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 때문에
2006.05.23 08:55
5.31지방선거 때문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유영희
“안녕하세요? 여긴 이번 000에 출마한 기호 0번 누구 사무실인데요…….”
여기까지 듣는 순간 바쁘다며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오늘만 벌써 여섯 통째 전화다. 휴대폰이 울려 전화를 받아보니 역시 누구누구의 선거 사무실이라며 한 표를 부탁한다. 짜증을 넘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명백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스팸전화이건만 수신거부도 안 된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선거철만 되면 민초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사람들이 갑자기 두드러진다. 하지만 정작 민초들은 헌신을 외치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선거철이 그저 짜증스럽기만 하다. 평안하고 조용했던 사생활이 선거유세가 시작되는 그 날부터 사정없이 추락의 길을 걷고 마는 것이다.
대문 밖만 나서면 지독한 소음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몫 좋은 네거리를 지날 때면 고막 보호대라도 착용해야 할 판이다. 성능 좋은 확성기에 대고 쉴 새 없이 틀어대는 로고송이며, 자신만이 진정한 일꾼이라고 고래고래 지르는 고함소리에 귀가 얼얼하다.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올리는 인사에도 염증이 난다. 모퉁이 하나씩을 차지한 후보자들의 요란스런 유세는 신호를 기다리던 민초들의 피곤을 더더욱 가중시켜 버린다. 길바닥에 수북이 버려진 홍보물을 쓸어내느라 청소부 아저씨들의 새벽은 고단하기만 할 것이다.
택시 기사 한 분이 있다. 심야 영업을 하고 돌아오면 낮엔 잠을 자야하는 분이다. 그런데 요즘 선거유세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단다. 온종일 아파트 근처에서 트럭을 세워놓고 울려대는 소음으로 잠을 푹 잘 수가 없으니, 심야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기사가 수면부족상태에서 운전한다면 그 차를 타는 승객의 목숨마저 위협을 받는다. 결국 민초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선거유세에 시달리고 있다.
민초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홍보가 민초들의 삶을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60년대 말에 보았던 뜨내기 약장사타입의 선거유세를 하는 것인지……. 후보자의 소속 당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자제를 요청해봤자 통하지도 않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를 걸어도 마찬가지다.
하소연할 곳도 없는 민초들은 어서 빨리 선거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일꾼을 뽑는 일에서조차 민초들은, 삶에 가해지는 테러를 말없이 당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투표에 대해 품는 마음은 그저 권태뿐이다. 지금껏 행했던 권리가 만족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오랜 경험을 통하여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고 말 거라는 생각은, 후보자가 던지는 모든 말들을 그저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이다.
고무신과 현금봉투가 오가던 구시대 물질공세 선거가 사라진 것만도 대단한 발전이며 변화인 것은 사실이다. 자신을 상품으로 내세우고 짧은 기간 최대의 홍보를 해야 하는 후보자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길거리 유세의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이 지독한 공해로 인해 민초들이 당해야하는 고충을 후보자들은 이해하고, 그 짐부터 벗겨야 할 것이다. 짜증스러울 정도의 선거유세 공해는 낮은 투표율을 부채질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일은 또 몇 통의 전화가 걸려올지 벌써부터 심란하기만 하다. 2006년 5월 31일이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릴 뿐이다. 지독한 지방선거가 끝나면 또 어떤 일들이 벌어져 우리 유권자를 짜증나게 할지 미리 걱정이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유영희
“안녕하세요? 여긴 이번 000에 출마한 기호 0번 누구 사무실인데요…….”
여기까지 듣는 순간 바쁘다며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오늘만 벌써 여섯 통째 전화다. 휴대폰이 울려 전화를 받아보니 역시 누구누구의 선거 사무실이라며 한 표를 부탁한다. 짜증을 넘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명백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스팸전화이건만 수신거부도 안 된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선거철만 되면 민초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사람들이 갑자기 두드러진다. 하지만 정작 민초들은 헌신을 외치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선거철이 그저 짜증스럽기만 하다. 평안하고 조용했던 사생활이 선거유세가 시작되는 그 날부터 사정없이 추락의 길을 걷고 마는 것이다.
대문 밖만 나서면 지독한 소음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몫 좋은 네거리를 지날 때면 고막 보호대라도 착용해야 할 판이다. 성능 좋은 확성기에 대고 쉴 새 없이 틀어대는 로고송이며, 자신만이 진정한 일꾼이라고 고래고래 지르는 고함소리에 귀가 얼얼하다.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올리는 인사에도 염증이 난다. 모퉁이 하나씩을 차지한 후보자들의 요란스런 유세는 신호를 기다리던 민초들의 피곤을 더더욱 가중시켜 버린다. 길바닥에 수북이 버려진 홍보물을 쓸어내느라 청소부 아저씨들의 새벽은 고단하기만 할 것이다.
택시 기사 한 분이 있다. 심야 영업을 하고 돌아오면 낮엔 잠을 자야하는 분이다. 그런데 요즘 선거유세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단다. 온종일 아파트 근처에서 트럭을 세워놓고 울려대는 소음으로 잠을 푹 잘 수가 없으니, 심야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뻔한 일이다. 기사가 수면부족상태에서 운전한다면 그 차를 타는 승객의 목숨마저 위협을 받는다. 결국 민초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선거유세에 시달리고 있다.
민초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홍보가 민초들의 삶을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60년대 말에 보았던 뜨내기 약장사타입의 선거유세를 하는 것인지……. 후보자의 소속 당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자제를 요청해봤자 통하지도 않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를 걸어도 마찬가지다.
하소연할 곳도 없는 민초들은 어서 빨리 선거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일꾼을 뽑는 일에서조차 민초들은, 삶에 가해지는 테러를 말없이 당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투표에 대해 품는 마음은 그저 권태뿐이다. 지금껏 행했던 권리가 만족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오랜 경험을 통하여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고 말 거라는 생각은, 후보자가 던지는 모든 말들을 그저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이다.
고무신과 현금봉투가 오가던 구시대 물질공세 선거가 사라진 것만도 대단한 발전이며 변화인 것은 사실이다. 자신을 상품으로 내세우고 짧은 기간 최대의 홍보를 해야 하는 후보자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길거리 유세의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이 지독한 공해로 인해 민초들이 당해야하는 고충을 후보자들은 이해하고, 그 짐부터 벗겨야 할 것이다. 짜증스러울 정도의 선거유세 공해는 낮은 투표율을 부채질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일은 또 몇 통의 전화가 걸려올지 벌써부터 심란하기만 하다. 2006년 5월 31일이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릴 뿐이다. 지독한 지방선거가 끝나면 또 어떤 일들이 벌어져 우리 유권자를 짜증나게 할지 미리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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