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채영선
4월은 제게도 잔인한 달이 되었습니다.
급하게 서두르신 것인지, 아니면 미리 계획이라도 하신 것처럼 이틀 전 주일 예배도 다녀오신 어머니는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이번 여름에 꼭 미국으로 모시겠다고 말씀도 드렸는데도 22년 전 천국에 먼저 가신 아버지가 더욱 그리우셨나 봅니다. 13일 같은 날 천국 가시고 같은 15일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니 어머니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에게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언제나 한국에 오나 하고 말이야’
34년 전 봄 청량리 로터리 부근에서 몇 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근처 제과점에서 두어 시간 전도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신학교에 들어가 2학년이 되었을 때입니다. 집에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한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한반이었던 친구이었지요. 3일 후엔가 친구는 자기 집에 와서 예배를 인도해 달라고 했고 그 후 진실한 신자가 되었습니다.
'네가 나를 기도원에 데리고 갔잖아. 그리고 내가 거듭난 날 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환상을 그렸어. 이 그림을 네게 주고 싶었어.’
전도한 기억은 나지만 기도원에 간 것도 그 후의 일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듭난 날, 환상을 주신 날이 1982년 4월 16일이라고 했고 그 그림을 받은 날은 2016년 4월 16일이었지요.
‘이 그림을 내가 사용해도 되니?’
‘그럼, 네 그림이니까.’
첫 번 수필집의 표지 그림을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준비해 주셨습니다. 어머니의 병환으로 급히 한국에 오고, 준비하고 있던 수필집을 만들게 되고, 표지 그림까지 주시고...
하나님의 선물이며 어머니의 선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미술 교사로 은퇴한 친구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그 동안 마음에 간직하던 환상을 처음으로 그린 것이었지요.
‘이런 특별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제게는 없습니다, 주님.’
무엇으로 이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요. 저는 수필을 쓰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무조건 따른 것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쉴 새 없이 글을 부어주셨습니다. 잘 쓰는 건지 못 쓰는 건지 도통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하나님꼐서 쓰라고 하셨으므로 쓴 것입니다. 25년 전 미국에 오던 해 글을 쓰라고 하신 하나님께서는 글 쓰는 것에 대하여 확신도 자신도 없는 저를 이 적막한 시골에 가두어 두시고 결국 글을 쓰게 만드셨습니다.
준비하고 있던 수필집이 언제나 완성되느냐고 기다리시던 어머니는 천국에서 보시고 웃으시겠지요. 아버지 가신 후부터 대학노트에 일기를 쓰시던 어머니는 저의 앞길을 먼저가신 선배님이셨습니다. 눈치를 모르는 저에게 하나님꼐서는 어머니의 시집을 만져보게 하셨습니다. 그제야 눈이 떠진 저는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런 제게 하나님은 비젼을 주신 것입니다. 너무도 확실해서 부인할 수 없는 꿈을 말이지요.
하나님은 졸지도 않고 주무시지도 않고 일하십니다. 하나님의 계획이 성취되기까지 일하시는 것입니다.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아름다운 계획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계시나요.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십시오. 오직 믿음으로 말입니다. 믿음으로 하지 않는 모든 것이 죄라고 성경은 간주합니다.
믿음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낙심하지 않습니다.
실패조차도 하나님의 손에 붙잡히면 가장 아름다운 목적을 위하여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과 실패는 인간의 언어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에게는 성공도 실패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시 성공해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혹시 실패해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절망입니다. 지금 절망 가운데 신음하고 계신가요.
우주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장래도 목적도 희망도 삶의 가장 무거운 짐을 주님께 맡기십시오. 모든 지각 위에 뛰어나신 하나님의 평강이 당신을 주관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