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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5 11:38

오늘을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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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잘 살자 
                                                                  

 김태수(Thomas Kim)


  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잊었다가 생각이 나니 아름다워집니다. 잊어버린다는 것은 새로움의 시작입니다. 어떻게 연관이 되든 간에 잊어버림은 용서와 통합니다. 진정한 용서는 온갖 관련된 생각들을 다 지워버린 백지 위에서만 가능할 거로 생각해봅니다.

  슬픔과 괴로움, 원한과 미움이 함께하는 용서가 가능하겠습니까? 아무리 복수의 칼날을 갈아 그 원한을 되갚아도 지나간 일이 치유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의 분노만 키워 더 큰 화를 불러올 뿐입니다.

  복수가 복수를 낳고, 용서가 용서를 낳습니다. 그래서 용서하고 잊어야 합니다. 잊으면 용서가 되고, 용서하면 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제는 항상 미련이 남는 법입니다. 아무리 후회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늘도 지나가면 어제가 되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따릅니다.

  추억과 슬픔과 영광 들은 이미 당겨진 손에서 벗어난 활 시위입니다. 버리지 못한 아집과 시든 욕망일 뿐입니다. 아직도 지나가 버린 시간에 매달려 있는 것은 청춘을 그리워하는 노쇠한 노약자입니다. 건강을 잃어버린 초라한 병약자의 모습입니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내일을 두려워하며 노심초사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오지도 않은 내일을 오늘로 만들어 헛되게 미리 소모해버리는 시간 가불입니다.

  어제의 영광과 보람과 기쁨이 오늘도 유지되고 있다면 성공적이고 훌륭한 삶을 열심히 살아온 증거입니다. 그러나 어제의 불안과 불만, 원한과 슬픔이 오늘도 자리 잡고 있다면 잘못 사는 증거입니다. 성찰과 새로운 각오의 되새김질은 영양을 풍부하게 만들어 삶을 윤택하게 만듭니다.

  소는 초원에서 풀을 뜯을 때에는 대충 씹어 삼켜 배를 채웁니다. 그리고 나중에 숲 속에 숨어서 또는 여유가 있을 때에 토해내어 꼭꼭 씹어 삼킵니다. 이러한 되새김 행동을 통해 거친 풀 사료를 침과 미생물을 혼합시켜 새로 생성된 영양소를 섭취하여 우유와 고기를 만들어 냅니다.

  오늘에 자리를 내어주는 어제는 다하지 못한 것들을 이어주고 소중히 여기라는 지상명령입니다. 오늘 안에서 좋은 것을 찾지 못하면 내일도 의미가 없습니다. 내일의 화려한 행복을 위해 오늘 굶주리며 허리띠를 졸라매지는 않겠습니다. 오늘 안에 있는 좋은 것을 누리고, 찾고, 받아들이고, 즐기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내일은 저절로 그렇게 알아서 준비되어 다가올 것입니다.

  매일 조금씩 썩어가는 사과 한 상자가 있습니다. 썩어가는 사과가 아까워서 더 썩기 전에 썩은 사과 부분을 도려내고 그 사과를 먼저 먹는다면 언제나 썩은 사과를 매일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장 싱싱한 사과를 골라 먼저 먹는다면 매일 제일 좋은 사과만 골라서 먹게 됩니다. 잘라내 버린 부분이나 나중에 남은 썩은 사과나 먹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어제의 배부름도 오늘의 되새김질이 없으면 내일의 우유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어제 다하지 못한 것을 오늘 할 수 있어 좋듯이, 오늘 새 일을 시작하여 다 하지 못한 일은 내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불확실합니다.

  똑같이 오늘도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 같지만 매일 다릅니다. 땅과 구름과 바람과 기온이 서로 조화를 부려 하루하루가 알 수 없는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옵니다. 그래서 새 아침을 엶은 날마다 새로움이고 새 길이고 새 기대입니다. 

  오늘을 잘 살지 않으면 어제의 아쉬움과 내일의 불안을 키우게 합니다. 내일을 위해 살 것이 아니라 오늘을 위해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제는 내일을 위해 있으며, 내일은 오늘을 위해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늘의 일에 소중함이 더해지며, 자족과 나눔, 감사와 의욕이 함께하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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