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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월란
달이 떴다
수많은 달이 떴었다
늘 둥근 저 달 아래
수많은 한가위가 셔터 내린 소도시의 거리를 지나갔겠다
우유에 딸기를 으깨어 드시던 아버지도 가셨고
열뭇단을 마루에 펼쳐 놓고 손바삐 다듬으시던 엄마도 가셨는데
둥근 저 달은 그 얼굴 그대로
저렇게 또 떴다
난 곳을 찾아 무리를 지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저렇게 또 떴다
만료 되지 않을 살찬 기간으로
말갛게, 뜬금없이 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는 저 얼굴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저 얼굴은
홀로 한가위를 기억하며
거듭나고 또 거듭나고
200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