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이월란(10/04/07)
허공 씻긴 듯 시선이 멀어지면
젖고 마르다 단단해진 땅을 밟고 가지
홈빡 젖었던 내력은 아무도 몰라
매장당한 하찮은 비밀들을 또박또박 밟고 가지
그리움의 재들이 꽃으로 둔갑하는
계절은 오고 또 가고
묻고 돌아선 미련을 나는 여전히 몰라
들썩이는 땅을 꼬옥꼬옥 밟고 가지
다시 비가 내리면
비온 뒤 그 날도 비오기 전 그 날처럼
햇살 쨍쨍 부서졌었다고
아프게 밑줄 긋지 않으면 침 발라도
손가락 사이로 넘어가버리는 부질없는 스토리처럼
나는 여전히 말하지
마른 햇살처럼 눈부시게 말하면 그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