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時制) 없음
이월란(09/04/29)
어제 죽을거라면 내일 벌써 죽었다
내일도 사랑했다면 어제 사랑할 것이다
오늘 살아있었다면 어제 죽을 것이다
내일 죽었었다면 어제 살 것이다
오고 있을 그는 이미 내게 왔었다
별리를 부르는 말미를 싹틔운지도 오래다
별립목처럼 써내려가는 각자의 항목들
계산법도 없이 결산을 내고야 말았다
사건은 이미 일어났었고
문법의 범주는 설정되어 버렸다
나의 몸은 과거에 접속되어 있고
미래의 세포는 지금 잠식당하고 있다
허기진 미래를 이미 간파해버린
내일의 고통을 점지하는 신내린 무뇌아
진상을 덮어가는 유일한 목격자들 앞에서
고여 있어도 흐르고 있음에야
나는
시제(時制)를 놓쳐버린
정교한 픽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