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가녘
이 월란
삶의 언저리는
손으로 부욱 찢어 놓은 종이처럼 매끈하지 않다
생명의 탯줄을 자른 금속성의 가위를 저만치 밀쳐놓고
늘 서로를 붙들고 가위질을 거부하여
수목의 본능으로 자란 미세한 솜털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파르르 떨리고
경각의 목숨과 영원한 무덤의 경계에서
직선도 곡선도 아닌 지그잭의 불규칙한 마무리선으로
생의 기스락에 뿌리내리는 미려한 목질의 촉감
태반에 기생하는 태아의 육관으로
꿈의 유골이 다닥다닥 귀를 맞추는 소리
나무의 계절이 각인된
고요와 적막 속에서 숨 쉬던 숲의 심호흡으로
소각된 과거를 붙들며
오늘도 날선 가위를 밀쳐놓고
어제와 오늘을 찢고 있다
계절과 계절을 찢고 있다
그 때와 지금을 찢고 있다
당신과 나를 찢고 있다
2007-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