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1 11:14
산그림자 길 - 이만구(李滿九)
내 몸이 죽어 저 그림자로 기억될 수 있을까
아침 산길 거닐며 나의 영혼을 생각했었다
열 한시쯤 되어, 산에서 돌아 내려오는 길
표지석에 정점 찍고, 집으로 향하는 발길
산 아래로 내 키 만한 그림자가 앞서가는
밀짚모자 쓰고 허수히 내려가는 걸 보았다
십이월 이국 하늘, 가을을 이고 선 가로수
낙엽은 한 해의 사랑을 날리며 허공 속으로
성긋한 가지 사이로 눈부신 햇살 드러내며
발아래 낙엽은 제 영혼 가는 길을 잃은 듯
다시 땅만 보며 휘적이며 걷는 나를 스친다
저만치, 내 회색 그림자는 서로 발을 맞추고
지난 세월 고스란히 남기고 이 몸 떠난다는
산 밑으로 싸늘히 없어지는 햇살의 분리
저 낙엽처럼 내 그림자 멀리 사라져 간 걸까
나를 떠나갈 내 그림자, 그 영혼 어디쯤 갔나!
불러도 없던 그 이름, 산 모둥이 돌아설 때,
후유! 발아래 다시 붙어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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