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득하리라

2010.03.07 11:25

김혜령 조회 수:936 추천:134

식목일도 아닌 봄날

햇빛 글썽이는 풀밭에 동그마니

당신을 심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질 수도 없는 당신


언질도

손짓도 하나 없이

떠나버린 당신이기에



뿌리 덮은 흙을 자근자근 밟아보듯

다독다독 가슴을 치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돌아서면 문득 당신이 보일 것 같은 길을

돌아서고 또 돌아서는 사이

또다시 해가 지고

길어지던 그림자는 어둠에 잠겨 버렸다.



당신은 이제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고단한 그림자를 내리고

가없는 꿈을 꾸는가.

꿈이 되고 있는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질 수도 없는



당신

이제는 내 안에

나무로 자라리라.



적막을 뚫는 쑥스런 손짓처럼

싹을 내밀고

햇살 인사에 기지개 켜듯

가지를 뻗어

숨결마다 꿈결마다 무수한

씨앗을 뿌리리라.



종소리처럼 웃음처럼

뿌리리라.



돌아서면 당신

내 창마다

숲으로 가득하리라.



201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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