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 2010

2010.11.14 15:04

강성재 조회 수:934 추천:196

시속 58마일로 달리는 자동차의 좌우 각각의 바퀴에 사랑과 미움의 깃발을 박아 놓고 나는 종종 불꽃으로 타 올랐다 그리고 종종 재가되어 사라졌다 언제나 평행선을 달리는 각각의 바퀴에 새겨진 사랑과 미움의 의미는 얼마나 아득히 먼가 그러나 둥굴게 바퀴처럼 굴려서 나의 비망록, 캄캄한 여백에 사선으로 비켜 선 이 두 개의 낱말은 처음에는 하나의 밑줄로 그어진 같은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도둑놈가시풀이 도처에 출몰하는 세상은 생각보다 견고하고 나의 실어증은 암세포처럼 단단 해 졌다 우선 멈춤의 신호가 실종된 세상 속으로 혁명처럼 질주하다 이윽고 모리스 부호 같은 암호 몇 개로 주저 앉는 내가 있었다
사랑은 나를 아주 많이 아프게 하므로 미움은 세상을 아주 많이 슬프게 하므로 나는 쉽사리 이 고달픈 시간들에 밑줄을 그을 수가 없었다

비망록을 덮고
강가에 선다
꽝꽝 못질을 하고 강에 띄운다
가슴 속 별 하나 또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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