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Wisteria 꽃

2015.03.19 04:57

최미자 조회 수:260 추천:1



Wisteria 등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육남매 형제가 졸업한 고향의 서석 초등학교 교정에는 등나무가 두 그루 있었습니다. 행사 때 마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곳이었지요. 또 제가 다니던 전남여중고의 교정 단상 곁 자리의 두 곳에도 같은 모양으로 등나무가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는 5월25일 개교 기념일이면 교정의 단상에 올라가 연설을 하시고 내빈들은 등나무 아래에 앉아 계셨습니다. 강연을 들은 선배 언니들이 어머니가 똑똑하시고 신여성이시라며 자랑스러워 할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런 추억이 있어 저는 등나무의 아름다운 꽃 그늘을 여태 잊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미국에서 어느날 식물원에서 내 키의 절반 크기쯤 되는 등나무를 보았습니다. 세금이랑 합하니 40불쯤 되는 가격이었지만 작은 차로 실어나를 일이 걱정이었어요. 남편이랑 딸이랑 함께 붙들고 자동차에 싣고 와서 마당에 심었지요. 예전과 달리 기후가 변해가는 샌디에고의 여름은 너무나 덥습니다. 그래서 나무그늘이 필요합니다. 등나무의 커다란 그늘은 집마당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십오년 쯤 지나갔습니다. 모양을 만들며 해마다 가지치기를 두번 합니다. 그리고 열매가 터져 씨를 너무 많이 뿌려서 저는 사다리를 놓고 열매를 자르는 일도 하느라고 일년내내 뜰에서 노동을 많이 해야합니다.
아직은 잡념이 없어지는 뜰일이 즐겁지만 언젠가 몸이 늙어 관리가 어려우면 등나무도 저처럼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냥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등나무의 많은 추억과 함께 정원일을 즐기시던 친정아버지처럼 저도 즐기는 겁니다. 눈처럼 떨어지는 꽃잎은 낭만적이지만 또 얼마나 일이 많은지 모릅니다. 고맙게도 이제 등나무의 향기를 즐길 줄 아는 남편이 청소를 해줍니다.
올해는 한국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 다녀가셨습니다. 한국의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들고 저에게 사인을 받아가신 진실행(황정주박사 어머님) 보살님, 그어른이 저의 열렬한 펜이신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작가로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등나무 꽃 구경을 하시면서 "보기는 좋아도 정원일이 얼마나 힘드는일인데..." 하셔서 고마웠습니다. 사실 정원일은 마음을 비우는 조용한 저의 법당이랍니다.

그래도 집에 오신 손님들이 "야, 음~ 이것은 멋진 향수 냄새로군요." 대부분 한 마디씩 신기해하며 꽃향기를 즐기시니 저는 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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