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이월란(10/04/13)
쨍그렁,
찬장 위에서 컵을 내리다가 옆에 것이 떨어져버렸다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며 내일이 박살났다
스쳐지나가는 얼굴의 두동강난 미소
망각의 쓰레기통에 오래된 기억인 듯 쑤셔박곤
잠자리에 들었다
유리파편들은 제대로 치웠겠지?
늘 미래의 안전을 감시하는 자의 확인
언젠가 발바닥을 파고들 고통의 파편들을
난 제대로 치우고 왔을까
하얀 밤의 시트는 핏빛 한 점 없이 눈부신데
반짝이는 사금파리를, 누군가 밤새
몽유병자처럼 밟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