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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주의와 동영상 감상

    

                   동아줄 김태수                  

                                                                                                                                                                                                                                                  


   아들을 쳐다본다. 녀석이 공부하는 데 가관이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본다.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이 아니다. 시끄럽고 박자가 빠른 록 음악이다. 음악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거나 볼펜을 움직여가면서 공부를 한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스마트 폰을 들여다본다. 문자 메시지와 주요 뉴스를 훑어본다. 운전하면서도 음악을 듣거나 뉴스를 듣는 것은 일상의 하나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스마트 폰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문자를 주고받고 옆 사람과 이야기도 나눈다. 시각과 청각 등 오감이 상호 작용하여 그 가치를 더하거나 마음을 순화시킨다면 좋은 일이다. 다른 것들이 하나가 되어도 어색하지 않고 어울림이 일고 새로워지는 맛이 인다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섞이지 않았을 때의 담백함과 순수성의 맛까지 사라져버릴 것이다.


경쟁사회는 앞서려고 빨리빨리를 부추긴다. 한 가지씩 차근차근 시간을 갖고 해야 할 일도 한꺼번에 동시에 해결하려 든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려는 경제 논리가 판을 친다. 과정과 원리는 뒷전이고 공식에 대입해서 빠른 결과만을 원한다. 요즘 속성이 판을 치다 보니 성장 촉진 사료를 먹여 비육우나 비육돈은 몸 불리기를, 양계장의 닭은 알 낳는 기계를 만들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고기를 우리 인간이 먹고 있으니 부작용이 따름은 당연할 것이다.

 

   각종 채소류는 물론이고 표고버섯, 딸기, 블루베리도 속성재배 되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온다. 나무와 분재에 이르기까지 속성재배 된다. 아예 식물 공장을 만들어 LED(발광소자) 조명시설과 무균실을 갖추고 인삼과 고추냉이, 상추 등의 원예작물을 친환경적이면서도 2~4배 빠르게 재배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도 한다. 물고기와 해조류도 양식장에서 속성 인공사료를 먹고 자란다. 속성 영어 학원, 속성 입시 반, 속성 문학 강좌…… 이름 만 붙이면 다 속성이다. 속성은 두 가지 이상을 한 번에 해결하려는 동시성을 수반한다.


최대의 기회 활용을 통한 최소의 손실회피를 추구하는 신경제주의 사회에서는 환경 변화에 신속한 대처가 요구된다. 필수적인 경쟁은 치열함을 낳고 치열은 생존경쟁, 적자생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빨리빨리하면서 주의가 능력이란 이름으로 포장된다. 지금 바로 나타나거나, 곧 나타날 수 있는 성과에 몰방한다. 참고 기다리는 것은 경쟁에 밀린 자들의 변명으로 치부해버린다. 목표를 빨리 이룰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연합종횡이 이루어진다. 특히, 인터넷과 동영상이 그렇다.

 

   인터넷 문학 카페에 영상시가 뜨고 있다. 내용과 잘 어울리는 사진이나 그림과 함께 음악이 흐른다. 스포츠나 다큐멘터리, 현장 소식 등은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전달 방식인 동영상이 최고이나, 문학 작품의 동영상은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것이다. 문학도 예술의 한 분야임을 고려할 때 음악과 미술(사진)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로서의 영상시도 필요할 것이다.


미술의 속성이 보는 것이라면 음악의 속성은 소리일 것이다. 소리를 내고 듣는 일이다. 인간과 자연의 변화를 적절하게 감정의 옷을 입혀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음악일 것이다. 보여주는 음악을 위해 화려한 무대와 현란한 동작을 곁들여도 역시 소리가 주가 되어야 한다. 나는 보는 음악보다는 듣는 음악이 더 좋다.

나는 음악, 미술,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그 자체로서의 고유 표현 방법을 더 좋아한다. 어쩔 수 없이 영화나 연극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합적인 장르를 한곳에 모아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각 장르 나름의 감상을 떨어트린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를 하는 걸까?

 

   문학작품을 아무리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해도 현란한 영상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복합적으로 표현한 동영상으로 문학 작품을 감상하면 깊은 맛이 우러나는 은은한 맛보다는 인스턴트 음식 맛처럼 느낀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감각적일수록 진득한 사고를 방해한다고 믿는다. 나는 생각할 여유 없이, 보여주는 영상 매체를 따라가기 바쁜 동영상보다는, 눈과 머리를 쉬어가며, 생각하며 읽는 활자 매체를 좋아한다. 문학 작품은 천천히 음미해가면서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시나 수필을 읽으며 감동을 주는 부분에서 잠깐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즐기고 싶다. 영상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나만의 감상 흐름을 음악과 화면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때에 맞춰 싹 틔우고 기다려 열매를 맺는다. 그래야 제철에 맞는 과일이 제 맛을 낸다. 계절은 서두른다고 빨리 오지 않는다. 모진 겨울을 지나야 봄이 오고, 여름의 폭풍우를 견뎌야 가을이란 결실을 본다. 순리대로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맞춰 변한다. 나무는 사계절 나름대로 그 특성과 운치가 있다. 문학이란 나무도 예술이란 계절의 옷을 그렇게 맞춰 입을 것이다.


퓨전 음악, 퓨전 수필, 퓨전 요리, 퓨전 예술, 퓨전 스타일 등 요즘은 퓨전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을 섞어 새롭게 만든다는 말이다. 새롭게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새롭게 섞임은 발전을 향해 가는 첫걸음이다. 효율성을 내세운 이 하면서 주의는 조화와 통일성을 전제로 해야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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