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의 횟감
이월란(10/04/10)
물고기는 싱싱하다 매일 살아 있는 것들이 지칠 줄 모르고 그물에 낚여 온다 도매로 넘겨지는 싸구려 칼나물들은 오늘도 넘쳐난다 신선도를 의심하지 않고도, 거저 준다 해도 발길 뜸한 난전같은 세상, 요걸 어떻게 쳐서 요리할까 꼬리부터 자른다 시퍼런 물살을 겁에 질린 입술로 가르고 왔겠지만 그다지 쓸데없어 보인다 팔딱이는 물고기는 아프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할까 이미 놓아버린 대양의 길찬 햇살이, 순간의 종말이, 양쪽 지느러미를 자른다 그 때 그 때 적절한 방향을 틀며, 휘청이는 몸의 균형을 잡으며, 적들의 눈을 피해 헤엄질을 쳤겠지만 번뜩이는 칼날 아래 그것마저도 어이없다 더 이상 헤엄칠 바다는 사라지고 백지의 도마 위에서 활자로 잘개 부수어져야만 한다 숨막히도록 넘나든 파랑마저 과거를 뒤적이는 젓가락 사이에선 차라리 우습다 붉은 살점들이 투두둑, 보이지 않는 심줄들을 놓치고 있다 혀에 닿는 감촉만이 세치의 넓이 안에서 네 가지 맛으로 구분되어질 뿐이다 허기를 채우는 잠깐의 요기가 다시 찾아오면 칼자루를 쥔 스시맨이 되어보는 일, 그다지 심심치 않겠다 도마 위에는 아직도 맛을 알 수 없는 심장이 팔딱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