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여름내 그리움을 햇살에 태워가며
다져온 큰 사랑을 여물게 기다리다
알아서 거둘 만큼 이룬 뒤 내려놓고
고운 색 다 죽이며 겨울로 떠나간다
아들딸 키워보내 혼자서 실버타운
사는 길 비좁아도 하늘은 넓고 푸러
해거름 좁은 부엌 슬며시 다녀간다
어둠을 밀어내고 새소리 햇살 불러
이슬로 세례받고 몸녹인 가지마다
키워온 제 몸 모두 말없이 내려놓고
물 따라 바람 따라 그대로 몸 맡기며
모퉁이 으슥한 곳 젤 먼저 감싸 안고
즐거이 몸 부려 놓고 새봄으로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