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대한 오해
이월란(09/10/20)
아버지예 똥이 안나와예, 점심시간 산길을 지름길로 헐레벌떡 달려온 초등 딸년의 벗은 엉덩이를 꾹꾹 눌러주며 변비같은 슬픔이 돌처럼 단단해 그는 창가로 갔나보다 私창가로 갔나보다 금전출납부와 대차대조표의 외로운 숫자들이 가슴을 쿡쿡 찔러 그는 창가로 갔나보다 私창가로 갔나보다 정복지마다 날숨 뱉어내고 항복하던 대지의 소리 바람소리
그녀는 곧 허물어져 내릴 것만 같아 꼼짝 않고 앉아 여기 저기 만질 때마다 부서져 내릴 것만 같아 꼼짝 않고 앉아 창을 꼭꼭 닫았나보다 그나마 생기가 도는 것은 그의 것으로 샅이라도 긁고나면 그제서야 바람과 한몸이 된 것 같아 바람처럼 가벼워지는 것인데 내장을 휘젓고 간 시간이 넋마저 앗아가 저승에서 온 사람처럼 그제서야 목숨 앞에 냉정해지는 것인데 휘젓고 간 내장같은 넋을 정돈하는 사이 또 흩어지고 말지라도
속에 있는 바람이 원래 속에서 생긴 것처럼 안타까운 핏줄
나를 만지는 손을 닮아 문을 두드리는 저 바람
활짝 벌어진 꽃의 가랑이에 머물다 변명처럼 늘어놓는 저 낙엽밭 위로
어찌하리, 성기처럼 벌떡 벌떡 일어서는 가슴을
(우린 비상하는 새보다 아무래도 추락하는 낙엽을 닮았어)
바람이 토해내는 저
날개
날개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