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21
어제:
578
전체:
1,330,430

이달의 작가
조회 수 239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난 봄, 친구들과 가까운 바닷가를 걸었다. 아침 바다의 활기찬 기운으로 인해 건강도 좋아지고 사귐도 깊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속적인 만남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상쾌한 아침 바다의 맛을 잊지 못해 일주일에 한두 번 남편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거리도 멀지 않고 전경도 아름다운 레돈도 비치, 아침 바다의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선물처럼 껴안는 소중한 마음이 느껴지고, 나도 그들 중의 한 일원이 된 듯한 뿌듯함으로 걸음을 뗀다.

잘 닦아놓은 산책길에는 걷고, 뛰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곁에는 파도를 타는 싱싱한 젊은이들이 파도와 함께 튀어 오르고 있다.

사람만 튀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웬 돌고래는 그렇게 많은지. 바로 코앞에서 연출되는 고래 쇼는 환상이다. 얼마 전에는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돌고래를 찍고 전화기를 내리는 순간, 어느새 밀려든 높은 파도 벽에 열 마리가 넘는 돌고래가 나란히 빗살치 듯 튀어 오르는 모습이 얼마나 투명하게 비치던지. 거대한 수족관에서의 돌고래 쇼이거나 특수 영상기법을 이용한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신비스러운 광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라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웠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바닷가는 세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언덕배기 높은 건물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산책길, 하늘빛이 맞닥치는 햇빛 찬란한 바다. 그리고 햇살이 서서히 물들어오는 산책길과 바다 사이의 모래사장이다.

갈매기가 떼 지어 노닐고 있는 아침 모래사장은 해가 들지 않아도 따뜻하고 평화롭다. 색다른 광경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이 겨울에, 상체가 거의 드러난 하늘하늘한 베이지색 긴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이런저런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메라맨들이 함께한 것으로 봐서 바다를 배경으로 화보를 찍고 있는 모양이다.

갈매기의 평화와 한참 동떨어진 상황도 있다. 해초 무더기가 이상하게 큰 것 같아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가다가 움찔 물러선다. 사람이다. 누더기 담요를 덮은 몸이 둥그스름하게 말려있다. 근처에 라이프가드 차가 보여 안심이다. 한 담요 안에 두 사람이 들어있은 것도 본다. 잠든 그들 얼굴 위로도 햇살이 비친다. 체온을 나누는 모습이 오래 슬프다. 하늘거리는 그녀의 드레스와 홈리스의 담요를 뒤로하고 가던 길로 마음을 돌린다.

자전거 뒤에 아기를 태운 여자가 지나간다. 나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자전거 앞에 아기를 태운 남자도 지나간다. 앞에도 태우네, 더 부럽다. 그 남자가 잠시 쉬는 틈에 자전거에 다가가 아기를 태운 의자를 자세히 살핀다. 다리를 쭉 펼 수 있게 만들어진 아기 의자 위에 앙증스러운 아기 안전모가 얹혀있다.

누군가를 태우고 바닷가를 달리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다. 자전거 타기 배울 것, 오래전에 꾸었던 새해 꿈 다시 끄집어낸다. 자전거 앞이나 뒤에 누구를 태울 것인지, 상상만으로도 신난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7.12.28

?
  • Chuck 2017.12.29 02:05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주 예수 그리스도 께서 당신을 만나길 바랍니다.

    그의 온화한 감동은 당신의 마음을 채우고..
    그리고 그날까지 주님을 만날 때까지 얼굴을 맞대고,
    너의 인생이 그의 영원한 은혜로 가득 차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1471415339111-1.jpg


    웁! 놀래라...

    글 올리자 마자 댓글이...ㅎ

    선생님도 주님안에서 평안하시구..

    새해에도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


  • Chuck 2017.12.29 09:53
  • Chuck 2017.12.29 11:31
    올드랭사인 (Auld Lang Syne) 석별의 정                         


                               

        


                   1459F94450C30B030E61B9


    Kenny G의 연주 꼭 감상 하시면서~!!!

  • Chuck 2017.12.31 06:28

                                謹賀新年

                         벌써 2017년도 훌쩍 다지나가고 

    달랑 하루 남은 정유년 달력을 보며

    문인 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참좋은 지인님들을 만나서 행복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어우러저 살며 좋은 생각을 하는 것

    참 행복한 일인것 같네요!


    올 한 해도 당신이 나의 지인이였기에 감사하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더 건강하시고 


    온 가족이 행복하시고,

    편안하시기 바라며, 항상 활력이 넘치고

    행복하고 편안한 삶이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戊戌年 ; 元旦***


     

  • Chuck 2018.01.01 09:35


    99A2244B5A497E7C140506



    새해엔 새 마음의 눈으로/ 이정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새해 새 아침에

    우리는 그 길을 새로이 가리라.


    세상에 뜻 아닌 것이 없고,

    새롭게 보면

    새 소식(消息)이 아닌 게 없으리라.


    세상에 새 것만이 있는 게 아니라

    새 눈으로 보면

    낡은 것도 새 것이 되리라.


    새해엔 새 눈으로

    천사처럼 착하고 아름답게

    새 마음의 눈[心眼]으로 다시 보리라.


    새 마음 새 뜻으로

    너와 내가 소통(疏通)하리니,

    우린 서로에게 새 소식이 되리라.


    새해에 새 길을 나서며

    새롭고 뜻있는 사람이 되리니,

    새해에는 더욱 서로 사랑하리라.

     

    .....................................................

     

     몇 년 전 새해를 며칠 앞두고 대구가톨릭문우들의 모임에서 지도신부인 이정우 신부님이 귀하게 들려주신 신년시이다. 이정우 신부님은 사제이기 이전에 시인이셨다. 어쩌면 시인의 촉촉한 감성을 팔자로 타고난 분이 아니었을까. 뜰에 내리는 비(庭雨)라니, 이토록 아름답고 시적인 이름은 요즘 시대에도 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시대에 ‘신의 성스러운 사제’ ‘신과 인간의 중간자’로서의 사명과 소명으로 시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새해를 맞이한 우리들에게 길을 밝히고 희망을 주시는 말씀들이 하나하나 새롭게 빛난다. 그 가운데서도 역시 핵심어는 '사랑'이다. 사랑의 이름으로 추억하고 사랑의 이름으로 사람들과 함께하고 사랑의 이름으로 계속 촛불을 밝히리라.

     

     우리는 흔히 ‘시간이 흘러간다.’라고 하지만 정작 움직이고 변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지구 스스로 365번 자전하는 시간과 맞먹는 우주현상을 두고 우리는 1년이라고 한다. 새해를 맞이했다는 

    의미는 어느 한 기점에서 출발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고 

    새롭게 공전을 위해 출발했다는 의미다. 새해를 인식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하며 

    범우주적인 마음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기억해내고 싶지않은 한 

    여인을 떠올릴지 모르겠는데, 파울로 코엘료는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을 실현시키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런 새해에 우리는 새로이 길을 가고 새로운 뜻을 세우고 새 소식을 듣고자 함은 

    살아있는 자의 축복이다. ‘새 눈으로 보면 낡은 것도 새 것이 되리라’는 믿음은 엄청난 각성이고 

    발견이다. ‘천사처럼 착하고 아름답게 새 마음의 눈으로 다시 보리라’는 각오만으로 이미 절반쯤은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리라. 김종길 시인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를 맞으며 긍정의 지혜를 갖자고 했다. 

    ‘새해 첫날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모든 게 환해지리라. 

    ‘우린 서로에게 새 소식이 되리라.’ 그리하여 날마다 좋은 날이 되리라. 

    새해에는 더욱 서로 사랑하리라.’  

    Happy New Year! (권순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9 수필 한 편의 시가 던져준 용기 2 오연희 2018.08.07 239
388 수필 꿈같은 인연 그리고 만남 6 오연희 2018.06.14 426
387 수필 경계가 없는 세계 2 오연희 2018.05.22 237
386 수필 선생을 찾아서 3 오연희 2018.04.27 203
385 수필 전자박람회의 미투 6 오연희 2018.03.18 245
384 수필 쉽지 않은 시간 후에 오는 5 오연희 2018.02.21 261
383 수필 진짜 제 모습이 가장 예쁘다 2 오연희 2018.01.24 202
» 수필 겨울 바다에서 꿈꾸는 새해 소망 6 오연희 2017.12.29 239
381 수필 '우두커니'를 거부하는 사람들 4 오연희 2017.11.30 224
380 수필 가을, 쇼핑의 계절 2 오연희 2017.11.13 174
379 수필 아름다운 마지막 풍경 6 file 오연희 2017.10.23 259
378 수필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2 오연희 2017.09.25 307
377 황금빛 사막 오연희 2017.09.19 212
376 수필 애써 가꿔야 열리는 '관계' 오연희 2017.09.01 145
375 수필 '조심조심, 미리미리' 오연희 2017.08.02 185
374 수필 흠뻑 빠졌던 책 한 권 - '외로운 여정' 3 오연희 2017.07.05 345
373 사랑한다는 말은 2 오연희 2017.06.20 393
372 수필 머리 가려움증과 한국인의 정 3 오연희 2017.06.14 390
371 사랑 시 쓰기 7 오연희 2017.05.16 386
370 수필 동정과 사랑 사이 6 오연희 2017.05.12 20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