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자동차공업사 사장님

2006.05.08 12:35

최미자 조회 수:116 추천:12

광진 자동차 공업사 사장님
                                                       샌디애고 최미자 (재미동포 여류 수필가)



유난히도 눈썹이 까만 정범영을 춘장대 모임에서 나는 금방 알아보았다. 선한 눈빛으로 조용히 웃고 있던 제자. 천막의 식당에서 신선한 조개국으로 아침을 먹으며 우린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시간이 없어 충분한 대화를 못했기에 나는 미국에 돌아와 그의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선생님, 제가 말주변이 없지만 그리운 선생님을 만나는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요. 중학교 때 가르치던 그 모습 그대로의 선생님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범영은 뜻밖에 나의 국제전화를 받고서는 지난날 춘장대에서 만난 소감을 그렇게 피력했다.


집안이 어려워 고등학교도 못간 제자는 자동차기술을 배웠다. 전북 고창에서 20여 명의 직원과 함께 '광진자동차공업사(전화 063-564-6000)'를 운영한다. 28년째 한곳에서 신용으로 사업을 하며 지금은 고창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내가 그와의 대화에서 감동을 받은 것은 타인과 키재기를 하지 않고 자기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지극히 성실한 사람이었다. "선생님, 저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 살아왔을 뿐입니다.” 공부하는 친구들이 때론 얼마나 부러웠을까마는 그는 전혀 달랐다.


고국에 나가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자신의 분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잘나가는 이웃과 비교하면서 쫓아가려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안 된다며 농사를 짓지 않고, 힘이 든다며 막노동을 포기하고 있었다. 외국에 이민을 와서는 부족한 영어 때문에 막노동도 가리지 않고 하면서들 잘도 살아간다. 남의 나라에 가서는 할 수 있는 일을 왜 대한민국에서는 할 수 없단 말인가! 체면 때문이란다. 그 잘난 자존심도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허망한 물질적인 풍요로움만을 향해서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부자와 서민, 또 중간층의 사람들이 모두 어울려 서로 존경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우리가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떠나버린 적막한 고국의 농촌, 노동자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에 나는 한국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체육관에 가서 돈을 들여가며 살을 빼기 위해 흘리는 비지땀을 자연과 공장의 일터에서 흘리며 보람을 찾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나의 제자, 사장님은 하루 종일 손에 검은 기름때를 묻히고 살아간다. 평균 하루에 사,오십 대의 자동차를 수선한단다. 평일에는 외출을 못하니 일요일에 내가 고창을 방문한다면 함께 나들이를 가잔다. 제자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도 보고 함께 고창 선운사와 읍성, 고인돌도 보러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두 자녀를 기르며 남편의 사업을 잘 후원해준다는 착한 아내가 누구인지도 나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