 꾸며 놓았다.
“사랑은 하나님의 호흡과 같은 것”
조갑재와 라헬의 결혼식이 펼쳐지는 아침.
언제 그랬냐 라는 듯 평일과는 달리 새의 깃털 같은 엷은 구름이 푸른 하늘을 수놓았고 좀처럼 불지 않던 산들바람이 겟세마네 동산을 감싸고 돌았다.
결혼식이 펼쳐지는 기도바위 주변은 다양한 꽃으로 장식했고 바닥에는 고급스런 페르시아 산 카펫이 펼쳐 있었다.
이 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은 5백 여명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는 요셉 의원의 원만한 대인관계를 반영(反影)한 결과다.
결혼식에 참석한 축하객은 정식으로 초청된 인사 뿐만 아니었다.
라헬의 결혼소식을 접한 아리마태 성 거주 주민들과 베다니 거주 주민들까지 대거 몰려와 좀처럼 보기 드문 결혼식에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요셉 의원의 사위가 동방지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건너 온 인물이라는 것에 주민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사회로 나선 세리 출신인 제자 마태의 성혼식(成婚式)발표와 함께 시작됐다.
“지금부터 요셉의원님의 무남독녀이신 라헬과 예수님께서 아끼시는 제자 조갑재의 성혼(成婚)식이 있겠습니다.”
마태의 우렁찬 예식(禮式)선언이 있자 예수님이 나와 라헬에게 눈길을 주셨다.
순간, 하객들의 표정도 숙연한 분위기로 변했다.
늘 그러하 듯 예수님의 얼굴은 말 또는 글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奧妙)한 분위기다.
밝고 아름다운 눈빛은 자애(慈愛)스러움과 연민(憐憫) 그리고 박애(博愛)로 가득했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비감 마저 더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하르타볼 산에서 있은 예수님의 외모변화로 더욱 고착(固着)화 됐다.
걸치고 계신 통자루 튜닉 옷은 역시 변함이 없었으나 평소와는 달리 산뜻했다.
신고 계신 가죽 신도 모처럼 깨끗했다.
몸에 걸친 새 의복과 가죽 신은 요셉 의원의 간청에 따라 새것을 착용하셨다.
예수님은 잡수시고 입으시고 주무시는 것에 대해 늘 초연(超然)하셨다.
“무엇을 먹을 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 분이다.
나와 라헬에게 시선을 주신 예수님이 잠시 회중(會衆)을 바라보신 뒤 말씀 하셨다.
“너희는 사랑하라. 사랑은 창조주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 너희가 들이킨 첫 쉼은 하나님의 품성이 담긴 호흡이었다. 그 호흡은 다름아닌 사랑이다. 때문에 세상만물 그 어느 것도 사랑보다 크지 않다. 에덴동산에서 사탄이 여자를 유혹하였 듯 너희도 끊임없이 시험에 들 것이다.그러나 너희 마음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충만하면 시험에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서로를 구(救)하라. 모든 것이 사멸(死滅)해도 사랑만은 영원하다. 오늘 너희를 나의 이름으로 축복하 노니 세대(世代)마다 영광(榮光)이 지속될 것이다.”
예수님의 주례사(主禮辭)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자 하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할렐루야를 외쳤다.
참으로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주례사가 있은 직후 라헬은 내 뺨에 입맞춤을 했고 나는 유대의 전통예식에 따라 보자기에 싼 페르,시아 산(産)유리컵을 발 뒤꿈치로 힘껏 밟아 깨뜨렸다.
이로써 나와 라헬은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었다.
예수님은 나와 라헬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고 축복의 기도를 하셨다.
기도는 온몸에 뜨거운 기(氣)를 불어 넣었다.
라헬 역시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음을 실토(實吐)했다.
대략 1사간여에 걸친 결혼예식이 끝나자 연회장에 하객들이 몰렸다.
물론 동네 이웃 주민들도 기꺼이 초대됐다.
엄청난 크기의 식탁에는 신부측에서 마련한 산해진미(山海珍味)가 푸짐하게 차려졌다.
예수님은 하객들 속에 섞여 제자들과 함께 자리를 하셨고 식사직전 하객들을 향해 ‘기도하자’고 말씀 하셨다.
예수님의 일상에서 기도는 매우 중요한 의식행위(意識行爲)였다.
기도는 다름아닌, 산상수훈에서 군중들의 마음을 뒤흔든 ‘주(主)기도’였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듣고 또 들어도 마음을 의(義)롭게 하는 기도문이었다.
그래서 일까.
하객으로 참석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도 주기도가 끝난 후에도 표정은 진지했다.
여느 때처럼 딴청을 피우거나 방관자세가 아닌 무엇인가 얻어맞은 그런 모습이었다.
이유는, 사람들이 많은 회당 또는 거리에서 하는 자신들의 보여주기 식 기도문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하객들은 식탁에 즐비한 맛깔 난 음식에 분주한 손길을 오가며 식탐(食貪)을 즐겼다.
요셉 의원은 식탁 한 켠에 마련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 자리에 다가가 잠시 환담을 나누며 결혼식에 참석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나와 라헬은 예수님 왼편에 자리하고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눴다.
제자들의 재정을 담당한 가리옷 유다는 우리 부부에게 시선을 보내며 축하인사를 해주었다.
가리옷 유다는 우리의 결혼식이 있은 직후 얼마 되지 않아 밧줄을 대추나무에 걸어 목을 매 자살하는 끔찍한 상대가 됐다.
한편, 축하연회장에 제공된 만찬은 음식솜씨가 빼어난 야고보의 어머니 살로매가 도맡아 했다.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일에는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나사로의 누이 마르다와 마리아와 여자 제자 가운데 손맛이 뛰어난 이들이 합심해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조리한 뒤 식탁에 올렸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치뤄진 결혼식은 오후까지 성대하게 이어졌다.
유대인 전통의 결혼식은 사흘 낮 밤 동안 전개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결혼식은 단 하루 동안 만 펼쳐졌다.
장인인 요셉 의원이 허례허식(虛禮虛飾)을 배제한 실속 있는 결혼식을 택했던 것이었다.
결혼예식이 펼쳐진 식장에서 하객들이 완전히 물러간 때는 초저녁이었다.
결혼연회가 종지부(終止符)를 찍은 직후 요셉 의원은 예수님에게 제자들과 함께 자택에 머무실 것을 정중히 청했고 주님도 기꺼이 받아들이셨다.
우리의 신혼 첫날 밤은 영광스럽게도 예수님과 한 공간에서 보내게 됐다.
축복 된 이날 예수님은 또 한사람의 이방인을 치유하셨다.
이방인은 로마 출신의 시녀(侍女)였다.
예루살렘 성 제 2지구 경비대를 지휘하는 로마군 백부장(百部長)(로마의 1개 군단(軍團)은 6천명으로 편성, 이 가운데 6백명을 10개 대대(大隊)로 나누고 이를 다시 1백명 단위로 나눠 백명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백부장이다) 가이우스 플라미니우스는 안면이 있는 요셉의원에게 ‘천식(喘息)으로 고생하는 시녀(侍女)코르넬리아를 예수님께서 치유해 주시길 원한다’며 정중히 부탁 했다.
요셉 의원으로부터 백부장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으신. 예수님은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러고는 결혼식이 끝난 직후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녀를 고치셨다.
이렇듯 예수님의 놀라운 이적행위를 목격한 주민들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그리고 여러 명의 서기관들도 고침을 기이하게 여기며 웅성거렸다.
아내의 시녀인 코르넬리아와 함께 동행한 가이우스 플라미우스 백부장은 고질병이 단숨에 멈추자 예수님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차린 뒤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훗날 군복을 벗은 백부장은 예수님의 제자로 거듭나 로마 사역에 나선 반석 베드로를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성전 광장에서 가르치심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 가리니 재앙(災殃)이 너희에게 내려 멸(滅)하지 아니하리라”
하나님께서 선민(選民)인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탈출 시키기 위해
애굽의 파라오왕을 징벌(懲罰)한 시기인 유월절.
히브리어로 ‘페사흐’라 불리는 유월절은 1천 5백여년 동안 지켜져 내려온 유대인들의 뜻깊은 전승일이다.
매해 춘절(春節)때마다 니산월을 유월절로 자리매김한 유대인들은 이 명절을 가장 으뜸으로 여기며 대대적인 축제를 펼친다.
따라서 지금 이 시각, 유월절을 앞둔 예루살렘 성에는 넘쳐나는 인파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제자의 결혼식을 주관하신 예수님이 다음날 아침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 성전으로 오셨을 때 주변은 행락객들로 북세통을 이루고 있었다.
때는 해가 중천을 향해 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예수님이 도착한 곳은 성전 입구에 조성된 매우 넓은 광장이었다.
그 광장을 축(軸)으로 동남향 한 켠에는 화강암을 정교하게 다듬은 돌과 레바논 산(産) 전나무로 건축한 아름다운 성전이 자리잡고 있는데 지혜의 왕 솔로몬의 걸작(傑作)이었다.
사방이 트인 넓고 웅장한 광장에는 인공연못을 비롯한 그레코로만 형(型)분수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있었다.
유대인들은 이곳을 솔로몬 왕의 업적을 기려 ‘솔로몬 광장’이라고 불렀다.
예수님은 어린시절인 열두살이 되시던 그 해도 이 곳 광장에서 율법학자들에게 놀라운 견해를 개진(開陳)하셨다.
당시 예수님과 율법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던 율법사(律法師)들은 어린 예수의 막힘 없는 변증(辯證)에 할말을 잃고 전전긍긍 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예수님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번뜩이는 혜안(慧眼)을 드러내자 ‘저 아이는 나사렛의 목수 요셉의 아들 아니냐, 배움이 전혀 없는 저가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하며 경악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력이 서려 있는 솔로몬 광장에 예수님은 어른의 모습으로 다시 오셨다.
예수님이 솔로몬 광장에 오셨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자 이방인의 뜰 근체에 위치한 중앙시장은 물론 성전 주변 곳곳에서 엄청난 무리들이 몰려들었다.
이 같은 기이한 현상은 하르타볼 산 산상수훈의 파급효과(波及效果)였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예수님은 ‘나사렛 예수’로 불리셨다.
하지만 수훈8복이 만방(萬邦)으로 퍼져 나가면서 급기야는 예수님을 ‘구세주’로 또는 ‘호산나’로 칭(稱)했다.
살아있는 인물을 ‘성령(聖靈)’으로 부른 것은 인류사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누가 계획하거나 획책(劃策)하거나 사주(使嗾)에 의해 나타난 결과가 아니었다.
예수님이 스스로 드러내신 신적(神的)예시(豫示)였던 것이다.
때문에 지금 이순간 떼를 지어 몰려든 인파로 광장은 더 이상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한편, 예수님이 성전 앞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셨다는 성전 경비대의 첩보를 귀담은 서기관들과 율법사 그리고 산헤드린 공회의 의원들 및 유대 원로 그룹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도 때를 놓칠 새라 발 빠른 걸음걸이로 광장에 나섰다.
때마침 이스라엘을 방문한 페르시안 석학(碩學)과 헬라 출신의 다변가(多辯家)들 그리고 인도와 애굽에서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지식인들도 황급히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들 외국인 출신 이방인들 가운데는 산상수훈 현장을 직접 목격한 이들과 또는 예수님의 신비스런 언행(言行)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귀띔을 듣고 호기심에 달려 온 이들이 부지기 수였다.
광장에 온 이방인들 대부분은 아람어와 히브리어를 듣고 말하는데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값비싼 복장을 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그리고 한눈에 보아도 구분이 되는 이방인들은 예수님이 서신 자리 근처에 터를 잡았다.
이 날 광장을 메운 유대인 다수(多數)는 기층민과 병든 자들, 사회로부터 냉대(冷待)를 받는 이들이었다.
바리새인들의 표현처럼 ‘야훼로부터 저주’받은 부류였던 것이다.
겉모습만으로도 비루해 보이는 이들은 팔레스타인의 북쪽 변방인 갈릴리의 가버나움 항구 지역을 비롯한 일대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이었다.
특히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기층민 가운데는 유독 여성들도 많았다.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절대적 계층구조가 심한 유대사회에서 여성은 말그대로 ‘찬밥신세’였다.
그나마 사대부가(士大夫家)출신의 여식(女息)은 남존여비 차별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웠다.
하지만 하류계층 여식들은 거의 물건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여성들은 ‘성평등(性平等)’을 가르치시는 예수님이 너무나도 커다란 위안이 됐다.
수천년이 지난 이제껏 그 누구 한사람도 ‘여자도 남자와 동등한 인격체’라고 말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까.천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여성들이 예수님을 추종하고 나섰다.
가엾은 이들은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이들 여성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마다한 채 스스로 예수교인이 되는 길을 택했다.
광장을 메운 군중속에는 여성들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이 밖에도 광장에는 젤롯 혁명당원 과격파들과 이들의 폭력을 차단하려는 예루살렘 성 제1-3 경비대 소속 로마군병들이 두 눈을 부라리고 소요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광장에는 이처럼 다양한 군상(群像)들이 예수님의 깜짝 놀랄 ‘기쁜 소식’을 듣기 위해 귀를 고추 세우고 예수님을 주시했다.
커다란 화강암을 직사각형으로 다듬어 장식한 디딤돌 위에 서신 예수님이 무리를 향해 운을 떼셨다.
“아름다운 시간입니다.하늘은 맑고 바람은 박하사탕처럼 상쾌합니다.이 모든 조화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보살핌인 것입니다. 하여, 모두 다 함께 야훼 하나님에게 기도하겠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기도는 하르타볼 산 산상수훈에서 올리신 ‘주 기도’였다.
놀라운 것은 예수님이 주 기도문(文)의 운을 떼자 무리들 대부분이 자연스레 복창(復唱)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광경을 지켜보는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그리고 서기관들은 저마다 당황해 하는 표정이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님에도 무리 스스로가 주 기도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읊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도의 주요 내용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라 ‘우리가 지은 죄를 우리가 사하 듯 하나님께서 사하여 주시옵고’라는 ‘자비와 사랑’을 강조한 대목에선 더욱 할말을 잃었다.
하나님은 결코 모세 시대의 ‘분노하는 신’이 아니라, 에덴 동산의 회복을 추구하는 ‘사랑의 하나님’이란 사실을 예수님이 기도를 통해 가르치신 것이다.
주 기도가 끝나자 무리속에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치거나 훌쩍거리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기도문이 긍휼(矜恤)하게 다가와서 였다.
그렇다.
진정으로 마음이 가난한 자라면 주 기도를 듣고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듯 잠시 무리들이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즈음 느닷없이 율법학사 서기관이 예수님을 향해 양팔을 드리우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봐요, 라바이(선생).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을 지나며 이삭을 잘라 먹은 것은 율법을 어긴 것이오. 그런데도 라바이는 그들을 책망하지 않았소이다.당신은 말끝마다 도의(道義)를 외치면서 어찌 이율배반(二律背反)의 언행을 하시는가!”
주걱턱에 코뼈가 불거진 매부리코의 서기관이 우쭐대는 몸짓으로 예수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순간, 무리와 이방인들도 귀를 바짝 고추 세우고 예수님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예수님 곁에 늘어선 제자들 역시 스승의 답변이 궁금했다.
나, 조갑재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한 시선으로 율법학사와 무리를 둘러보신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예수님의 느닷없는 물음에 황당해 한 율법학사 서기관이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다 엉겁결에 입술을 움직였다.
“시므온이라 하오.”
“그래, 시므온. 차림새를 보아하니 율법학자로구나. 내가 말한다. 저희의 조상 다윗이 자기와 함께 한 자들이 시장할 때에 한 일을 읽지 못하였느냐. 그가 하나님의 전(殿)에 들어가서 제사장 외에는 자기나 그 함께한 자들이 먹지 못하는 전설병(陳設餠)을 먹지 아니하였느냐. 또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안식을 범하여도 죄가 없음을 너희가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성전보다 더 큰이가 여기 있느니라. 나는 자비(慈悲)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노라 하신 뜻을 너희가 알았더면 무죄(無罪)한 자를 죄로 정치 아니하였으리라. 인자는 안식일에 주인 이니라.”
예수님이 폐부를 찌르는 말씀을 들려주자 질문자인 율법학사 서기관 시므온은 물론 그와 함께 자리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그리고 이방인 학사들은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할말을 잃었다.
예수님의 말씀이 구구절절 옳았기 때문이었다.
무리들 역시 서기관이 전전긍긍한 모습을 하자 통쾌하다는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후끈 달아오르자 힘센 장정 두 명이 그 틈을 타 귀신들려 눈이 멀고 벙어리가 된 젊은 유대인 남자를 예수님 앞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러고는 젊은이를 이끌고 나온 장정 하나가 예수님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하나님 곁에 앉아 계신 호산나! 주님께서 원하시면 저가 낫겠 나이다.”
장정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호소하자 이번에도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이 그를 바라보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젊은이는 실제로 앞을 못 보는 벙어리였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야훼 하나님에게 철저히 버림받은 자’인 것이다.
젊은이가 두 장정의 부축을 받으며 예수님에게 다가가자 광장은 순식간에 침묵속에 빨려 들었다.
예수님이 다가 선 젊은이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에는 병자도 악한자도 없나니 너희들은 더 이상 죄를 짓지 말라.”하셨다. 그리고 곧바로 ‘네 믿음이 너를 자유케 하였다.”는 선언이 있은 직후 놀랍게도 젊은이의 눈이 밝아지고 막힌 목소리도 트였다.
이 같은 광경을 목도(目睹)하고 있는 광장의 시선들은 경악과 신비로움 그리고 두려움마저 느끼며 ‘호산나’를 연호했다.
무리속에서 방금 예수님이 선물하신 이적을 목격한 이방인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이로운 시선을 예수님에게 보냈다.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로 수군거리기에 바빴다.
이들 가운데 자신을 벤이라고 소개한 산헤드린 공회의 소속 의원이 기이하다는 표정으로 무리를 향해 외쳤다.
“저가(예수님)귀신의 왕 바알세불을 힘입지 않고는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느라.”
그러나 예수님은 저들의 생각을 아시고 말씀 하셨다.”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하여질 것이요, 스스로 분쟁하는 동네나 집마다 서지 못하리라. 사단(惡魔)이 만일 사단을 쫓아내면 스스로 분쟁하는 것이니 그리하고야 저의 나라가 어떻게 서겠느냐. 또 내가 바알세불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면 너희 아들들은 누구를 힘입어 쫓아내느냐. 그러므로 저희가 너의 재판관이 되리라.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에게 임하였느라.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지 않고야 어떻게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그 세간을 늑탈하겠느냐. 결박한 후에야 그 집을 늑탈하리라. 나와 함께 아니하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요 나와 함께 모으지 아니하는 자는 헤치는 자니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의 모든 죄와 훼방은 사하심을 얻되 성령을 훼방하는 것은 사하심을 얻지 못하겠고 또 누구든지 말로 인자를 거역하면 사하심을 얻되 누구든지 말로 성령을 거역하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도 사하심을 얻지 못하리라.”
예수님이 여기까지 말씀하시자 또다른 율법학사가 말을 자르고 끼어 들었다.
“라바이는 자신 스스로를 높여 무지한 군중들을 말로 현혹(眩惑)시키고 있소.”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순한 눈을 지닌 서기관의 비아냥에 대해 예수님은 분명하게 지적허셨다.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는 악하니 어떻게 선(善)한 말을 할 수 있느냐.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니라.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惡)에서 악한 것을 내느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
예수님의 말씀을 무리들이 듣고 크게 놀라워 하자 동시에 바리새인과 사두개인과 서기관 및 이방인들도 숙연한 자세로 예수님을 바라보았다.
이처럼 무리들이 예수님을 향해 존경의 시선을 보내고 있을 즈음 누구인가 큰 소리로 외쳐 말했다.
“주님의 모친과 동생들이 당신께 말하려고 밖에 섰나이다.”
그러자 예수님이 그를 향해 “누가 내 모친이며 내 동생들이냐”하시고 손을 내밀어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나의 모친과 나의 동생들을 보라.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하셨다.
이 날 성전에서 가르치신 예수님의 말씀은 또 한번 유대인들에게 커다란 파장(波長)을 불러 일으키며 팔레스타인 전역으로 전파됐다.
특히 성전 앞 광장에 모인 이방인들은 예수님의 ‘성전광장 사역(事役)’직후 삼삼오오 몰려와 존경을 표했다.
자신들의 나라에서 위대한 석학으로 꼽히는 이들이 서슴없이 예수님의 손등에 입맞춤을 한 것은 가르침의 설교가 자신들의 사고(思考)로는 도무지 생성(生成)해 낼 수 없는 고매(高邁)한 말씀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이 날 예루살렘 성전 앞 광장에서 펼쳐진 예수님의 사역은 또 다시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의 심기를 자극했다.
이유는 일개. 천민인 나사렛 예수가 다양한 유대 군중으로부터 ‘호산나’로 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역사학자이자 정치인인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연대기(年代記)를 통해 ‘예수님의 독특한 행보(行步)’를 가감 없이 양피지에 기록해 후세인들이 읽히기를 원했다.
유대인의 최대 명절기인 유월절을 앞 둔 이 날 예수님의 가르침은 주님을 따르는 유대인의 수를 더욱 넓히는 기폭제(起爆劑)가 됐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감동한 무리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자’고 노골적으로 외쳐 기득권층인 대제사장과 바리새인은 물론 갈릴리의 분봉왕(分封王)인 헤롯 안티파스와 로마 총독청을 긴장케 했다. (계속)
이산해 / 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