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ㅅ)

2019.06.11 02:40

정근식 조회 수:1

사이시옷(

                                                                              정근식

 

 

 

 

 

 가끔 난처할 때가 있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 상사와 직원 사이,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때가 있다. 서걱거리는 면을 대패질하듯 매끄럽게 다듬어야 하는데, 조정 능력이 서툰 나는 그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갈피를 잡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한다.

 며칠 동안 입장이 애매하다. 부서장과 직원 사이의 마찰 때문이다. 어느 누구의 편에 설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두 사람의 사이가 소원하게 된 것은 부서 회의에서였다. 일의 진행상황을 전달하는 자리였는데, 그 직원이 예상하지 못한 돌출발언을 했다. 불만은 폭주하는 업무량이었다. 당장 마땅한 해결방법이 없어 서로의 불신만 확인했을 뿐 결말은 나지 않았다. 회의를 주관하던 나는 전체 업무량을 다시 검토해 보겠노라고 하며 회의를 서둘러 마쳤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몇 달 전 친목회 모임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모임 도중 총무가 친목회를 탈퇴하겠다며 장부와 회비를 두고 모임 도중에 나가버렸다. 총무 경험이 없었던 그는 회원들에게 문자를 넣고 식당을 예약하고 회비를 관리하는 역할이 귀찮고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모임의 간부인 회장, 총무는 윤번제로 돌아가며 맡는데 누구나 한두 번씩 맡았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팽개치는 그에게 친구들은 섭섭해 했다. 그 사건 이후 일부 회원과 총무를 맡은 친구간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친구들 간의 벌어진 틈을 보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우정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염려가 되었다.

 평소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회장이 나섰다. 회장은 총무와 다른 친구들과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총무를 맡도록 하여 소원해진 관계는 다행히 풀렸다.

 엉킨 실타래는 풀어야 하는 것이 이치지만, 나는 친목회 모임 회장과는 달리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능력이 서툴다. 아내와 부모님의 관계에서는 특히 서툴다. 아내가 부모님의 불만을 이야기할 때는 일방적으로 부모님 편이다. 부모님의 잘못이 있어도 아내가 양보하고 이해하지 않는다며 무작정 화를 낸다. 아내는 부모님 편에만 서는 내가 부담이 되는지 요즘은 아예 시댁 불만은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며칠 전 사무실에서 나는 화부터 났다. 두 사람의 소원한 관계를 해결하기보다 그 직원에게 섭섭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을 그냥 넘어갔으면 별 일이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직원의 항의 내용이 틀린 말은 아니다. 8시는 조퇴, 10시는 정시퇴근이라며 농담을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 업무량이 늘어난다고 공공기관 특성상 직원을 당장 충원하기는 불가능하다. 부서장이 수차례 건의하여 관련 부서에서 조직 확대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셋방살이의 추억’이라는 수필을 읽었다. 한 집에 동갑나기 딸이 둘이 있었는데, 화장실 앞에서 다투는 내용이다. 둘이서 옥신각신하다가 주인집 딸이라는 이유로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게 되자, 화가 난 딸이 가난하게 사는 부모를 원망하는 이야기다. 나는 수필 내용보다는 ‘셋방’이라는 낱말 사이에 끼어 있는 사이시옷에 눈길이 갔다. 사이시옷이 두 낱말을 부드럽게 이어주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모임을 회장이 윤활유가 되어 회원과 총무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었듯 사이시옷이 ‘셋방’이란 낱말을 편하게 읽도록 해준다.

 낱말이 모여 다른 낱말이 되고 문장이 되듯이 사람과 사람이 모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된다. 낱말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사이시옷처럼 사람 간에도 부드럽게 이어주는 사이시옷의 역할이 필요하다. 사람 간에 관계를 이어주는 의미로 사이시옷을 보면 한자의 사람인()과 모습이 같다. 혼자 살 수 없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하면서 부드러울 때도 있지만 뻑뻑할 때가 많다. 편안했던 관계가 섭섭한 일 하나로 불편하게 될 때도 있다. 가끔 관계관리의 잘못으로 부부는 이혼을 하기도  하고, 피를 나눈 형제가 원수처럼 되는 이웃을 보기도 한다. 이 모두 관계를 이어주는 부드러운 사이시옷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이시옷은 두 낱말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이다. 벌어진 틈을 메워 편안한 가족을 만들고, 좋은 이웃을 만들고, 친한 동료를 만들고, 우정 돈독한 친구를 만든다. 모임의 총무와 친구들, 부서장과 직원처럼 소원한 관계가 되는 것은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엉클어진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편안하게 이어주는 사이시옷. 중요성을 깨닫기는 하지만, 역할을 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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