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견공시리즈 43)
이월란(09/10/12)
토비랑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휘파람 얘기가 나왔다
토비는 휘파람이 뭐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나는 으스대며 휘파람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불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어릴 때 담벼락을 넘어오던 휘파람 속에는
신기하게도 노래 한 곡씩이 몽땅 들어 있었는데
껌을 딱딱 소리내며 씹고 싶어
우쭐대던 엄마의 입 속을 하루종일 들여다보던 그 때처럼
아무리 입을 오므리고 혀끝으로 청랑한 바람을 뿜어보아도
나의 휘파람은 음치였다
토비의 눈을 악보처럼 읽으며 휘파람을 한 소절 불어 주었다
나의 입김은 여전히 탁하다
토비는 아기새 한마리 숨 끊어질 듯 내 입술에 한 순간 올라 앉자
얼른 혀를 내밀고 아기새를 잡아 먹었다
새소리가 날 때마다 휘파람을 꼴깍 꼴깍 삼켜 버렸다
혼자 빈집을 지킬 때 되새김질 하며 흥얼거릴 수 있도록
나의 따뜻한 입김으로 자장가라도 배부르게 먹여 주고 싶은데
나의 탁한 입김은 여전히
삶의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