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이 월란
불러야 할 때가 있다
하루의 상처를 새긴 시선들을 버리고, 돌아서는 해가 달구어 놓은 노을을 볼 때
허공을 흔들며 다가와 내 옷자락을 붙들고, 따라오는 들꽃의 내음이 만져질 때
선명한 이름의 사람들이 정확한 주소의 집으로 돌아가는 해질녘
계절들이 손을 맞잡고 세상을 보기좋게 인계할 때
낮이 밤에게 눈물 없이 인사하는 그 해거름
명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끝내 부르지 못해
석양빛 얼굴과 비의 목소리로
낙엽의 발자국 소리와 치자꽃 심장으로
바람의 손길과 먼산의 시선으로 온 것들을
위태한 비명으로도 왔다 잠든 아기의 배냇짓 한숨으로도 오는
낯뜨거운 착란의 가슴으로도 왔다 성호를 긋는 무흠한 손짓으로도 오는
저 헛헛한 풍경의 눈매로
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차마 부르지 못해
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이젠 부르고 싶어
2007-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