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성(城)
이월란(09/05/06)
실패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 하나 자아의 벽돌 한 장 주웠다. 홀로 진동하는 차단된 음표처럼 던져 놓아도 알파벳 순서처럼 차곡차곡 쌓여진 무명의 세월이 담이 되었다. 유리문진처럼 종이짝같은 아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거짓 장례식같이 만들어진 슬픔과 우연의 농간이 진흙처럼 개어진 견고한 담장이 꿈의 테를 따라 뿌리를 내렸고 무한한 세상은 눈 앞에서 칸칸이 좁아졌다. 아이를 소리치게 만드는 세상의 침묵은 눈부신 하늘이 되었고 푸른 성곽을 따라 파놓은 강은 아이가 건너야 할 깊은 장애가 되었다. 형체 없는 적들이 완전무장을 하고 에워싸버린 난공불락의 성채는 불면의 날로 키가 자라고 뜨는 해와 지는 해를 구별 할 수도 없는 난시를 키웠다. 과잉과 결핍이 맞닿은 경계는 깨금발로도 설 수 없는 미도를 닦고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성 밖의 적들은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은 채 빛으로 가장한 가시를 품고 있었다. 성주로 장성한 요새를 지키는 키 자란 아이 하나, 흔들지 않아도 저 혼자 떨어져내리는 아람이 될 때까지 기마병의 맥박으로 성곽의 테두리를 달리고 있다. 고독한 K는 오늘도 견고한 카프카의 성을 측량하고 있다. 성문 없는 성을 나오기 위해, 점령 당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