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동 박사님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을 읽고
2014.11.02 07:09
오인동 박사님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을 읽고
정형외과 전문의이고 무릎 관절 수술의 대가이신 오인동 박사님의 여러 개의 저서중 하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남과 북의 통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잊지 못할 염원이면서 또 그만큼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문자 그대로의 꿈으로만 느껴지는 말입니다. 뭉칠 줄 모르고 흩어지는 것이 우리 국민성이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대답해 버리면 될까요?
오인동 박사님은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서 외세를 배척하고 민족 자결적 방법으로 통일하자고 하십니다. 전쟁 연습을 하기보다는 이제 통일 연습을 할 때가 왔다고 역설하십니다.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에 뜨겁게 와 닿는 제안임에 틀림없습니다.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모두 모여 가난해도 나물 무쳐 놓고 막걸리 서로 주고받으면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질시하고 대립하면서 대국의 꼭두각시가 되어 그들 장단에 춤추며 살았는지 후회하고 손 붙잡고 웃고 울면서 다시 하나가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 날이 진정 온다면 나는 목청 높여 노래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자, 여기까지는 감성입니다. 일은 감성만 가지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이 있어야하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는 쥐의 기막히게 좋은 안건이 있어서 모두 대찬성했지만 아직도 고양이 목에는 방울이 달리지 않고 있습니다.
박사님의 저서 여러 곳에 기록되어 있듯이 우리가 서로 적대하고 비방하고 증오하면서 살아온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무려 60년 넘는 장구한 세월을 말입니다. 한 배에서 나온 쌍둥이 형제라도 이렇게 긴 세월을 다른 곳에서 다른 환경 아래서 다른 생활을 했다면 서로 이질적은 존재가 되어 있을 터인데 이렇게 갈라져 서로 왕래 없이 살아온 남과 북이 같이 합치려면 또 얼마나 힘든 홍역을 치러야할지 생각만 해도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서로 비방하고 증오하지 말고 이제 부터는 같은 민족이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며 역지사지의 정을 갖게 되면 이런 문제는 차차 접점을 발견하게 되리라고 본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겠지요. 그런데 그 “차차”가 얼마만한 세월을 뜻하는 것인지요? 바로 옆집 이웃하고도 하찮은 일로 역지사지 못해서 다투고 몇 개월씩 본체만체하고 사는 수도 있는데 이 “차차”가 얼마만한 길이의 시간을 뜻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줄기차게 비방하고 증오하고 싸움질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비방하고 증오하고 싸움질하는 데에는 선수들인 것 같습니다. 박사님 말씀대로 아무 근거도 없이 북한이 미국 달러화를 위조해서 유통했다던가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우는 식량부족 시대에 삼백만 명이 아사했다는 등,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되지 않은 나쁜 소문들을 대서특필하여 남한 사람들이 떠들어댔습니다. 나쁜 소문은 퍼뜨리기에 즐겁고 말하기에 신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지 말자는 박사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한 겨레이고 한 민족이라는 대 차원에서 보면 누워서 침 뱉기입니다. 다소 다른 이야기이지만 최근 뉴욕 타임스에 현 대통령에 대한 비방 광고를 냈다는 사람들도 자기 얼굴에 침 뱉은 꼴이 된 셈입니다. 부부 싸움하고 나서 옆집 남편에게 가서 자기 남편 욕지거리해대는 에펜네 꼴이 된 셈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그러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의견에 찬성입니다. 마음속에서는 진짜 그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검은 의혹을 느끼지만 말입니다.
남한의 대국에 대한 아부 근성은 구역질납니다. 설혹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자존을 지키고 우리의 전통에 흠집 내지 않고 잘 보관하고 살고 있는 북한에 존경심을 보냅니다. 판단하고 취사선택하면서 배워오는 문물은 나를 키워주는 거름이 되지만 맹렬히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오는 모방은 스스로의 열등의식을 전시하는 꼴밖에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한은 물질적으로 풍요한 돼지이고 북한은 주린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들지만 정신적으로 고결하고 콧대 높은 사슴입니다.
박사님이 북한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회의 상층 구조에서 사는 엘리트들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박사님 역시 미국에서 엘리트층의 생활을 하고 있고 또 의사의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하셨으므로 그쪽의 상대방 역시 걸 맞는 계층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쉽게 상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본 북한 사람들과 북한의 환경에 너무 점수를 후하게 할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냄새나고 더러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또 어떤 환경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 상층 구조의 사람들에게는 대개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큰 위선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큰 위선이 있으므로 인해서 그런 위치를 점했으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전쟁터에서 졸병들은 총을 쏘고 서로 죽이고 죽는데 꼭대기에 앉은 적국의 외상 둘은 호사스런 방에서 담소하면서 소위 종전의 방법과 그 해결책을 의논한답시고 앉아 있는 겁니다. 이 우두머리 사람들만 보고 전쟁의 참혹성을 알 수는 없겠지요.
어느 나라에나 국방부, 소위 국가 방위부라는 것은 다 있지만 국가 공격부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저 방위만 하겠다는데도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위선입니다. 그리고 그 위선의 크기는 사회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더 커집니다. 남한과 북한이 통일 협상을 한다면 양쪽의 이런 위선 가득한 사람들이 앉아서 해결책을 찾아야할 터인데 이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남북 연합방 좋습니다. 그리고 더 한 단계의 준비 과정을 생각합니다. 요새 지구 온난화로 온갖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재앙이 더 심해지리라고 누구나 우려하는 실정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협력하여 세계 재해 구조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조그맣게 시작하여 남한의 재해를 남북 연합 구조대가 진압하고 북한의 재해를 남북 연합 구조대가 진압하는 겁니다. 그림이 꽤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시행에 자신이 생기는 대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스리랑카등 원정 진압을 하고 점점 팽창해 나가자는 생각입니다. 드디어 “재앙 있는 곳에 태극 마크 날린다”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국가 브랜드가 꽤 고급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참, 북한이 있군요. “재앙 있는 곳에 인공 태극기 날린다” 또는 “재앙 있는 곳에 태극 인공기 날린다”가 되겠군요. 더구나 반목 상태의 두 한국이 손잡고 하나가 되어 재앙에 대처하고 인명 구조에 목숨을 건다면 전 세계의 뉴스감이 되고 그에 따라서 많은 지지국가를 얻지 않겠는가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과학계에서는 무기 만드는 데에 급급하지 말고 죽어라하고 연구해서 재앙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 생산에 주력한다면 틀림없이 전 세계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입니다. 그러다 성공적으로 더 잘 나가면 스위스처럼 전쟁의 위협에서 해방된 영세 중립국으로 발전하게 되지 않을까요? 기대가 큽니다.
(끝)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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