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답게 사는 세상

2020.11.15 17:31

이인철 조회 수:4

4. 공직자답게 사는 세상

    이인철

 

 

 

 2018년 9월, 전국가톨릭공직자들은 "오직 가톨릭 공직자답게 살겠습니다."라는 선언문을 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즉 가톨릭 공직자답게 맡은일에 충실하며 이를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며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공정하고 청렴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불의하고 부정한 청탁은 단호히 거절한다고 선언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교사는 교사답게 공무원은 공무원답게 등 모든 공직자들이 공직자답게 산다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지 실감이 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창일 때 어느 정치인의 유세현장에 갑자기 교회 목회자가 등장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이라며 야당의 유력 한 대선후보인 그를 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하나님도 자신의 뜻을 거역하면 혼내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코로나19가 8.15 광장집회 여파로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일 때 경기도 의사협회장은 코로나 집단감염을 일으킨 종교단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정부의 코로나 방역에 음모가 있다며 오히려 전국적으로 확산 원인을 제공한 종교단체를 적극적으로 두둔했다.

 또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에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의 공공병원 설립 등 공공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급기야 전공의들이 파업을 했고 의대생들은 국가고시까지 거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결국 의료현장에서는 의사부족으로 응급실이 폐쇄되고 중환자들은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종교단체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도 휴일날마다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사랑교회 목사를 구속했는가,국민 분노가 두려워 시위를 막고 있는가?" 심지어는 문 대통령에게 "퇴임 후에 어떤 죗값을 치를지 겁도 없다,"며 보수단체의 선두에 서서 아예 정부를 규탄하는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서로 내 부하다, 아니다로 맞서고 있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이에 뒤질세라 SNS에 평검사들의 집단반발이 계속되면서 한마디로 사회가 온통 갈등과 증오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왜 이 시기에 이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될까? 고 노무현 대통령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다.

 우리는 공직자들이 자기 업무를  일탈할 때 얼마나 많은 사회적 혼란과 피해를 유발하는지 수많은 사례로 체험해왔다. 공무원이 주식투자에 손대다 소외계층에 사용해야할 공금을 횡령하는가 하면 교육자들이 제자들을 성폭행하거나 논문조작사건 등 그리고 정권의 비호아래  법조인들의 수많은 일탈행위를 보아 왔다.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는 어떤가? 농촌이나 섬 등 소외된 지역에서는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얼마나 의사들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가? 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단순히 환자의 병만을 치료해주는 의술이 아닌 환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술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의사의 힘은 단체행동이 아닌 환자곁에서 최선을 다할 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직에서 그토록 명성을 날리던 판,검사들은 퇴직 후 왜 대형 로펌에만 몰려 있을까? 법에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은 애써 외면하면서 오히려 부를 소유하고 있는 사회적 강자인 피의자들의 인권만을 중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전관예우라는 또다른 특혜라는 덫에 갇혀 사는 게 아닐까? 공권력 남용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순박한 농촌청년들, 은행문턱을 넘지못해 사채에 옥죄어 평생을 쫒겨다니며 사는 저소득층의 애환, 구조조정이라는 명목하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방황하는 노동자들, 이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변호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소외된 이웃들이 때로는 너무 고독해서, 때로는 극심한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가난하고 고통받고 병든자들에게 삶에 희망과 용기를 붇돋아줄 종교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기 전에 제자 플라톤에게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사는것은 진실하게 살고, 아름답게 살고, 보람있게 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모든 공직자들이 자기가 맡은 소임에 충실하면서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다는 가톨릭공직자들의 선언이 바로 사람답게 사는 길이며 아울러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공평한 사회가 만들어 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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