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머리카락
홍성란
대추 꽃만한 거미와 들길을 내내 걸었네
잡은 것이 없어 매인 것도 없다는 듯
날개도 없이 허공을 나는 거미 한 마리
가고 싶은 데 가는지 가기로 한 데 가는지
배낭 멘 사람 따윈 안중에 없다는 듯
바람도 없는 빈 하늘을 바람 가듯 날아가데
날개 없는 거미의 날개는 무엇이었을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있다는 듯
매나니 거칠 것 없이 훌훌, 혈혈단신 떠나네
—제1회 조운문학상 수상 기념 시집『바람의 머리카락』(2016)에서
홍성란 /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으로 등단. 시조집 『춤』『바람의 머리카락』
한국대표 명시선 100『애인 있어요』등.
-문협월보 11월 '이달의 시조'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