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견공시리즈 41)
이월란(09/10/12)
종일 토비 속에 숨어 있었다 네모난 상자 속에 팔다리를 요리 꼬고 조리 꼬고 기어들어간 곡마단 소녀처럼 바람도 날 찾지 못한다 조막만한 토비의 몸 속에서 그제서야 사지가 널널해진 거대한 인간이여 그제서야 숨통이 트인 각박한 세상이여 아직도 발음하기가 껄끄러운 늙어빠진 작명소에서 태어난 이름이여 아스코르빈산보다 더 새콤하게 신조어 같은 이름이여 전화벨이 울리면 꺅꺅 짖어주고 이메일이 오면 꼬리로 스펨신고를 꾹 누른다 휴지통에 버려져 있는 메일들을 다 먹어치웠다 망각의 혀로 녹이지 못한 부스러기들이 ㅋㅙㄱㅋㅙㄱ 모가지에 걸려 죽을 뻔 했다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킨다면 심장을 찌를 것이다 임시저장함도 씹어 조졌다 하늘의 시간을 흉내라도 내는건지 저장한 때가 언제인데 임시라니 헛배가 뭉근히 불러와 빼꼼히 내다보니 걸어다니는 거대한 인간들의 종아리는 모조리 헛배가 통통하게 불러 있다 BENZ에서 내린 종아리건 GEO METRO에서 내린 종아리건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주문이 바닥 났을 때 코를 박고 다리를 버둥거리는데 투박한 술래의 손이 다리 한 쪽을 물었다 밥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