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슬픔에 엎혀(홍미경편)
2005.08.23 09:42
등이 슬픔에 엎혀 절벽으로 서 있을 때 슬프다
멈춘 손등이 그렇고 돌아서는 발 뒷굼치 또한 그렇다.
석양에 비낀 누군가의 등이 내일의 향기를 멈추고
눈물을 끌어 올리는 펌프가 되기 싶상이다.
그 해 여름 어느날 빈 운동장 같은 방을
피아노 선룰로 가득 체우던 한 여인의 등을 목격했다.
<멋있다>, <누구지> 하고 다가가려는데
격조있는 분위기를 훌훌 거두어 그 여인은
건반을 덮고 조용히 일어서서 걸어 나갔다.
분위기, 그리고 그 여인의 미소로 다블 메팅한 인상-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나는 넋을 잃은둣
시선은 그녀의 신발 뒷꿈치에 둔체
비망이 되고 말었다.
드디어 고정의식이 쨍그렁 소리를 내며 수천조각으로 깨졌다.
정식 밥상에 오르는 의식의 보시기들...
등을 있는대로 다 보이며 피아노를 치던 그 여인의 등은
파도였다.
아침햇살 쫙 퍼져 넘실대는...
감동이었다. 아름다움이었다.
망망 대해는 슬픔의 닻을 거두고
금빛 찬란한 물이랑은 수천갈래 뻗어
지구을 질서 한 가운데 우뚝 솟게 했다.
등은
생명이 퍼득이는 바다
예술이고
비상이다.
한 방향을 가진 자 한 발 뒤에
조화와 소망의 산들 바람이 물기를 물어 온다.
등은 분리될수 없는 슬픔과 아름다움의 척추를 딛고
엎드린다
수증기 같은 순수앞에
겉옷을 벗고...
일렁이는 파도의 잔잔한 파문이 내 가슴에.
-8월 23일 2005 이후 지금까지 나는 홍미경이를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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