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은 약같이 사먹어야
2006.05.22 07:50
외식은 약같이 사먹어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고) 김영옥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지탱하기 힘들어 가게문을 닫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도 음식 집은 날로 늘어만 간다. 누구나 하루에 꼬박꼬박 세 번은 먹어야 살아가니 그렇기도 할 것 같다. 직업도 없는 칠십 넘은 나 같은 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점심식사를 밖에서 하는 편이니 말이다.
여성들이 직장을 갖게되면서 외식문화가 평민들 생활에까지 비집고 들어와서 판친다. 20년 전만 해도 주부들은 도시락 싸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여러 자녀들을 둔 어미는 아침이면 현기증이 날 정도였으니 어떻게 말로 표현하랴! 해본 사람만이 이해가 되리라. 이 고민거리가 점점 사라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손쉽게 아무 곳에서나 접할 수 있는 먹거리 때문에 비만 아동이 늘고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도 경종을 울려 준다. 외손자 하나가 점심 때 학교에서 주는 식사를 하면서부터 자제를 못했는지 갑자기 비만증이 생겨 본인은 물론 어른들이 큰 염려를 하고 있다.
나도 가끔 친구들과 외식을 한다. 주로 김밥 한 줄에 우동 한 그릇이나 시장 떡 골목에서 간단한 것으로 때우는 편이다. 그 날도 친구와 까르푸에 들러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점심으로 비빔밥 1인분을 시켜 둘이서 먹고 있었다. 옆자리에 oo 유니품을 입은 아가씨 둘이 큰 접시에 탕수육과 초밥, 김밥, 4인 분 정도 되는 것을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우리가 연신 그 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들의 몸이 표준이상으로 보여서였다. 더더욱 놀란 것은 빵에다 튀김이며 또 한 접시를 더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꾸역꾸역 먹어대는 품이 마땅치 않다기보다 걱정스러웠다. 먹고 남은 것들을 달라고 해서 먹을까하다가 어떻게 하나보자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먹어보란 말도 없이 두 접시는 절반도 안 먹고 일어나서 빈 그릇 창구로 가져갔다. 우리는 씁쓸한 마음으로 혀를 차며 정말 걱정스럽고, 뉴스거리다라고 한 마디씩 했다.
나는 집에 와서 영감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신문 한 장을 건네주며 보라고 했다. 브라질 이타페바 市 산타마리아 빈민촌아이들의 “배가 너무 고파 쓰레기장 뒤져요.”라는 사진과 기사를 읽고 고르지 못한 이 세상에 마음이 착잡하였다. 일 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는, 그 날 후로는 버섯전이나 쑥을 넣은 보리개떡을 싸들고 나와서 야외에서 남도 주며 먹는다. 몇 천 원짜리 콩나물 국밥보다 두 세 개의 개떡이 훨씬 든든하다. 우리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려웠던 시절을 겪어왔기에 몸에 배어 낭비를 싫어하는 것이다.
“돈은 개같이 벌어 정성같이 써라!” 했거늘.
며칠 전 자녀들과 가족모임을 가졌었다. 서울에 사는 아들이 유명하다는 음식 집에 예약을 해놓았다. 그곳에는 대형 음식 집이 즐비하다. 아이들까지 15명 식사비가 20만원이다. 현재 시중 쌀값으로 한 가마 반 값을 점심 한 끼 식비로 지출했다. 요즘 결혼잔치에는 부페식이라 하여 음식종류가 너무 다양하다보니 맛보지 않는 음식도 많다. 값도 만만치 않다. 1인분 점심 한 끼에 쌀 한 말 값이 넘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주식인 쌀 한 말이면 성인의 한 달 양식이 된다. 새 신랑신부를 축하하러 간 하객들이 그토록 많은 음식을 먹어가며 축하를 해야하는지 난 요즘 사람들 하는 짓이 영 납득되지 않는다. 옛날 분들은 국수 한 그릇으로 축하를 받고 시작해도 한 평생 잘 살아왔다. 먹거리에 너무 낭비가 많다. 두 사람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이제 우리도 음식문화를 다시 새롭게 정립할 때가 된 것 같다.
학생들과 직장인들 노인들의 점심은 모두 외식으로 바뀌고, 제일 번거로운 결혼잔치, 각종 연회식사, 장례식음식까지 주부들의 손 하나 쓰지 않고도 해결되는 게 현실이다.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김치도 모두 전문가의 손맛으로 넘어가고 있다. 백화점에 가면 찌개에서 밥까지 없는 것이 없다. 이제 딸들에게 요리는 가르칠 필요도 없다. 무슨 짓을 하든 돈만 많이 벌면 다 해결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집집마다 보유하고 있는 그 많은 부엌살림살이도 모두 없애버리고, 집의 구조를 확 바꾸어 주방도 없애면 살림살이가 간편해져서 여자들이 나가서 돈버는데 더 좋을 것 아닌가! 모두가 집밖으로 나가서 마음에 드는 음식을 사먹고 살면 참 좋겠구나하고 엽기적인 생각으로 한참 머리를 굴려 보았으나 정답이 아닌 것 같아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외식은 편해서 좋은 점이 있는 반면에 많은 돈이 들기 마련이다. 음식 전문업체들도 재료비에 많은 인건비와 분위기 있는 장소를 제공해야하니 음식값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비싼 값을 지불해가며 남이 만든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한 두 가지라도 주부의 지혜와 정성이 담긴 음식이 가족들을 건강하고 기쁘게 해주지 않을까?
옛말에 “입의 비위를 다 들어 주면 천 석도 하루아침이라.”했다. 외식은 약처럼 꼭 필요할 때만 어쩌다 먹는 것이 바람직하려니 싶다.
(2006년 5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고) 김영옥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지탱하기 힘들어 가게문을 닫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도 음식 집은 날로 늘어만 간다. 누구나 하루에 꼬박꼬박 세 번은 먹어야 살아가니 그렇기도 할 것 같다. 직업도 없는 칠십 넘은 나 같은 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점심식사를 밖에서 하는 편이니 말이다.
여성들이 직장을 갖게되면서 외식문화가 평민들 생활에까지 비집고 들어와서 판친다. 20년 전만 해도 주부들은 도시락 싸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여러 자녀들을 둔 어미는 아침이면 현기증이 날 정도였으니 어떻게 말로 표현하랴! 해본 사람만이 이해가 되리라. 이 고민거리가 점점 사라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손쉽게 아무 곳에서나 접할 수 있는 먹거리 때문에 비만 아동이 늘고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도 경종을 울려 준다. 외손자 하나가 점심 때 학교에서 주는 식사를 하면서부터 자제를 못했는지 갑자기 비만증이 생겨 본인은 물론 어른들이 큰 염려를 하고 있다.
나도 가끔 친구들과 외식을 한다. 주로 김밥 한 줄에 우동 한 그릇이나 시장 떡 골목에서 간단한 것으로 때우는 편이다. 그 날도 친구와 까르푸에 들러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점심으로 비빔밥 1인분을 시켜 둘이서 먹고 있었다. 옆자리에 oo 유니품을 입은 아가씨 둘이 큰 접시에 탕수육과 초밥, 김밥, 4인 분 정도 되는 것을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우리가 연신 그 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들의 몸이 표준이상으로 보여서였다. 더더욱 놀란 것은 빵에다 튀김이며 또 한 접시를 더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꾸역꾸역 먹어대는 품이 마땅치 않다기보다 걱정스러웠다. 먹고 남은 것들을 달라고 해서 먹을까하다가 어떻게 하나보자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먹어보란 말도 없이 두 접시는 절반도 안 먹고 일어나서 빈 그릇 창구로 가져갔다. 우리는 씁쓸한 마음으로 혀를 차며 정말 걱정스럽고, 뉴스거리다라고 한 마디씩 했다.
나는 집에 와서 영감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신문 한 장을 건네주며 보라고 했다. 브라질 이타페바 市 산타마리아 빈민촌아이들의 “배가 너무 고파 쓰레기장 뒤져요.”라는 사진과 기사를 읽고 고르지 못한 이 세상에 마음이 착잡하였다. 일 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는, 그 날 후로는 버섯전이나 쑥을 넣은 보리개떡을 싸들고 나와서 야외에서 남도 주며 먹는다. 몇 천 원짜리 콩나물 국밥보다 두 세 개의 개떡이 훨씬 든든하다. 우리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려웠던 시절을 겪어왔기에 몸에 배어 낭비를 싫어하는 것이다.
“돈은 개같이 벌어 정성같이 써라!” 했거늘.
며칠 전 자녀들과 가족모임을 가졌었다. 서울에 사는 아들이 유명하다는 음식 집에 예약을 해놓았다. 그곳에는 대형 음식 집이 즐비하다. 아이들까지 15명 식사비가 20만원이다. 현재 시중 쌀값으로 한 가마 반 값을 점심 한 끼 식비로 지출했다. 요즘 결혼잔치에는 부페식이라 하여 음식종류가 너무 다양하다보니 맛보지 않는 음식도 많다. 값도 만만치 않다. 1인분 점심 한 끼에 쌀 한 말 값이 넘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주식인 쌀 한 말이면 성인의 한 달 양식이 된다. 새 신랑신부를 축하하러 간 하객들이 그토록 많은 음식을 먹어가며 축하를 해야하는지 난 요즘 사람들 하는 짓이 영 납득되지 않는다. 옛날 분들은 국수 한 그릇으로 축하를 받고 시작해도 한 평생 잘 살아왔다. 먹거리에 너무 낭비가 많다. 두 사람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이제 우리도 음식문화를 다시 새롭게 정립할 때가 된 것 같다.
학생들과 직장인들 노인들의 점심은 모두 외식으로 바뀌고, 제일 번거로운 결혼잔치, 각종 연회식사, 장례식음식까지 주부들의 손 하나 쓰지 않고도 해결되는 게 현실이다.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김치도 모두 전문가의 손맛으로 넘어가고 있다. 백화점에 가면 찌개에서 밥까지 없는 것이 없다. 이제 딸들에게 요리는 가르칠 필요도 없다. 무슨 짓을 하든 돈만 많이 벌면 다 해결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집집마다 보유하고 있는 그 많은 부엌살림살이도 모두 없애버리고, 집의 구조를 확 바꾸어 주방도 없애면 살림살이가 간편해져서 여자들이 나가서 돈버는데 더 좋을 것 아닌가! 모두가 집밖으로 나가서 마음에 드는 음식을 사먹고 살면 참 좋겠구나하고 엽기적인 생각으로 한참 머리를 굴려 보았으나 정답이 아닌 것 같아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외식은 편해서 좋은 점이 있는 반면에 많은 돈이 들기 마련이다. 음식 전문업체들도 재료비에 많은 인건비와 분위기 있는 장소를 제공해야하니 음식값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비싼 값을 지불해가며 남이 만든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한 두 가지라도 주부의 지혜와 정성이 담긴 음식이 가족들을 건강하고 기쁘게 해주지 않을까?
옛말에 “입의 비위를 다 들어 주면 천 석도 하루아침이라.”했다. 외식은 약처럼 꼭 필요할 때만 어쩌다 먹는 것이 바람직하려니 싶다.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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