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마력
2006.05.20 08:36
칭찬의 마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반 남순애
“막내야! 공부 그만 하고 자거라. 어서.”
“우리 막내딸 공부 열심히 하는 걸 보니 장차 큰일 할거구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씀 하시는 소리가 좋아서,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서 늦은 밤까지 공부를 했던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 계집애는 공부를 해서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단단한 각오도 없이, 그냥 그저 아버지의 칭찬이 좋았던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곰도 나무 위로 오르게 한다는 너무도 잘 알려진 속담이 있다.
“너는 남과 아주 다른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단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이 칭찬과 격려의 말씀 한 마디가 아인슈타인을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되게 하였을 것이다. 칭찬을 받는 순간, 그 한 마디가 마음속 깊이 들어가 자리하게 되는 것을 보면 칭찬은 곧 자기 암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칭찬을 듣는 순간 평생 가슴속에 살아 있기도 하고, 가끔 사는 게 버거울 때에도 고개를 내밀어 살아갈 용기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수필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뒤에, 교수님께서 숙제를 내주시겠다는 말씀에 서로의 눈빛엔 난감함이 역력했다. 배움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건 숙제라는 것이 있으련만, 부담으로 다가 오는 것은 어린 학생들만의 것은 아닐 성싶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다음 강의시간부터 시작 전에 칭찬할 사람을 생각해서 발표하는 것이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 그게 뭐 어려우랴 했었다. 강의실 문을 나가면서 잊어버린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가온 다음 강의시간, 가볍게 생각한 탓에 잊어버린 것은 제쳐두고라도, 대체 칭찬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내 인생의 종을 마흔 두 번이나 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칭찬에 익숙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사고로 세상을 살아 온 것 같지 않아 마냥 부끄러워 죽을 맛이었다. 겨우 생각을 다해서 끄집어 낸 것이라고는 딸아이 인사성이 칭찬의 전부였다. 뭔가 물질적인 것을 주어야만 주었다고 생각한 사고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받기만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일까?
교수님께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인 긍정적인 사고와 아름다운 마음을 심어주려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난 이 순간만큼은 간절하게 교수님을 칭찬하고 싶다. 그 뒤로 칭찬할 대상이 떠오르지 않아 안절부절했던 수업시간을 떠올리며, 칭찬할 대상을 자꾸 찾아 두리번거리게 되다보니, 긍정적인 시야가 열리는 것 같다.
마음의 문을 열고 보니, 눈이 열리고, 그 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무척 아름다웠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아파트 내 청소부 아저씨의 성실함도 보이고, 위층에 사시는 늘 웃으시는 할머니의 미소도 그렇게 고와 보일 수가 없다. 세탁물을 배달하는 세탁소 아저씨의 친절한 인사도 행복해 보인다.
자연의 순리 앞에 강요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오고 갈 줄 아는 사계도 아름답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나무도 아름답고, 길가에 있는 이름모를 풀조차도 아름다워 보인다.
존재 하는 것 모두가 나름대로 작은 임무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은가? 그래서 그 모든 것은 아름다울 수 있고 모두가 칭찬받을 자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의 문이 닫혀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처음 시간에 나를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여럿 계셨다. 그 칭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자꾸만 내 마음은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 하늘에서는 “ 막내야 공부 그만하고 자거라.” 하는 30여 년 전, 아버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수필반 에서 야외학습을 가던 날, K선생님께서 나를 박꽃으로 비유해 주시면서 칭찬해 주실 때에도 나는 아버지의 맑고 청정한 목소리를 또 한 번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내 마음조차도 그 마음을 닮아 아름답고 예쁘게 물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 소리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기쁨의 원천이 된다. 이젠 나의 마음 속 뜰에 자라게 될 칭찬하려는 아름다운 마음의 새싹을 가꾸고 잘 보살펴서 아름드리 큰 나무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수필반에 들어와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칭찬하는 나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간직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이 나에게도 생긴 것이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반 남순애
“막내야! 공부 그만 하고 자거라. 어서.”
“우리 막내딸 공부 열심히 하는 걸 보니 장차 큰일 할거구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씀 하시는 소리가 좋아서,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서 늦은 밤까지 공부를 했던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 계집애는 공부를 해서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단단한 각오도 없이, 그냥 그저 아버지의 칭찬이 좋았던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곰도 나무 위로 오르게 한다는 너무도 잘 알려진 속담이 있다.
“너는 남과 아주 다른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단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이 칭찬과 격려의 말씀 한 마디가 아인슈타인을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되게 하였을 것이다. 칭찬을 받는 순간, 그 한 마디가 마음속 깊이 들어가 자리하게 되는 것을 보면 칭찬은 곧 자기 암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칭찬을 듣는 순간 평생 가슴속에 살아 있기도 하고, 가끔 사는 게 버거울 때에도 고개를 내밀어 살아갈 용기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수필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뒤에, 교수님께서 숙제를 내주시겠다는 말씀에 서로의 눈빛엔 난감함이 역력했다. 배움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건 숙제라는 것이 있으련만, 부담으로 다가 오는 것은 어린 학생들만의 것은 아닐 성싶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다음 강의시간부터 시작 전에 칭찬할 사람을 생각해서 발표하는 것이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 그게 뭐 어려우랴 했었다. 강의실 문을 나가면서 잊어버린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가온 다음 강의시간, 가볍게 생각한 탓에 잊어버린 것은 제쳐두고라도, 대체 칭찬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내 인생의 종을 마흔 두 번이나 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칭찬에 익숙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사고로 세상을 살아 온 것 같지 않아 마냥 부끄러워 죽을 맛이었다. 겨우 생각을 다해서 끄집어 낸 것이라고는 딸아이 인사성이 칭찬의 전부였다. 뭔가 물질적인 것을 주어야만 주었다고 생각한 사고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받기만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일까?
교수님께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인 긍정적인 사고와 아름다운 마음을 심어주려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난 이 순간만큼은 간절하게 교수님을 칭찬하고 싶다. 그 뒤로 칭찬할 대상이 떠오르지 않아 안절부절했던 수업시간을 떠올리며, 칭찬할 대상을 자꾸 찾아 두리번거리게 되다보니, 긍정적인 시야가 열리는 것 같다.
마음의 문을 열고 보니, 눈이 열리고, 그 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무척 아름다웠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아파트 내 청소부 아저씨의 성실함도 보이고, 위층에 사시는 늘 웃으시는 할머니의 미소도 그렇게 고와 보일 수가 없다. 세탁물을 배달하는 세탁소 아저씨의 친절한 인사도 행복해 보인다.
자연의 순리 앞에 강요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오고 갈 줄 아는 사계도 아름답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나무도 아름답고, 길가에 있는 이름모를 풀조차도 아름다워 보인다.
존재 하는 것 모두가 나름대로 작은 임무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은가? 그래서 그 모든 것은 아름다울 수 있고 모두가 칭찬받을 자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의 문이 닫혀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처음 시간에 나를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여럿 계셨다. 그 칭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자꾸만 내 마음은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 하늘에서는 “ 막내야 공부 그만하고 자거라.” 하는 30여 년 전, 아버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수필반 에서 야외학습을 가던 날, K선생님께서 나를 박꽃으로 비유해 주시면서 칭찬해 주실 때에도 나는 아버지의 맑고 청정한 목소리를 또 한 번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내 마음조차도 그 마음을 닮아 아름답고 예쁘게 물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 소리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기쁨의 원천이 된다. 이젠 나의 마음 속 뜰에 자라게 될 칭찬하려는 아름다운 마음의 새싹을 가꾸고 잘 보살펴서 아름드리 큰 나무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수필반에 들어와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칭찬하는 나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간직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이 나에게도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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