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다림
이 월란
차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친 잎들이 마지막으로 아우성치는
가로수 아래
문득 깨우치듯 차창 앞에
잎새 하나 떨어졌다
계절을 푸르게 솟구쳤다 표백된 생명 부스러기
날것으로 놓아버린다
음덕을 쌓듯
꽃대같은 발목으로 내려앉은
환한 장지
얇디 얇은 주검 위로
침묵의 신경다발만 헐어내리고 있었다
허공에 새긴 파문이 잠시 마비되고
창백해진 풍경이 움찔 물러섰다
부나비가 되려 바람옷을 찢고 있는 마로니에
무게가 없는 생사의 고비
지상의 그 무엇이 끊임없이
저들을 부르고 있나
눈앞을 내리긋는 연속무늬
난 그들의 무덤이 되고 있었다
200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