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토비(견공시리즈 40)
이월란(09/10/11)
같이 잘 살아보자고
이뻐해 주겠다고 맹세하고 데려온
명색이 주인 인간을 자처한 나는
꽤 바쁘다
아니 무지 바쁜 인생이다
덧없음의 공사가 다망하다
거기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일어날 줄 모른다
내가 랩탑 앞에 오도카니 앉기만 하면
토비는 의자 옆 견공침대에 아예 자리를 깔고
환자처럼 누우신다
끙끙 앓는 소리가 가슴을 친다
안아 주고 싶은데
뽀뽀해 주고 싶은데
경황없는 가슴이다
정신없는 불치병 인간 옆에서
토비는 팔자에 없는 환자 노릇을 한다
허공을 할퀴는 우울증을 대신 앓아주고 있다
빈가슴을 지키는, 나는 인간
빈집을 지키는, 너는 견공
(토비야, 人生은 외롭고
犬生 또한 하염없이 외로운거란다)
고독에 몸부림치는 중환자실 병자
우리는 영원한 일심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