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벽
이월란(10/03/29)
세상이 등을 돌릴 때마다 담을 타넘고 詩에게로 갔다 미끄러지며, 용쓰며 끙끙 타고 넘은 詩의 벽은 넘고 나면 늘 더 높아져 있었다 착각이었을까 갈수록 높아만지고 어느 날은 발가벗고도 기를 쓰고 기어올랐다 세상의 옷들이 거적대기가 되는 곳이 아니던가 그렇게 넘나들어도 내 몸엔 詩 한 수 묻어 있지 않았다 詩語 한 마디 달려 있지 않았다 詩語 한 개 입에 물고 목을 빼고 넘보는 세상의 벽도 어느새 詩의 벽처럼 더 높아지고, 詩가 되어 어이없이 그리워지는 세상은 어느새 詩보다 더 詩같은 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