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방귀
이월란(10/03/30)
가시내들이 모여 딸기밭에 갔었지
언니, 동생, 친구 언니, 동생, 온통 가시내들
딸기밭엔 웬 딸기가 그렇게나 많던지
한 번 들어가면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댔지
한 번 나오면 다신 들어갈 수 없댔지
뱃속에만 넣어올 수 있댔지
햇살에 달구어진 딸기로 목구멍까지 깔깔대며 딸기몸을 부풀리고
딸기입술로 딸기를 따며 발간 방귀를 낄 때까지
지는 해를 부등켜안고 딸기밭을 뒹굴었지
한 번 나가면 다신 들어올 수 없댔으니까
해도 지고, 딸기도 지고
딸기가 되어버린 가시내들이 깔깔대며 딸기밭을 나왔는데
꼴까닥 진 해가 딸기처럼 다시 떠오르면
딸기를 언제 먹었었더라
또 다시 바알간게 먹고싶어지던, 딸기같던 가시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