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셜리씨 출판기념회에 붙이는 글

책 제목 여기 있어

일시 20191019일 토요일 오후 12

장소 JJ Grand Hotel

 

책 한 권 내려면 글을 써서 탈고한 후에도 누차에 걸려서 읽고 점검하고 또 읽고 하면서 소설 한 편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게 되는데 이런 산고를 거치고 햇빛 아래 자랑스럽게 작품을 내놓는 곽셜리씨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글은 그 글을 쓴 사람의 인격이고 인생이며 그 작가의 고뇌와 번민이고 고통이고 또 희열이기도 합니다. 내가 내 가슴속에 가지고 있는 고통은 남에게 말할 때 천해집니다. 내 마음의 고통을 나만큼 아프게 느껴줄 사람은 이 세상 아무 데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글 쓰는 사람들은 내 고통을 입으로 말하지 않고 글로 표현하게 됩니다. 이것은 남의 도움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단체 활동으로 성취할 수도 없는 혼자만의 외로운 여정입니다. 곽셜리씨의 작품을 읽으신 여러분이 나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이분은 글 쓰는 것이 끊임없는 탐구이고 많은 시간과 정력과 고통이 투자되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곽셜리씨는 이 고난의 행군을 자진해서 택했고 또 묵묵히 그 험난한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좋은 글은 고통 속에서 창출됩니다. 진주는 조개의 상처 난 살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괴로워하고 번민하면서 작가가 가진 모든 것을 진지하게 쏟아 부어서 쓴 글에는 읽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희열이기도 하지만 또 그에 따르는 고통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기 몫의 짐을 지고 인생을 살아갑니다. 곽셜리씨의 글에는 이런 희열이 있고 또 번민과 고통이 묻어 있습니다. 나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 있고 스스로의 삶에서 가치를 찾고자 애쓰는 흔적이 작품 도처에 묻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의 생활에서 보통 만남직한 사람들이 살면서 사랑하고 싸우고 만났다 헤어지는 삶의 글 속에서는 때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기도 하고 인생을 깊은 눈으로 통찰한 표현이 읽어지기도 합니다.

이상을 높은 곳에 세워놓고 거기 도달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결코 쉴 수 없고 또 결코 교만할 수 없습니다. 목표를 낮은 곳에 두고 코앞의 작은 성취감에 거만하기보다 곽셜리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이 미치지 못하는 높은 이상을 가지고 애쓰며 괴로워하며 살기로 작정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자랑할 것이 많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 앞에 나섰을 때 겸손합니다. 자기가 쓴 작품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완벽하다고 흡족한 미소를 짓지 않습니다. 더 잘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아쉬워합니다. 이런 불만족이, 미완성이, 또 더 높은 곳으로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동력이 되어 곽셜리씨의 다음 작품은 더 완숙하게 됩니다. 오늘의 고통은 내일의 비상을 약속합니다. 현실의 안이함에 안주하기 보다는 더 높은 내일을 창조하기 위해서 번민하고 고통스러워하고 탐구하며 새로운 것을, 더 높은 것을 찾으려 애쓰는 곽셜리씨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오늘 곽셜리씨와 함께 공동으로 출판기념을 하고 있는 다른 두 분과 또 여기 참석해서 기쁨을 같이 나누고 있는 여러분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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