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도(歸島)
이월란(09/10/19)
뭍의 발자국 잇대어 바다를 건너셨나요
적막한 가슴 더욱 적막히 파도치러 가셨나요
디딜 곳이 너무 많아 떠 있으려 가셨나요
목소리들의 불협화음 물소리로 조율하러 가셨나요
눈물로는 적셔지지 않는 가슴까지 담그러 가셨나요
새들이 떼지어 날아가 버리고 나면 휑하니 비어버리는 곳
아침의 짐을 싣고 부웅, 먼지 일으키며 트럭에 실린 하루가
떠나고 나면 흐린 시야 속에서 야금야금 자라는 곳
뭍의 바람이 너무 매워 차라리 시리고도
푸른 파도 홑이불처럼 끌어당기는 곳
마르지 못해 물괴는 곳마다 절망의 늪을 세우셨나요
언어의 반란군으로 몰려 귀양 가는 당신 이젠 움직일 수 없어
태양의 반점같은 눈물에 목을 매고
팔 한 가닥씩, 다리 한 가닥씩 너울 너울 자라나는 곳
하늘이 바다되고 바다가 하늘되는
망망한 가슴에 수평선을 그으러 가셨나요
뭍의 언어가 들리지 않아 끼륵끼륵 바다갈매기로
귓불 마저 씻으러 가셨나요
갈 곳은 많아도 머물 곳은 없어
발 없는 그 곳으로 가셨나요
발 없이 가슴만 자라는 부푼 섬
내 안에 있는 이 섬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