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리즘의 유산 및 1940년대 후반

2012.10.21 17:59

김영교 조회 수:682 추천:11

리얼리즘의 유산 및 1940년대 후반

20세기 전반의 소설들이 그랬듯이 하반기 소설 또한 당시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1940년대 후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을 앓고 있었고, 동시에 냉전시대가 개막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주요 소재를 제공해주었다. 《나자裸者와 사자死者(The Naked and the Dead)》(1948)의 저자 노먼 메일러와 《지상에서 영원까지(From Here to Eternity)》(1951)의 저자 제임스 존스는 이러한 소재를 가장 잘 이용한 작가였다. 두 작가 모두 자연주의와 리얼리즘적인 기법을 사용했으며 전쟁을 미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윈 쇼의 《젊은 사자들(Young Lions)》(1948) 또한 마찬가지였다. 허먼 오크도 《케인 호의 반란(The Caine Mutiny)》(1951)을 통해 인간의 약점이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전쟁시에도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지프 헬러는 《캐치-22(Catch-22)》(1961)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을 풍자적이고 부조리하게 그려내면서 전쟁이 광기로 점철되어 있음을 주장했다. 토머스 핀천은 《중력의 무지개(Gravity? Rainbow)》(1973)에서 또 다른 현실세계를 패러디하고 치환시키는 복잡하지만 멋진 이야기를 그려냈다. 커트 보니거트는 《제5도살장(Slaughterhouse-Five)》(1969)의 출간으로 1970년 초반에 반문화의 총아가 되었는데, 이 반전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드레스덴이 연합군에 의해 폭격당하는 상황을 전쟁 포로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1940년대에는 새로운 작가들이 배출되었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수필가인 로버트 펜 워런을 비롯하여, 극작가 아서 밀러와 테네시 윌리엄스, 단편소설 작가 캐서린 앤 포터와 유도라 웰티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밀러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남부 출신이다. 이들 모두는 가족과 사회 내에서 개인이 겪게 되는 운명을 다루었으며, 개인적인 성공과 그룹 내 책임감 사이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었다.

  

  

로버트 펜 워런(Robert Penn Warren, 1905~1989)

 

남부 탈주자 문학 그룹의 일원이었던 로버트 펜 워런은 20세기 내내 성공한 작가였다. 그는 역사적 맥락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적인 가치에 대해 평생 동안 관심을 가졌다. 지속적으로 사랑받은 그의 작품 《모두가 왕의 신하(All the King? Men)》(1946)는 멋쟁이지만 사악한 남부 상원의원 휴이 롱의 정치 경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면을 들추어냈다.

  

  

아서 밀러(Arther Miller, 1915~ )

 

뉴욕 출신의 극작가이며 소설가, 수필가, 전기 작가이기도 한 아서 밀러는 1949년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을 통해 절정에 다다랐다. 이 작품은 인생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 하지만 실패가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깨닫게 된 한 남성에 대한 연구이다. 이 희곡은 로만 가족을 배경으로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부인의 불안정한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다. 또한 자연주의 색채와 리얼리즘을 결합하고 있으며, 동적인 인물을 짜임새 있게 설정하고, 실수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가치를 고집한다는 점에서 1940년대 문학적인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윌리 로먼의 부인이 말하듯이 “반드시 관심을 보여야 하는” 한 평범한 서민에 대한 찬가이다. 신랄하면서도 어두운 이 작품은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극중 한 등장인물은 반어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세일즈맨은 꿈을 꾸어야 해. 담당할 구역이 딸려 오거든.”

 

밀러는 명작 《세일즈맨의 죽음》 이외에도 몇십 년 동안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모두가 나의 아들(All My Sons)》(1947)과 《도가니(The Crucible)》(1953) 또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둘 다 정치극으로 각각 현시대와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두가 나의 아들》은 한 제조업자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결함이 있는 줄 알면서도 부품들을 비행기 업체에 보냄으로써 결국 자신의 아들과 다른 이들을 죽게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도가니》는 일부 청교도들이 마녀로 오인받아 처형당했던 17세기 매사추세츠 살렘 마녀 재판을 묘사하고 있다. 무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마녀 사냥’이 민주주의에 저주로 작용한다는 메시지는 이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던 1950년대 초 상황과도 관련이 있는데, 당시 미국에서는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 등이 이끈 반공산주의 운동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 Williams, 1911~1983)

 

미시시피 출신의 테네시 윌리엄스는 20세기 중반 미국 문학계에 등장한 아주 복잡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미국 남부 지역에 살고 있는 가족을 다루고 있으며, 특히 가족 내에 존재하는 불안한 감정 및 해소되지 못한 성性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다. 윌리엄스는 주문을 외우는 듯한 반복법의 사용, 시적인 남부 사투리, 괴기스러운 배경, 성적 욕망에 대한 프로이트식 해석 등으로 유명하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최초의 미국 작가들 중 한 사람인 윌리엄스는 고통 받는 등장인물의 성을 통해 그들의 외로움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의 등장인물들은 심한 고통 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윌리엄스는 20편이 넘는 장막극을 썼는데 그중 다수가 자전적이다. 그는 1940년대에 《유리 동물원(The Glass Menagerie)》(1944)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1947)를 통해 상대적으로 일찍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20년 이상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이 두 작품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했다.

  

  

캐서린 앤 포터(Katherine Anne Porter, 1890~1980)

 

캐서린 앤 포터의 짧지 않은 연륜과 경력은 몇 시대에 걸쳐 있다. 그녀의 첫 번째 성공작인 단편소설 <꽃 피는 유다 나무(Flowering Judas)>(1929)는 멕시코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녀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아름답게 짜여진 단편소설들은 등장인물들의 사생활을 살짝 들추어낸다. 예를 들어 <웨더럴 할머니의 남자 차버리기(The Jilting of Granny Weatherall)>는 여러 감정들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포터는 종종 여성들이 겪는 내적인 경험과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여성의 태도를 들추어냈다.

포터의 뉘앙스는 뉴질랜드 출신의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의 이야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포터의 단편소설집에는 《꽃 피는 유다 나무》(1930), 《정오의 와인(Noon Wine)》(1937), 《창백한 말, 창백한 기수(Pale Horse, Pale Rider)》(1939), 《기울어진 탑(The Leaning Tower)》(1944), 《단편소설집(Collected Stories)》(1944) 등이 있다. 1960년대 초반 그녀는 인간 상호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불변의 주제로 우의적인 장편소설을 발표했는데, 바로 《바보들의 배(Ship of Fools)》(1962)라는 작품으로, 1930년대 후반 독일 상류층 사람들과 난민들을 태운 여객선을 배경으로 한다.

포터는 많은 작품을 집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그들 중에는 남부 출신 동료 유도라 웰티와 플래너리 오코너 등이 있다.

  

유도라 웰티(Eudora Welty, 1909~2001)

 

미시시피에서 태어나 북부에서 남부로 이주해온 부유한 가정의 유도라 웰티는 워런과 포터의 영향을 받았다. 사실 포터는 웰티의 첫 번째 단편소설집인 《초록빛 커튼(A Curtain of Green)》(1941)의 머릿글을 써주었다. 웰티의 섬세한 작품은 포터의 글을 모델로 했지만 웰티는 코믹하고 그로테스크함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웰티는 플래너리 오코너처럼 비정상적이고 괴벽스러우며 특이한 인물을 등장시켰다.

웰티는 폭력에 대해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인간적이고 긍정적인 위트를 사용했는데, 소설 선집에 자주 수록되는 <내가 우체국에서 일하는 이유>라는 단편소설은 이러한 면을 잘 드러내준다. 이 작품은 고집 세고 독립심 강한 딸이 가출하여 작은 우체국에서 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단편소설집에는 《넓은 그물(The Wide Net)》(1943), 《황금 사과(The Golden Apples)》(1949), 《이니스폴른 호의 신부(The Bride of the Innisfallen)》(1955), 《달빛 호수(Moon Lake)》(1980) 등이 있다. 웰티는 또한 현대 플랜테이션 가족에 초점을 둔 《델타의 결혼식(Delta Wedding)》(1946), 그리고 《낙관주의자의 딸(The Optimist? Daughter)》(1972) 등의 장편소설을 집필했다.

  

  

  

  

1950년대 풍요 속의 소외

  

  

세계 대공황이 있기 전인 1920년대에 발생했던 현대화 및 테크놀로지는 1950년대에 들어와서야 뒤늦게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은 공황에서 탈피하게 되었고, 1950년대는 대부분 미국인들에게 오랫동안 기다렸던 물질적 번영을 안겨주었다. 기업계에서의 사업은 사람들, 특히 교외에 사는 사람들에게 성공의 실재적이며 상징적 징표인 집, 자동차, 텔레비전, 가전제품들을 제공해줌으로써 멋진 삶을 영유하게 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외로움은 당시 지배적인 주제였다. 슬론 윌슨의 베스트셀러 《회색 플란넬 정장의 남자(The Man in the Gray Flannel Suit)》(1955)에서 등장하는 얼굴 없는 회사원은 문화적인 전형이 되었다.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소외감은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의 연구서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1950)에 묘사되어 있다. 이 서적 외에도 다소 과학적인 연구서들이 잇달아 출간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밴스 패커드의 《숨은 설득자들(The Hidden Persuaders)》(1957)과 《지위 추구자들(The Status Seekers)》(1959), 윌리엄 화이트의 《조직 인간(The Organization Man)》(1956), C. 라이트 밀스의 지적인 연구서 《화이트칼라(White Collar)》(1951)와 《파워 엘리트(The Power Elite)》(1956) 등이 출간되었다.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풍요로운 사회(The Affluent Society)》(1958)라는 책을 집필했다. 이러한 책들은 모든 미국인들이 공통된 생활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1950년대식의 가정을 뒷받침해주었다. 이 연구서들은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시민들이 개척정신 중심의 개인주의를 상실하고 너무 순응주의적으로 되어간다며 비난하거나(예를 들어, 리스먼과 밀스) 혹은 갤브레이스의 글에서 보이듯이 독자들에게 테크놀로지와 여가 시간이 만들어낸 ‘신흥 계급’의 일원이 되도록 충고하고 있다.

 

1950년대는 사실 포착하기 힘들지만 스트레스가 널리 퍼져 있던 시기였다. 존 오하라와 존 치버, 존 업다이크의 소설은 겉으로는 만족스러워 보이는 현실의 이면에 서서히 꿈틀거리는 스트레스를 탐구하고 있다. 1950년대 최고 작품들 대부분은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솔 벨로의 짧은 소설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1956)에서 보이듯이 성공이라는 덫에 빠진 사람들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조금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낙오한 사람들을 다뤘는데,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1951),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1952),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1957) 등이 이러한 작품들이다. 1950년대가 저물 무렵 필립 로스는 자신의 유대 인 유산으로부터 스스로의 거리감을 반영한 단편소설집 《안녕, 콜럼버스(Goodbye, Columbus)》(1959)를 발표했다. 로스의 심리적 관찰력은 지금까지도 그의 소설 및 자서전에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이다.

 

1950년대와 이후 솔 벨로, 버나드 맬러머드, 아이작 바쉐비스 싱어 등 두드러진 유대 인 작가들은 미국 문학에 높은 가치의 호소력 짙은 작품들을 더해주었다. 이 3명의 유대 인 작가들의 작품은 유머를 사용하면서 윤리적인 면에 관심을 보였고, 구렘탉섟?속에 있는 유대 인 공동체를 그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존 오하라(John O’Hara, 1905~1970)

 

기자 출신의 존 오하라는 극본, 단편소설, 장편소설 등을 쓴 다작 작가였다. 그는 섬세하고 인상적인 세부 묘사의 귀재로서 리얼리즘 계열의 소설, 특히 195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로 유명하다. 그는 외양적으로 성공한 사람들과, 이들이 내부의 결점 및 불만으로 인해 상처받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런 작품들로는 《사마라 마을의 약속(Appointment in Samarra)》(1934), 《북北프레드릭 10번(en North Frederick)》(1955), 《테라스에서(From the Terrace)》(1958) 등이 있다.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 1924~1987)

 

제임스 볼드윈과 랠프 엘리슨은 1950년대 미국 내 흑인들의 경험을 반영한 작가이다. 두 작가의 주인공들은 과대한 야망이 아니라 정체성 결핍으로 고통을 겪는다. 뉴욕 할렘 지역에서 9남매의 맏아들로 태어난 볼드윈은 성직자의 양자였다. 어렸을 때 볼드윈은 교회에서 때로 설교를 했다. 이 경험은 그의 문장에 호소력 있고 입담 좋은 특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는 특히 훌륭한 수필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데, 그의 수필집 《다음에는 불을(The Fire Next Time)》(1963)에 실린 <내 마음의 영토에서 보낸 편지(Letter from a Region of My Mind)>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볼드윈은 인종간의 차별을 종식해야 한다고 감동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볼드윈의 자전적인 첫 번째 소설 《산에 올라 고하여라(Go Tell It On the Mountain)》(1953)는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이 소설은 교회에서 기독교 개종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아와 종교적 신앙을 찾으려 하는 14살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볼드윈의 다른 중요한 작품은 인종 문제와 동성애 문제를 다룬 《또 다른 나라(Another Country)》(1962)와 인종 차별, 예술가의 임무, 문학에 관한 개인 수필집인 《아무도 내 이름을 모른다(Nobody Knows My Name)》(1961) 등이 있다.

  

  

랠프 월도 엘리슨(Ralph Waldo Ellison, 1914~1994)

 

랠프 엘리슨은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난 중서부인으로 남부에 있는 투스케지 대학에서 수학했다. 그는 미국 문학계에서 특이한 존재이다. 호평을 받은 책 《보이지 않는 사람》 단 한 편이 그의 작품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은 전기회사로부터 훔친 전기로 불을 밝힌 지하 구멍에서 살고 있는 한 흑인 남성에 관한 이야기로, 그의 그로테스크한 환멸의 경험을 담고 있다. 그는 흑인 대학 장학금을 받으면서 백인들에게 치욕스런 대우를 받게 되는데, 대학에 가서는 흑인 교장이 흑인들의 관심사를 일축해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대학 밖의 삶 또한 타락해 있다. 예를 들어 종교마저도 위안이 되지 못하는데, 한 설교자는 범죄자임이 드러난다. 이 소설은 사회가 실현 가능한 꿈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를 흑인이나 시민들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발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인종적인 주제를 강력하게 구체화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투명인간이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인간의 실체를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 1925~1964)

 

조지아 출신의 플래너리 오코너는 치명적인 혈액병인 낭창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여성작가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감상주의를 배제했다. 이러한 특징은 지나칠 정도로 유머가 풍부하면서도 음산하고 견고한 단편소설에 잘 드러나 있다. 다른 여성작가인 포터, 웰티, 허스턴과 달리 오코너는 자주 등장인물과 거리를 두면서 그들의 어리석음이나 무능을 폭로하고 있다. 그녀의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무지한 남부 사람들은 종종 미신이나 종교를 이유로 들어 폭력을 행사한다. 자신만의 교회를 설립하는 광신자 이야기를 다룬 《현명한 피(Wise Blood)》(1952)에 이와 같은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폭력은 때로 편견에서 비롯된다. 단편소설 <이주자(The Displaced Person)>에서 무지한 시골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며 남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한 이주자에 대해 위협을 느껴 결국 그를 살해하게 된다. 잔인한 사건들이 등장인물에게 발생하는데, <착한 시골 사람들(Good Country People)>에서는 한 남성이 소녀를 유혹한 후 그녀의 의족을 훔쳐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코너의 블랙 유머는 너새니얼 웨스트, 조지프 헬러와 연관이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단편소설집인 《착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A Good Man Is Hard to Find)》(1955)와 《오르다 보면 한곳에 모이게 마련이다(Everything That Rises Must Converge)》(1965), 장편소설 《끝까지 공격하는 자는 그것을 얻는다(The Violent Bear It Away)》(1960), 편지 모음집 《존재의 습관(The Habit of Being)》(1979) 등이 있다. 그녀의 《전집(Complete Stories)》은 1971년에 출간되었다.

  

  

솔 벨로(Saul Bellow, 1915~ )

 

캐나다 출신으로 시카고에서 성장한 솔 벨로는 러시아 계 유대 인 조상을 두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인류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이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대상을 감성적으로 그려낸 점에서 선배 소설가인 시어도어 드라이저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많은 존경을 받았던 벨로는 197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암울한 실존주의적 색채를 담고 있는 벨로의 초기작에는 징집 영장을 기다리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를 카프카 스타일로 다룬 《허공에 매달린 사나이(Dangling Man)》(1944), 유대 인과 비유대 인 사이의 관계를 다룬 《희생자(The Victim)》(1947)를 들 수 있다. 1950년대에 그의 시각은 더욱 코믹하게 변했다. 그는 정열적이며 모험심 많은 1인칭 서술자를 등장시킨 《오기 마치의 모험(The Adventures of Augie March)》(1953)과 《비의 왕 헨더슨(Henderson the Rain King)》(1959)을 발표했다. 첫 번째 소설은 유럽 암시장에 진출한 허클베리 핀을 닮은 도시 출신 사업자 이야기이며, 두 번째 소설은 채워지지 않는 야망 때문에 아프리카로 가게 된 중년의 백만장자를 다룬, 반쯤 진지하고 반쯤 코믹한 소설이다. 이후 작품에는 낭만적 자아라는 개념을 전공하고 있는 신경쇠약에 걸린 영문학 교수의 고통스런 삶을 그린 《허조그(Herzog)》(1964), 《새믈러 씨의 혹성(Mr. Sammler? Planet)》(1970), 《훔볼트의 선물(Humboldt? Gift)》(1975), 자전적인 《학장의 12월(The Dean? December)》(1982) 등이 있다.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1965)는 짧고 뛰어난 작품이기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교재로 자주 사용된다. 이 소설은 자신의 좋은 점만을 부각시키며 사회적 무능을 숨기려는 실패한 사업가 토미 윌헬름이 주인공이며, “자신의 문제를 숨기는 데 있어서 토미 윌헬름은 다른 친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반어적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는 자신을 감추는 데 에너지를 다 소모하여 결국 추락하게 된다. 윌헬름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결국 완전히 무능해진다. 여성, 직장, 기계, 상품 시장 등과의 관계에서 모두 실패하며 돈도 몽땅 잃게 된다. 그는 불행한 일이 불가피하게 일어나게 된다는 유대 교 민간설화에 등장하는 ‘억세게 재수 없는 사람(schlemiel)’의 예이다. 《오늘을 잡아라》는 많은 미국인들을 괴롭히고 있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요약한 작품이다.

  

  

버나드 맬러머드(Bernard Malamud, 1914~1986)

 

버나드 맬러머드는 뉴욕 시에서 러시아 계 유대 인 이민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두 번째 소설 《어시스턴트(The Assistant)》(1957)를 통해 삶의 역경을 이겨내려는 인간의 투쟁 및 최근 유대 인 이민자의 윤리적인 토대 등 그의 특징적인 주제들을 모색했다.

맬러머드의 데뷔작은 《내추럴(The Natural)》(1952)로 신화적인 프로 야구의 세계를 배경으로 리얼리즘과 환상을 결합한 작품이다. 다른 소설들로는 《또 하나의 인생(A New Life)》(1961), 《매수자(The Fixer)》(1966), 《피델먼의 그림(Pictures of Fidelman)》(1969), 《차용자借用者(The Tenants)》(1971) 등이 있다. 그는 또한 단편소설을 다수 집필한 대가이다. 그는 단편소설집 《마법의 통(The Magic Barrel)》(1958), 《바보들 먼저(Idiots First)》(1963), 《렘브란트의 모자(Rembrandt? Hat)》(1973) 등을 통해서 다른 누구보다 유대 인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의식, 현실과 초현실, 사실과 전설 등에 대해 더욱더 깊게 파고들었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안겨준 맬러머드의 기념비적 작품은 《매수자》이다. 이 소설은 1913년에 러시아에서 발생했으며 현대사에 어두운 반유대주의 얼룩을 남긴 멜델 베일리스 모함 사건이라는 악명 높은 실제 사건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맬러머드는 고통과 역경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주인공 야코프 보크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Isaac Bashevis Singer, 1904~1991)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단편소설의 대가인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랍비 법원장의 아들로 태어나 1935년에 미국으로 이민 온 작가이다. 싱어는 평생 이디시 어(지난 몇 세기 동안 유럽 유대 인 사이에 공통적으로 쓰인 독일어와 히브리 어를 섞은 언어)로 글을 쓰면서 두 개의 특정 유대 인 단체, 즉 구세계의 작은 유대 인 마을 거주민들과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바다를 건넌 미국 이민자들을 신화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싱어의 글은 나치와 공모자에 의해 유럽 유대 인 상당수가 몰살당했던 유대 인 대학살에 대한 증언자 역할을 한다. 한편으로 싱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유럽 유대 인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영지(The Manor)》(1967)와 《대장원(The Estate)》(1969), 양차 세계대전 사이 폴란드 유대 인 가족에 중점을 둔 《모스카트 가(The Family Moskat)》(1950) 등에 나타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삶을 찾으려하는 유대 인 대학살 생존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적, 사랑 이야기(Enemies, A Love Story)》(1972)에서처럼 세계대전 후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집필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1889~1977)

 

싱어처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도 동유럽 이민자이다. 전제정치 체제 러시아에서 유복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4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5년 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1948년부터 1959년까지는 뉴욕 주 코넬 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며 1960년에는 스위스로 건너가 여생을 마쳤다. 그는 소설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무력한 러시아 이민자 교수를 그린 자전적 소설 《프닌(Pnin)》(1957), 12살 미국 소녀와 사랑에 빠진 학식 있는 중년 유럽 인의 이야기를 다룬 《롤리타(Lolita)》(1958년에 미국에서 출간됨) 등이 있다. 나보코프의 또 다른 야심작인 혼성 모방 소설 《창백한 불꽃(Pale Fire)》(1962)은 고인이 된 상상력이 풍부한 한 시인의 장편 시와 이에 대한 한 비평가의 비평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이 소설은 시에 대한 비평가의 글이 시를 압도하며 예상치 못한 나름대로의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보코프는 스타일상의 섬세함, 재치 있는 풍자, 독창적인 형식 실험 등으로 존 바스를 비롯한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나보코프는 러시아와 미국 문학 세계의 매개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의식하고 있었는데, 고골리에 대한 책을 집필했으며 푸슈킨의 《예프게니 오네긴》을 번역했다. 《롤리타》의 비정상적인 사랑에서 보이듯이 과감하고 표현주의적인 그의 주제들은 본질적으로 리얼리즘 경향을 지닌 미국 소설 전통에 표현주의적인 20세기 유럽의 조류를 소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부분적으로 풍자적이며 부분적으로는 향수 어린 그의 어조는 위트와 공포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합친 토머스 핀천 같은 작가들에 의해 사용된, 반쯤 진지하면서도 반쯤 코믹한 정서적 언어 사용역을 제시해주었다.

  

  

존 치버(John Cheever, 1912~1982)

 

‘풍속소설가’로 불리기도 하는 존 치버는, 뉴욕 비즈니스 세계가 사업가와 그의 가족, 친구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격조 높고 시사적인 단편소설들로 유명하다. 섬세하게 그려진 체호프 스타일의 이야기는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이루거나 형이상학적인 확신을 찾으려는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단편소설들은 《어떤 사람들의 인생(The Way Some People Live)》(1943), 《세이디 힐의 가택 침입자(The Housebreaker of Shady Hill)》(1958), 《나의 다음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을 몇몇 사람, 장소, 사물들(Some People, Places and Things That Will Not Appear in My Next Novel)》(1961), 《여단장과 과부 같은 아내(Brigadier and the Gold Widow)》(1964), 《사과의 세계(The World of Apples)》(1973) 등이다. 이 제목들은 치버 특유의 냉소적이며 장난스럽고 불경스러운 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소설의 중심 소재를 암시하고 있다. 치버는 또한 장편소설 《웹쇼트 가의 스캔들(The Wapshot Scandal)》(1964), 《탄환 공원(Bullet Park)》(1969), 자전적인 작품 《매잡이(The Falconer)》(1977) 등을 출간했다.

  

  

존 업다이크(John Updike, 1932~ )

 

치버처럼 풍속작가로 간주되는 존 업다이크는 교외 지역을 배경으로 가정 문제를 주로 다루면서 권태와 우울을 투영시켰는데, 특히 매사추세츠와 펜실베이니아 동부 연안의 허구적 인물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업다이크는 해리 ‘래빗(토끼)’ 앵스트롬이라는 등장인물의 생애를 그린 4권의 ‘토끼’ 시리즈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이 시리즈는 40년에 걸친 미국의 사회적려ㅔ÷?역사를 배경으로 앵스트롬의 희로애락을 그리고 있다. 《달려라 토끼(Rabbit, Run)》(1960)는 1950년대를 반영하면서 목적과 애정을 잃은 젊은 가장 앵스트롬을 묘사하고 있다. 《돌아온 토끼(Rabbit Redux)》(1971)는 1960년대 반문화에 주목하며 삶에서 뚜렷한 목표나 목적, 혹은 일상생활에서 현실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찾지 못하는 앵스트롬의 모습을 담고 있다. 베트남 전쟁이 시들해지면서 자기중심적으로 변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토끼는 부자다(Rabbit Is Rich)》(1981)에서 앵스트롬은 유산 상속으로 인해 부자가 된다. 마지막 4번째 책인 《잠든 토끼(Rabbit at Rest)》(1990)는 1980년대 문화의 퇴보 속에서 앵스트롬의 인생과의 화해, 우연한 죽음 등을 보여주고 있다.

업다이크의 다른 소설들에는 《켄타우로스(The Centaur)》(1963), 《커플스(Couples)》(1968), 《베치, 책(Bech:A Book)》(1970)이 있다. 그는 오늘날 작가 중에 가장 훌륭한 스타일을 소유하고 있는데, 특히 그의 단편소설들은 다루고 있는 분야나 독창성 면에서 빛을 발하는 작품들이다. 업다이크의 단편소설집에는 《같은 문(The Same Door)》(1959), 《음악학교(The Music School)》(1966), 《박물관과 여성(Museums and Women)》(1972), 《가기에 너무 먼(Too Far To Go)》(1979), 《문제들(Problems)》(1979) 등이 있다. 또한 시와 수필집 몇 권을 창작했다.

  

  

J. D. 샐린저(J. D. Salinger, 1919~ )

 

J. D. 샐린저는 다가올 1960년대를 예견이라도 하듯, 사회에서 낙오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그렸다. 뉴욕 시에서 태어난 그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1951)으로 상당한 문학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 소설에서 감수성 풍부한 16살 소년 홀든 콜필드는 바깥의 어른들 세상을 보기 위해 명문 기숙학교에서 도망치지만 결국 물질주의와 가짜로 가득한 어른들의 세계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콜필드는 로버트 번즈의 시를 잘못 인용하며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고 말한다. 그는 현대의 백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지니고 있다. 그는 호밀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그 속에서 놀 때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호밀밭을 상상한다. 그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키가 큰 사람이다. “내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해야 할 일은 벼랑으로 떨어지려 하는 아이들을 잡는 일이지”라고 콜필드가 말한다. 벼랑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유년기의 상실과 순수, 특히 성적인 순수의 상실을 의미한다. 은둔하면서 말을 아끼는 작가 샐린저는 《9개의 단편(Nine Stories)》(1953), 《프래니와 주이(Franny and Zooey)》(1961), 그리고 잡지 《뉴요커》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은 《목수여, 지붕의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Raise High the Roof Beam, Carpenters)》(1963)를 발표했다. 뉴햄프셔에 살고 있는 샐린저는 1965년에 단편소설 한 편을 발표한 후 미국 문학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잭 케루악(Jack Kerouac, 1922~1969)

가난한 프랑스 계 캐나다 인 가정에서 태어난 잭 케루악 또한 중산층의 삶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뉴욕 시 컬럼비아 대학교 재학 당시 ‘비트’라는 지하문학 집단에 참여하고 있는 문학인들을 만나게 됐다. 그의 소설은 남부 작가 토머스 울프의 자전적인 작품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케루악의 가장 잘 알려진 소설 《길 위에서》(1957)는 공동체적 삶과 아름다움이라는 이상을 좇아 미국을 여행하는 ‘비트 족(beatnik)’들을 묘사한다. 《달마행자들(The Dharma Bums)》(1958) 또한 행자처럼 돌아다니는 반문화적 지식인들과 그들의 선禪에 대한 애착 등을 중심으로 다룬다. 케루악은 《멕시코시티 블루스(Mexico City Blues)》(1959)라는 시집을 냈으며 실험소설가 윌리엄 버로스와 시인 앨런 긴즈버그 같은 비트 세대 작가들과의 관계를 담은 책들을 펴냈다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5
어제:
4
전체:
647,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