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05.06.21 16:15

김영교 조회 수:423

나호열의 눈부신 햇살(6/28)[-g-alstjstkfkd-j-]아침에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이다
눈뜨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해맑은 얼굴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이다
아무도 오지 않은
아무도 가지 않은
새벽길을 걸어가며
꽃송이로 떨어지는
햇살을 가슴에 담는 일이 행복이다

가슴에 담긴 것들 모두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마음 아팠던
사랑을 기억하는 일이 행복이다

나호열(1953-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생명의 고귀함과 자연과의 일체감을 누리는 데 있다고
시인은 외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 생명의 근원은 빛,
그 햇살은 밝음과 열, 공기와 물을 거느리고
모든 생명 자체를 조건없이 공평하게 녹색으로 키운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문명의 폐해,
인간의 이기심이 망가뜨린 자연의 질서는
인간만이 회복시킬 수 있다는 생명사상은
우리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자연의 숨결을 보는일이 행복 덩어리,
그 '위대한 사랑'을 가늠하는 일이 행복 그 자체,
얼마나 미래지향적인가.

김영교 (시인)


앞이 캄캄하고
하늘은 더 막막할 때
나는 물안개를 보러 간다

물이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향기도 없고 형체도 없는 물방울 꽃들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미는지
몸의 슬픔마저도 함께 배워 버렸다

물은 고독을 닮아 너무 물렁물렁해서
헤집을수록 더 깊이 나를 내려다 놓아
이 세상의 거친 신발은 벗어두어야 하지

이 산등성이에서 저 산등성이까지
수평을 이룬 물
머리를 숙이고 내려다보면 그 때
유리창 아래로
길이 집들이 마을이 그림자처럼 어른거린다

나무들이 그토록 닿고 싶어했던 하늘이
별들이 구슬소리를 내며 떨어지던 양철 지붕이
죽어서야 동구 밖에 나왔던 무덤들이
물의 나라에 잠들어 있다

물안개는 깃발처럼
그들이 내미는 하얀 손들처럼
나를 이끈다
물의 길을 걸어라
물의 집에 들어라

물안개를 한아름 꺾으러 나선 새벽
나는 절교의 외마디를 들었다

나호열(1953- ) 의 물안개


곰곰이 나를 돌아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허명을 얻기 위해 들떴던 세월, 허명을 얻지 못해 고심참담했던 시간들... 그런 내가 몹시도 부끄러워 화가 날 지경이다.
이제는 시를 쓰지 못할 것 같다. 슬픔의 총량이 시를 쓰겠다는 욕망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즐> 운영위원회에서 6월 18일 행사에 시 한 편을 보내달라는 전갈을 받았다. 그동안 <문즐>에 진 신세라도 갚기 위해서 한 편의 시를 썼다. 잘 된 글이라고 생각은 들지 않지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 눈물은 아마도 내가 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나 꽃다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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