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격동의 1960년 대

2012.10.21 18:02

김영교 조회 수:1078 추천:11

창조적인 격동의 1960년대

1950년대 수면 아래 잠재하고 있던 소외와 스트레스는, 1960년대에 외부적인 표현법을 찾게 되어 현재까지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공민권운동, 페미니즘, 반전 시위, 소수자 인권운동, 반문화의 도래로 표출된다. 이 시대에 주목할 만한 정치사회학 저술로는 마틴 루터 킹의 공민권에 대한 연설문, 페미니즘 선구자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The Feminine Mystique)》(1963)를 비롯한 초기 작품들, 1967년 반전 시위를 다룬 노먼 메일러의 《밤의 군대(The Armies of the Night)》 등이 있다.

1960년대의 작품들은 허구와 사실, 소설과 르포의 경계 흐리기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에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1958) 등을 써 문학계의 악동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소설가 트루먼 커포티는 미국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잔인한 집단 살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냉혈한(In Cold Blood)》(1966)을 통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로써 저널리즘과 소설 기법을 결합하거나 실제 사실을 유희적으로 다루면서 보도 뉴스의 극적인 면과 직접성을 가미해 재구성하는 ‘뉴 저널리즘’이 등장하게 됐다. 톰 울프의 《전기 쿨에이드 산성 테스트(The Electic Kool-Aid Acid Test)》(1968)는 소설가 켄 케이시의 반문화적인 여행을 찬양하고 있으며, 《급진적 유행과 비판 뒤집는 자 위협하기(Radical Chic and Mau-Mauing the Flak Catchers)》(1970)는 좌익 행동주의자들의 여러 면들을 조롱하고 있다. 이후 미국 우주 계획의 초기 단계를 열의와 통찰력으로 다룬 역사서 《옳은 일(The Right Stuff)》(1979)과 1980년대 미국 사회를 파노라마처럼 그려낸 소설 《허영의 불꽃(The Bonfire of the Vanities)》(1987)을 발표했다.

1960년대 문학은 시대의 격동과 함께 흘러갔다. 몇몇 작가들은 우화소설을 통해 아이러니하고 코믹한 관점을 부각시켰다. 예를 들면 수용자보다 관리인들이 더욱 심리적으로 불안한 정신병원에서의 생활을 담고 있는 켄 케이시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 Nest)》(1962), 리처드 브로티건의 괴이하고 환상적인 소설 《미국에서의 송어 낚시(Trout Fishing in America)》(1967) 등이 있다. 코믹하고 환상적인 특징을 지닌 소설에 이어 반쯤 코믹하고 반쯤 형이상학적인 새로운 형식을 갖춘 소설들이 잇따라 출간되었는데, 예를 들면 토머스 핀천의 편집증적인 명작 《V》(1963)와 《49호 품목의 경매(The Crying of Lot 49)》(1966), 존 바스의 《염소 소년 자일스(Giles Goat-Boy)》(1966), 1964년 첫 단편소설집 《돌아오라, 칼리가리 박사(Come Back, Dr. Caligari)》를 출간한 도널드 바슬미의 단편소설 등이 있다.

한편 연극에서는 에드워드 올비가 비전통적 심리극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 Afraid of Virginia Woolf?)》(1962), 《미묘한 균형(A Delicate Balance)》(1966), 《바다풍경(Seascape)》(1975) 등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들은 작가 자신의 영혼 탐색 및 역설적인 접근법을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40대의 나이로 뒤늦게 문학적 재능을 발휘한 의사이자 남부 상류 계급의 모범적 인물 워커 퍼시 또한 1960년대에 등장했다. 그는 소설 속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흥미진진한 심리 드라마의 배경으로 연출해냈다.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는 《영화광(The Moviegoer)》(1961)과 《마지막 신사(The Last Gentleman)》(1966)를 들 수 있다.

토머스 핀천(Tomas Pynchon, 1937~ )

뉴욕에서 태어나 1958년 코넬 대학교를 졸업한 토머스 핀천은 공개를 피하는 작가로 유명하며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는 코넬 대학교에 다니면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영향을 받았던 듯하다. 핀천의 신선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단서, 게임, 코드 해석이라는 주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제들은 나보코프에게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핀천의 유연한 음조는 편집증에 관한 이야기를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핀천의 모든 소설은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중 최소한 한 명은 숨겨져 있는 거대한 음모를 모르고 있으며, 그 등장인물은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내고 세계를 해독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전통적으로 예술가들의 임무였던 이 일이 핀천의 작품에서는 독자에게 맡겨져,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단서와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런 편집증적인 비전은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확장하는데 핀천은 우주가 점차적으로 소진된다는 의미의 엔트로피 이론을 은유로 채택했다. 핀천은 또한 대중문화, 특히 공상과학소설 및 탐정 소설 기법을 자신의 작품에서 능숙하게 사용했다.

핀천의 《V》는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이상한 사업을 벌이는 낙오자 베니 프로페인과, 그와 상반되는 인물로 미지의 여성 스파이 V를 찾으려는 학식 있는 허버트 스텐실의 이야기이다. 짧은 소설 《49호 품목의 경매》는 미국 우정국과 관련된 비밀 조직을 다루고 있으며, 《중력의 무지개(Gravity? Rainbow)》(1973)는 포탄이 난무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을 배경으로 나치들과 위장 인물들을 찾으려는 우스꽝스러운 사건과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핀천의 소설에 나타나는 특성인 폭력성, 코미디, 새로운 기법 추구 등은 그를 엄연한 1960년대 작가로 인정받게 해주었다.

존 바스(John Barth, 1930~ )

메릴랜드 출신의 존 바스는 이야기 그 자체보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말해지는가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작가이다. 핀천이 탐정소설을 통해 잘못된 실마리나 그럴듯한 단서들로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반면, 바스는 일부는 작게 만들고 일부는 크게 만드는 굴절된 거울로 가득한 유령의 집으로 독자의 손을 이끈다. 글쓰기와 독서 과정을 계속 언급하는 14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Lost in the Funhouse)》(1968)의 작가인 바스에게 리얼리즘은 적이나 다름없다. 바스의 의도는 독자에게 독서와 글쓰기의 인공적인 특성을 알려주고 이야기가 실제인 줄 알고 빠져드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리얼리즘의 허위를 탐구하기 위해 바스는 독자에게 지금 독서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자기반영적인 장치들을 사용한다.

바스의 초기 작품들은 솔 벨로의 작품들처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는 실존주의적 경향이 짙으며, 1950년대의 주제인 도피와 방황을 다루고 있다. 《선상船上 오페라(The Floating Opera)》(1956)에서 한 남성은 자살을 꾀하며, 《여로의 끝(The End of the Road)》(1958)은 복잡한 사랑의 행각을 그리고 있다. 바스의 1960년대 작품들은 코믹함이 더해지고 리얼리즘적인 요소는 줄어들었다. 《연초 도매상(The Sot-Weed Factor)》(1960)은 18세기 피카레스크 방식을 패러디하고 있으며 《염소 소년 자일스》(1966)는 세상을 패러디하고 있다. 《키메라(Chimera)》(1972)는 그리스 신화를 재생하며, 《편지(Letters)》(1979)에서는 노먼 메일러가 《밤의 군대》에서 그랬듯이 바스 자신을 인물화하고 있다. 대학교 여교수와 과거 비밀요원이며 이제는 소설가인 남편에 대한 이야기 《로맨스(A Romance)》(1982)에서는 스파이라는 대중소설 모티프를 사용한다.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 1923~ )

몇 번씩 스타일과 주제를 바꾸곤 했던 노먼 메일러는 몇십 년에 걸쳐 대표적인 작가로 간주되었다. 그는 경험에 대한 애착과 박력 있는 스타일, 극적이고 대중적인 등장인물 등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메일러의 생각은 과감하고 혁신적이며, 주제보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바스와는 상반된 경향을 보인다. 얼굴 없는 작가인 핀천과 달리 메일러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소설가이자 수필가, 문학운동가, 배우로 활동한 메일러는 항상 공개 석상에 얼굴을 보였다. 메일러는 1968년 정당 회의를 분석한 《마이애미 그리고 시카고 점령(Miami and the Siege of Chicago)》(1968)과 사형 선고를 받은 살인자의 처형에 대한 호소력 있는 연구서인 《사형 집행인의 노래(The Executioner? Song)》(1979)와 같은 ‘뉴 저널리즘’ 작품을 쓰다가,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고대의 저녁(Ancient Evenings)》(1983),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배경으로 한 《매춘부의 유령(Harlot? Ghost)》(1992) 등 중후한 소설로 전환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새로운 방향

1970년대 중반에 통합의 시대가 시작됐다. 베트남 갈등이 막을 내렸고, 미국은 곧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했으며,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했다. 뒤이은 1980년대는 거대한 사회적 문제들보다는 개인적 관심사에 중점을 두게 되는 ‘자기중심주의 시대(Me Decade)’였다.

문학에서는 오래된 전통이 살아남은 한편, 순수 실험주의 정신의 힘은 약화되었다. 존 가드너, 《가프가 본 세상(The World According to Garp)》(1978)의 저자 존 어빙, 《모기 해안(The Mosquito Coast)》(1982)의 저자 폴 써로우, 《섬꼬리풀(Ironweed)》(1983)의 윌리엄 케네디, 《칼라 퍼플(The Color Purple)》(1982)의 앨리스 워커 등 새로운 작가들이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를 그려낸 훌륭한 스타일의 소설들로 문학계에 부상했으며, 리얼리즘과 관련한 배경, 등장인물, 주제들이 부활했다. 1960년대 실험주의 작가들에게 버려진 리얼리즘이 과감하면서도 독창적인 요소들과 섞여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런 특징은 액자 소설 형식을 취한 존 가드너의 《10월의 빛(October Light)》(1976)이나 흑인 사투리를 담고 있는 앨리스 워커의 《칼라 퍼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수 문학 또한 번창했다. 연극에서는 리얼리즘 경향에서 더욱 영화적이고 역동적인 기법을 지닌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동시에 ‘자기중심주의 시대’의 특성은 《큰 불빛, 큰 도시(Big Lights, Big City)》(1984)의 저자 제이 맥이너니, 《제로 미만(Less Than Zero)》(1985)의 저자 브레트 이스턴 엘리스, 《뉴욕의 노예들(Slaves of New York)》(1986)의 저자 타마 자노비츠 등 완전히 새로운 재능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들에 반영되어 있다.

존 가드너(John Gardner, 1933~1982)

뉴욕의 한 농장 출신인 존 가드너는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윤리적인 가치를 대변하던 작가였다. 그는 영문학 교수로 특히 중세를 전공했다. 그의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 《그렌델(Grendel)》(1971)은, 고대 영어로 된 서사시 <베오울프(Beowulf)>를 괴물의 실존주의적 시각으로 다시 쓴 작품이다. 짧고 생동감 넘치며 코믹한 이 소설은 주인공을 자기 파괴적인 절망과 냉소로 가득 채우게 하는 실존주의에 반대하는 섬세한 논쟁을 담고 있다.

다작 작가이며 대중 작가인 가드너는 리얼리즘적 접근법을 사용했지만 인간 상황에 대한 진실을 표출하기 위해 플래시백, 액자소설, 신화 개작하기, 이야기 비교 등 새로운 기법들 또한 사용했다. 그의 강점으로는 성격 묘사(특히 보통 사람들에 대한 동정적인 묘사)와 다양한 스타일을 들 수 있다. 주요 작품에는 《부활(The Resurrection)》(1966), 《햇살 대화(The Sunlight Dialogues)》(1972), 《니켈 마운틴(Nickel Mountain)》(1973), 《10월의 빛》(1976), 《미켈슨의 유령(Mickelson? Ghosts)》(1982) 등이 있다.

가드너는 소설을 통해 동료애, 의무, 가족 간의 책임 등 치유의 힘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어떤 특정한 가치 기준과 행동이 삶을 풍족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의 저서 《교훈적 소설에 관하여(On Moral Fiction)》(1978)는 소설이 공허한 기법적 새로움으로 독자를 현혹하기보다는 윤리적 가치들을 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당시 유명 작가들이 윤리적인 문제를 글에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대놓고 비판하는 바람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1931~ )

아프리카 계 미국인 소설가인 토니 모리슨은 오하이오 주의 종교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워싱턴 D.C.에 있는 하워드 대학교에 다녔고, 워싱턴에 있는 큰 출판사의 선임 편집자로 일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모리슨의 잘 짜여진 소설은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모리슨은 호소력 있고 생동감 있는 소설들에서 흑인의 복잡한 정체성을 다루었다. 그녀의 초기작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1970)에서는 의지가 강한 소녀 피콜라 브리드러브가 자신을 학대하는 아버지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피콜라는 자신의 검은 눈이 마술적으로 파랗게 변해 자신이 더욱 사랑스럽게 될 거라 믿고 있다. 모리슨은 이 소설을 통해 작가로서의 정체성 또한 창조했다면서 “나는 피콜라였으며, 클로디아였고 또 모든 이였다”라고 말했다.

 

《술라(Sula)》(1973)는 두 여성의 우정을 묘사하고 있다. 모리슨은 아프리카 계 미국 여성들을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라 독특하고 개성 있는 등장인물로 그려낸다.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Song of Solomon)》는 여러 문학상을 휩쓴 작품으로 흑인 남성 밀크맨 데드의 가족과 사회와의 복잡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 《타르 베이비(Tar Baby)》(1981)에서 모리슨은 흑인과 백인의 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빌러비드(Beloved)》(1987)는 자식이 노예로 살지 않게 하려고 아이를 살해하는 어머니를 다룬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리슨은 이 소설에서 자신의 목을 벴던 어머니와 살기 위해 돌아온 신비로운 인물 빌러비드를 묘사함에 있어 마술적 리얼리즘의 몽환적인 기법을 사용했다.

모리슨은 자신의 소설들이 자체적으로 완전한 것이지만 정치적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녀는 “나는 혼자 몰두해서 자신의 상상력을 글로 옮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맞아요, 작품은 정치적이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1993년에 모리슨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앨리스 워커(Alice Walker, 1944~ )

조지아 주의 시골에서 아프리카 계 미국인이자 소작인 가정에서 태어난 앨리스 워커는 새라 로렌스 대학을 졸업했는데, 그곳 교수 중 한 명이 정치 성향이 강한 여성 시인 뮤리엘 루케이저였다. 그밖에도 워커는 플래너리 오코너와 조라 닐 호스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자칭 ‘여성주의자’였던 워커는 여성의 시각으로 흑인의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오랫동안 인종 차별 문제와 페미니즘을 연결시켰다. 토니 모리슨, 자메이카 킨케이드, 토니 케이드 밤바라 및 기타 유명한 흑인 소설가들처럼 워커는 이웃과 같이 현실적인 사람들의 꿈과 좌절에 초점을 맞추고, 고상하면서도 시적인 리얼리즘을 사용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타일리스트인 그녀는 특히 서간체 사투리 소설 《칼라 퍼플》에서 교훈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이 소설에서 그녀는 사회 문제와 인종 문제를 들추어내는 풍자소설을 쓴 흑인 소설가 이슈마엘 리드와 유사하다.

《칼라 퍼플》은 몇 년 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던 가난한 흑인 자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같은 시대에 수줍음 많고 못생기고 교육받지 못한 누이가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내적인 힘을 발견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와 결합되어 있다. 여성이 서로를 돕는다는 주제는 모녀간의 공감대를 그린 마야 앤젤루의 자서전 《나는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알고 있다(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1970)와 에이드리언 리치 같은 백인 페미니스트들의 글을 연상시킨다. 《칼라 퍼플》에서 남성은 근본적으로 여성의 실체와 그들의 바람이 무엇인지에 대해 무지한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1980년대가 마무리되고 1990년대로 넘어가면서 미국 문학계에 소수민족 작가들의 작품이 정착하게 되었다. 이는 산문뿐만 아니라 희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울타리(Fences)》(1986), 《피아노 수업(The Piano Lesson)》(1989)을 집필했으며, 지금도 20세기 흑인 경험에 대한 연극 작품을 쓰며 그것이 공연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은 앨리스 워커, 존 에드거 와이드먼, 토니 모리슨에 버금가는 작가이다.

아시아 계 미국인 또한 미국 문학계에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여전사(The Woman Warrior)》(1976)의 작가 맥신 홍 킹스턴이나, 《조이 럭 클럽(The Joy Luck Club)》(1989) 및 《부엌 신의 아내(The Kitchen God? Wife)》(1991)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중국인들의 생활을 명쾌하게 그려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에이미 탄이 여기에 속한다. 중국 이민자의 아들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헨리 황은 희곡 《F.O.B》(1981), 《M. 버터플라이(M. Butterfly)》(1986)로 연극계에서 입지를 돈독히 했다.

문학계에 새롭게 진출한 히스패닉 계 미국인 작가들로는, 쿠바 출신의 소설가로 《맘보 킹 사랑 노래를 부르다(The Mambo Kings Play Songs of Love)》(1989)를 집필했으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오스카 히후엘로스, 단편소설집 《여성들이 소리치는 시내(Women Hollering Creek and Other Stories)》(1991)를 집필한 단편소설 작가 샌드라 시스네로스, 미국 서부 지역에서 크게 반향을 일으켜 3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울티마, 내게 축복을(Bless Me, Ultima)》(1972)의 작가 루돌포 아나야 등이 있다.

새로운 지역주의

미국 문학에서 지역주의 전통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역주의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전설만큼 오래되었으며,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와 브레트 하트의 작품들처럼 독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과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처럼 울림이 있다. 그렇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잠시 동안 이런 전통이 사라지는 듯했다. 도시적인 감수성의 소설을 지역주의 소설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여 년 동안 지역주의는 미국 문학에 성공적으로 귀환했으며 독자들에게 시간에 대한 감각과 인간성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감각을 지닐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지역주의 작품들은 고전 작품에서도 그렇듯이 탐정소설 류의 장편소설, 단편소설, 희곡 등 대중적인 작품에서 다수 나타나고 있다.

지역주의가 부활하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지난 한 세대 동안 미국의 모든 예술에 탈중심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연극, 음악, 무용 등은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거대 도시 못지않게 미국 남부, 남서부, 북서부 지역 도시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화사들은 미국 전역의 수많은 장소에서 영화를 찍고 있다. 문학도 마찬가지이다. 소규모의 소설 전문 출판사들이 뉴욕 시의 ‘출판가’ 밖에서도 번성하고 있다. 작가들의 워크숍이나 회의가 유행하고 있으며 전국 대학가에서 문학 강의 또한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능력 있는 신예작가가 어디서나 부상할 수 있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연필과 종이, 그리고 참신한 시각이 필요할 뿐이다.

새로운 지역주의의 가장 신선한 면은 범위가 넓으며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부에서 서부까지 미국 전역을 망라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걸친 지역주의를 살펴보자면, 먼저 북동쪽 뉴욕 주 올버니 토박이면서 기자 출신의 작가 윌리엄 케네디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케네디는 《섬꼬리풀》(1983), 《아주 오래된 뼈(Very Old Bones)》(1992) 등의 소설들을 통해 뉴욕 주의 주도州都인 올버니의 거리 및 술집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생활을 애수 어린 어조로, 종종 날카로운 목소리로 포착하고 있다.

다수의 작품을 창작한 단편소설 작가이자 시인, 수필가인 조이스 캐롤 오츠 또한 미국 북동부에서 환영받는 작가이다. 한번 읽으면 쉽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그녀의 작품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그로테스크한 환경에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하다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만다. 그녀의 섬세한 단편소설들은 단편집 《사랑의 바퀴(The Wheel of Love)》(1970), 《어디 가니, 어디에 있었니?(Where Are You Going, Where Have You Been?)》(1974) 등에 실려 있다. 베스트셀러 공포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은 서스펜스 넘치고 흥미진진한 소설들의 배경으로 주로 메인 주를 사용하고 있다.

해변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 메릴랜드 주의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앤 타일러가 절제된 언어로 평범하지 않은 삶과 놀라운 등장인물들을 보여준다. 《향수병 식당에서의 저녁 식사(Dinner at the Homesick Restaurant)》(1982), 《우연한 여행자(The Accidental Tourist)》(1985), 《숨쉬기 연습(Breathing Lessons)》(1988, 우리나라에서는 《종이시계》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옮긴이), 《세인트 메이비(Saint Maybe)》(1991) 등의 소설들로 타일러는 문학계에서 명성을 얻었으며 동시에 대중적인 사랑도 받게 되었다.

볼티모어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있는데, 이곳에는 사람들의 최고 관심사가 정치인 만큼 그에 걸맞은 문학적 전통이 형성되었다. 정부와 권력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들 중에는 워드 저스트가 있다. 전직 국제 특파원인 저스트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세계, 즉 기자, 정치인, 외교관, 군인들의 세계를 작품으로 옮겼다. 그의 인상적인 작품 세계를 살펴보면, 《니콜슨의 모든 것(Nicholson At Large)》은 1960년대 초 존 F. 케네디 대통령 집권 당시와 그후를 배경으로 워싱턴 취재기자를 다룬 보고서이며, 《두려움의 도시(In the City of Fear)》(1982)는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워싱턴의 모습을 살펴본 작품이다. 또한 《잭 갠스(Jack Gance)》(1989)는 시카고 정치인이 미국 상원의원의 자리에까지 진출하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수잔 리처즈 쉬레브의 《권력의 아이들(Children of Power)》(1979)은 정부 관리 자녀들의 사생활을 꼬집고 있으며, 대중 소설가로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톰 클랜시(Tom Clancy)는 워싱턴의 정치, 군사적 풍경을 서사 서스펜스 소설 시리즈의 초석으로 사용하고 있다.

남쪽으로 가면 레이놀즈 프라이스와 질 맥코클이 눈에 띈다. 앤 타일러의 정신적 지주인 프라이스는 1970년대에 비평가로부터 사라져가는 ‘남부 거주 작가’의 진지를 지키고 있는 작가로 묘사되곤 했다. 그는 로자코크 무스티앙이라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주 동부 사람들을 다룬 소설 《길고도 행복한 삶(A Long and Happy Life)》(1962)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는 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이후 몇 년 동안 집필했으며, 이후 다른 주제로 궤도를 옮겨갔다가 다시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소설이 《케이트 베이든(Kate Vaiden)》(1986)으로, 유일하게 1인칭으로 씌어진 프라이스의 소설이다. 프라이스의 《블루 칼훈(Blue Calhoun)》(1992)은 열정적이지만 운명적인 사랑이 몇십 년 동안 가정생활에 미친 영향을 검토하는 작품이다.

1958년 생으로 신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인 맥코클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치어 리더》(1984)는 10대의 신비를, 《버지니아 쪽 경향(Tending to Virginia)》(1987)은 세대간의 관계를, 《크래시 다이어트(Crash Diet)》(1992)는 현대 남부 여성의 특별한 감수성을 다루고 있다.

같은 지역 출신으로 팬 콘로이가 있는데,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저지대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자신의 성장 과정과 학대를 일삼는 폭군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인 《위대한 산티니(The Great Santini)》(1976)와 《프린스 오브 타이드(The Prince of Tides)》(1986)를 집필했다. 미시시피 출신으로 오랫동안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살고 있는 셀비 푸트는 옛 미국 남부에 대한 역사가로서, 그가 집필한 소설과 역사서 덕택에 남북전쟁에 대한 TV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

미국 중부는 글재주 많은 작가들의 산실이다. 그들 중에는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창작을 가르치는 제인 스마일리가 있다. 스마일리는 《천 에이커(A Thousand Acres)》(1991)로 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미국 중서부 농장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노인이 된 한 농부가 자신의 땅을 세 딸에게 넘겨주면서 발생하는 가족 간의 격렬한 갈등을 담았다.

텍사스 역사학자 래리 맥머트리는 텍사스 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시대와 감수성을 다루었는데, 《외로운 비둘기(Lonesome Dove)》(1985)와 《빌리를 위해서라면(Anything For Billy)》(1988)에서는 사라진 19세기 서부에 대해, 《마지막 영화(The Last Picture Show)》(1966)에서는 전후 사라져가는 작은 마을들을 묘사하고 있다.

《핏빛 자오선(Blood Meridian)》(1985), 《모든 예쁜 말들(All The Pretty Horses)》(1992), 《크로싱(The Crossing)》(1994) 등의 소설로 미국 남서부 사막 지역을 탐색한 작가 코맥 매카시는 마침내 미국 문학계에 자리 잡기 시작한 은둔적이고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작가이다. 남부 고딕 전통을 전수받을 작가로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매카시는 그 지역의 황량함뿐만 아니라, 거칠고 예상치 못한 인간의 본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태생지 뉴멕시코 주의 놀라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아메리칸 인디언 작가 레슬리 마몬 실코(Leslie Marmon Silko)는 비평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의식(Ceremony)》을 통해 많은 일반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 작품은 N. 스콧 모마데이의 시적인 작품 《비 오는 산으로 가는 길(The Way to Rainy Mountain)》(1969)과 유사한 아메리칸 인디언의 치유 의식을 다룬 ‘성가 소설(chant novel)’이다. 실코의 소설 《사자死者의 달력(The Almanac of the Dead)》(1991)은 고대 부족 이동에서부터 현대의 마약상과 땅을 불법으로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타락한 부동산 개발업자까지 미국 남서부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고 있다. 뉴멕시코 산타페에 살고 있는 베스트셀러 탐정소설가인 토니 힐러먼 역시 미국 남서부 지역을 다루면서, 겸손하고 열심히 일하는 두 사람의 나바호 족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썼다.

북쪽으로 올라가 몬태나 주를 살펴보면 시인 제임스 웰치가 흠잡을 데 없는 단편소설들 《피 속의 겨울(Winter in the Blood)》(1974), 《짐 로니의 죽음(The Death of Jim Loney)》(1979), 《풀스 크로우(Fools Crow)》(1986), 《인디언 변호사(The Indian Lawyer)》(1990) 등에서 가난과 알코올 중독으로 점철된 고통스런 인디언 보호구역 내 생활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인디언들의 노력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다른 몬태나 출신 작가로 토머스 맥구앤이 있는데 그는 《그늘 속 92(Ninety-Tow in the Shade)》(1973), 《잔돈은 가져라(Keep the Change)》(1989) 등을 통해 뿌리 없는 상태에서 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처절한 노력을 그리고 있다. 치페와 인디언 혈통을 이어받은 루이스 어드리히는 이웃하고 있는 노스다코타를 배경으로 한 강한 소설들을 발표했다. 《사랑의 명약(Love Medicine)》(1984) 등의 작품에서 그녀는 기능을 상실한 인디언 보호구역 가족들의 복잡한 삶을 절제와 유머로 포착하고 있다.

얼마 동안 미국 극서부 지역에서는 두 작가가 모범이 되어왔다. 이중 한 명은 이제 고인이 된 월리스 스테그너로, 1909년 중서부에서 태어나 1993년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스테그너는 생애 대부분을 서부의 다양한 지역에서 보냈으며 지역주의가 유행하기 전에도 이미 지역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인 《큰 얼음사탕 산(The Big Rock Candy Mountain)》(1943)은 서부 개척자들이 사라지고 난 후 서부의 아메리칸 드림에 사로잡힌 한 가족을 연대기 순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미네소타에서 워싱턴 주까지 미국 전역을 다루고 있으며 스테그너의 말대로 “나라 전체를 서쪽으로 이끌었던 매우 아름다운 그 장소”에 관한 소설이다. 197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휴식의 천사(Angel of Repose)》 또한 옛 서부의 삽화가이자 소설가인 한 여성의 초상을 그리면서 그 지역의 정신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로서 스테그너의 힘은 거친 서부 생활에 대한 생생한 묘사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 묘사에도 놓여 있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조안 디디언은 1968년의 논픽션 작품인 《베들레헴을 향해 절하기(Slouching Toward Bethlehem)》와 할리우드의 목적의식 부재에 대한 예리하고 충격적인 소설 《건 만큼 승부를 겨룬다(Play It As It Lays)》(1970)에서 현대 캘리포니아의 모습을 담았다.

1990년대 초반 미국 내 문화 풍경에서 풍요로운 문화적 토양을 지닌 곳으로 새롭게 등장한 태평양 북서부 출신 작가로는 제일 먼저 놀라운 단편소설 작가 레이먼드 카버를 들 수 있다. 카버는 문학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힌 지 얼마 안 되는 1988년 50살에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우리는 언제 사랑에 관해 말할지에 대해 말한다(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1974), 《내가 전화하는 곳(Where I? Calling From)》(1986) 등의 단편소설집에서 그가 살았던 지역 사람들의 노동 계급적 사고방식을 아직도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려내고 있다.

도시마다 비영리 단체들이 제각각 현대 문화를 양성하는 가운데, 1960년대 초반 이후 지역적 극장운동의 성공으로 젊은 희곡작가들이 배출되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연극계의 뛰어난 이미지즘 작가들이 되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미국의 연극과 문학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화려하면서 파편적인 사회와 격정적인 인간관계를 그린 《매장된 아이(Buried Child)》(1979)와 《마음의 거짓말(A Lie of the Mind)》(1985)의 작가 샘 셰퍼드, 비도덕적 인물과 충격적인 스타카토 톤의 대화들이 특징인 《아메리칸 버팔로(American Buffalo)》(1976)와 《글렌게리 글렌 로스(Glengarry Glen Ross)》(1982)의 시카고 출신 작가 데이비드 매멋, 중서부 지역 생활과 관심사에 끼어든 전통 가치들에 대한 《7월 5일(5th of July)》(1978), 《탤리의 어리석음(Talley? Folly)》(1979)을 쓴 랜포드 윌슨, 남부 지역의 괴짜들을 그린 《마음의 범죄(Crimes of the Heart)》(1979)의 베스 헨리 등이 바로 그들이다.

미국 문학은 식민지 이전 시대로부터 현재까지 길고 굴곡 많은 길을 걸어왔다. 사회, 역사, 기술 모든 것이 문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국 문학에 지속적으로 흐르는 주제가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의 명암, 휴머니즘의 전통과 미래가 미국 문학에 쉬지 않고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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