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2009.03.09 02:15
[수필]
냄새
白野 최광호
문득 냄새가 났다. 냄새가 나다 못해 인젠 눈앞에서까지 언뜰언뜰 했다. 이는 황후마마가 떠난 뒤, 며칠 전 부터 갑자기 풍기기 시작한 냄새이다.
아, 그러고보니 우리 "황후마마"가 떠난지도 거의 열흘 가까이 되는구나. 그런데 고작 열흘 밖에 안 지났는데도 왜 마치 일년이나 된듯 그처럼 보고싶을 걸가. 자꾸 냄새 속에서 상냥한 미모가 알른거리며 내 눈앞을 가린다. 마악, 미칠 것만 같다.
"황후마마", 이는 나만이 그녀에게 부르는 애칭이다. 늘 그 이쁜 모습으로 귀여움을 내뿜으면서 나에게 하나하나의 달콤한 옛말로 "행복"을 만들어 주던 "황후마마". 언제였던가 황홀한 봉황으로 나의 새 생활에 날아와 아예 "황후마마"로 둥지를 틀어버렸었지.
그런데 그 눈부신 행복으로 엮은 옛말들을 주렁주렁 꿰매인 짙은 냄새들이 지금은 외로움만 물결치는 이 허전한 방을 메우고 있다. "자기야." "여보야."- 그처럼 다정다감하던 애교의 냄새가 자꾸 고독과 외로움의 방황을 지독하게 꼬집는다. 꿈에서까지 본 어여쁜 생시(生時)의 냄새.
오늘도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이 맘 때면 어김없이 오던 전화-오전 9시. "자기야, 오늘은 일해?" "여보야, 힘내. 아이러뷰".
그러나 이 순간을 황홀함에 빠뜨리게하던 러브의 시간은 오늘은 침묵 속에 묻혀져 버렸다. 그저 환각의 냄새로 귀에서만 쟁쟁한다. 하루의 일은 이렇게 쓸쓸한 환각 속에서 피곤에 휩싸였다. 그보다 더 견딜 수 없는 저녁 시간, 하루의 피곤함을 지니고 집에 들어서는 찰나에 확, 안기는 "황후마마"의 짙은 향기, 아직도 온 집안에 꽉 배긴 "황후마마"의 냄새를 맡으면서 또다시 달래야 하는 썰렁한 외로움을 어찌해야 하는가.
"여보야, 우리 꼭 돈도 많이 벌고 함께 글도 많이 쓰면서 열심히 살자. 자기는 꼭 최고의 작가가 되여 해. 알았지?"
"자기 진짜 열심히 살아 해."
주옥같이 반짝이던 마디마디 냄새를 음미하면서 고독과 맞짱을 벌리던 중 어느덧 23시가 되였다. "황후마마가" 퇴근 할 시간. 나도 몰래 발길은 "황후마마" 일하는 식당으로 마중간다. 지금은 텅 빈 마중 길에 맞이 할 수 없는 발걸음이거만 무의식 중에 나갔던 걸음이 달과 함께 허무하게 돌아 온것이 이젠 몇 번이였던가.
같이 있을 때에는 냄새가 좋은 것은 알았지만 이토록 향기로울 줄은 몰랐다. 이렇게 없으니 냄새마다 그리운 향기로 날마다 내 가슴을 뭉클거리게 한다.
한시도 떨어져 있은 적이 없어던 나에게 있어서 "황후마마"와의 잠시 일별이 긴 지루한 시간으로 되여버리기 시작한다. 오늘까지 갈라진지가 열흘 밖에 안 되는데도 이처럼 그리운 냄새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아직도 한달이란 남은 시간은 어떨가?
냄새가 또다시 풍기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에 짙은 추억을 담은 냄새는 내 몸안에서 지독하게 내 뿜으면서 한장의 어여쁜 "황후마마"의 미모에 초점을 박고있는 나를 또 다시 한번 그 짜릿한 기다림 속으로 말아버린다. 보고 싶다. 보고싶다 못해 울고 싶다.
언제면 올까, 우리 "황후마마". 냄새가 다시 한번 나를 때린다.
20008 년 3 월 4 일
천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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