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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수필
2017.10.23 08:20

아름다운 마지막 풍경

조회 수 6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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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아름다운 마지막 풍경


황혼.jpg



새벽 예배 후 이웃 권사님이 교회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남편 집사님이 입원해 계시는 병원에 모시다 드리게 되었다. 병원에 오래 계시다가 집으로 돌아오길 원하셔서 모셔 놓았지만, 이머전시로 다시 입원하게 되셨다며 권사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팔순의 권사님 역시 몸이 성치 않으셔서 음식을 제대로 못 드신다고 한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남편 그림자라도 있는 게 좋은데, 라시며 말끝을 흐리신다. 그날은 종일 '그림자'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무겁게 드리워졌다.

환절기라서인지 주위에 편찮으시거나 세상을 뜨시는 분이 부쩍 많아졌다. 시부모님과 친정아버지 모두 떠나 보내고 친정엄마 한 분 남고 보니, 그것도 자매들과의 카톡을 통해 나날이 더해만가는 엄마의 건강 이상 증세를 접하는 나로서는 연로하신 분들 모두가 나의 부모님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문병 가서 종종 접하는 일이지만, 부부 중 그나마 조금 나은 한쪽이 아픈 분 곁을 지키고 있다. 자손들이야 시간 있을 때 다들 다녀갔으리라 짐작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부부야, 라는 말이 그저 나온 말이 아님을 알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어느 집사님의 임종 예배를 다녀온 남편이 감동을 받은 듯 병실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목사님이 기도를 시작하려니까 누워계시는 분이 손을 내밀더란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내가 그 손을 꼭 잡고 기도를 시작했다며 두 분이 어찌나 애틋한지 평생을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짐작이 가더란다. 이전 다니던 교회가 멀었지만, 성가대 봉사를 잘 마무리 하고 싶어하는 아내를 위해 일 년 동안이나 운전해 주고 연습 끝날 때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 준 것과, 십 년 동안이나 주일 예배 후 꽃을 사 들고 장모의 묘소를 찾았다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감사 사연을 들으며, 서로에 대한 고마움이 마지막 순간을 행복하게 만든 것 같다는 병실에서의 느낌을 전했다.

이분들처럼 따뜻한 부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잘 맞지 않아 갈등이 많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더라는 어느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며, 세월이 주고 간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어르신들의 어눌한 몸짓과 말투를 보며 늙음이 한순간에 몰아닥친 재난만 같아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우리의 세월도 저렇게 가겠지, 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가꾸면 조금 늦춰지는 듯한 겉모습과는 상관없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 기능은 떨어져 간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생명의 이치라 생각하면 늙음 자체가 외로운 것은 아닌 것 같다. 평안한 그림 한편 같은 남편이 전해 준 임종 예배를 떠올리면 사랑하지 못하고 마지막을 맞는 것이 더 외로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추워지고 몸이 오슬거리고 마음도 허해지기 쉬운 겨울이 머잖았다. 인생의 겨울이 닥치면 마음을 꼭 껴안아 줄 누군가가 필요할 것 같다. 함께한 세월만큼 서로의 존재 가치가 크고 깊어지면 좋겠다. '그림자'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으로 손 꼭 잡고 기도하는 모습이 풍경처럼 아름답기를.



미주중앙일보 < 이 아침에> 2017.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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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uck 2017.10.23 11:42

    두 여성 덕분에/김동길 칼럼


    나의 오늘이 있는 것은 용재 백낙준 박사와 바보새 함석헌 선생 두 분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한 분은 나의 인생 길을 열어 주셨고 

    또 한 분은 나의생각을 바로잡아 주셨기 때문에 
    나의 오늘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사실입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두 분의 여성이 있어서 나를 키워주신 사실 
    또한 의심 할수 없습니다. 나의 어머님(方信根)과 나의 누님(金玉吉) 
    두 분이 안계셨다면 내가 무엇이 되었을까 

    생각할 때에 끔찍한 생각이 앞섭니다.
    가난한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영양실조가 되었을 가능성이 많고
    일제시대와 해방 뒤의 혼란 속에서 나쁜 짓만 골라서 하는 
    악당이 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나의 어머님은 기독교적 신앙을 가지고 나를 키우셨습니다. 저녁 끼니를
    끓일 쌀이 떨어져도 걱정을 안 하시고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쓸겠냐?”라고
    말씀하시면서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나의 어머님은 하나님의 사랑을
    믿으셨기 때문에 절대로 굶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으셨습니다. 

    옛날 세월에
    보통학교 3년밖에 다닌 경험이 없으신 분이지만 
    신구약 성서에 능통하시어

    한 인간으로서 매우 유식한 분이었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만 생기면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나의 누님은 유명한 여자대학의 총장 노릇을 18년이나 하셨지만 언제나
    겸손한 한 시대의 유능한 지도자이셨습니다. 
    군사 정권 하에서 내가 안양교도소에 가 있던 추운 겨울날 

    오재경 선생이 무슨 일로 이화여대 총장실에
    들렀더니 총장 집무실에 난방이 전혀 안 돼 있더라는 것입니다. 

    오 선생이
    “왜 이렇게 추운 날 이렇게 추운 방에서 일을 보십니까?”라고 물었더니
    김옥길 총장이 대답하기를 “내 동생은 이 추위에 감방에서 덜덜 떨고
    있을 텐데 누나가 어떻게 따뜻한 방에 앉아 일을 볼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더랍니다. 

    언제 생각해도 누님의 그 말 한 마디는 동생인 나를 울립니다.

    내가 미국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더니 우리 옛집을 헐고 
    2층집을 지었는데

    본디 우리 아버님이 누님 명의로 사 주신 이 가옥을 동생인 내 이름으로
    명의를 변경하여 서재 겸 응접실도 매우 크게 만들어 놓고 

    “네가 장차 많은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방을 좀 크게 만들었다”라고 하셨습니다.

    누님만 가까이 계시면 걱정할 일이 없었습니다. 
    두 여성이 나를 사랑으로키웠고 두 스승이 나를 사랑으로 가르쳐 

    오늘 김동길이라는 한 노인이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오연희 2017.10.25 11:24 Files첨부 (1)

    몇해전 김동길 교수님 엘에이 오셨을때 강의 들으러 갔었더랬어요.
    한 인물이 되기까지 꿈을 심어준 누군가가 있다는 것...그건 정말 행운인것 같아요.

    아...장사익.. 타고난 노랫꾼이죠.^^

    untitled.png



  • 최미자 2017.10.24 10:13
    우리 멋쟁이 오연희님 이렇게 고운 답장을 쓰셔서 저를 카페에 오도록 지혜롭게 ? 하시는 군요.
    덕분에 장사익님의노래와 김동길 박사님의 글 아름다운 부부의 노년 모두 멋지십니다.
    그리 살도록 노력해야지요. 김동길 박사의 애국심을 우리가 배워야 합니다.
  • 오연희 2017.10.25 11:29 Files첨부 (1)

    최미자 선생님 흔적 반가워요.
    제 지혜라기 보다는...마음이 통한 거겠지요. 호호..
    늘 반듯하고 꼿꼿한 정신을 가지신 선생님...
    샌디에고 지날때면 떠 올리곤 한답니다.
    선생님도 낭군님과 참 따뜻해 보여요. 따님도 넘 예쁘고...

    untitled.png



  • Chuck 2017.10.24 13:53

                        이정옥 / 숨어우는 바람소리*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 집 창가에 길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나는 차 한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 둘이서 걷던 갈대밭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아~아 길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우는 바람소리 둘이서 걷던 갈대밭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아~아 길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우는 바람소리



  • 오연희 2017.10.25 11:36 Files첨부 (1)
    ^^untitled.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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