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 2010

2010.11.14 15:04

강성재 조회 수:934 추천:196

시속 58마일로 달리는 자동차의 좌우 각각의 바퀴에 사랑과 미움의 깃발을 박아 놓고 나는 종종 불꽃으로 타 올랐다 그리고 종종 재가되어 사라졌다 언제나 평행선을 달리는 각각의 바퀴에 새겨진 사랑과 미움의 의미는 얼마나 아득히 먼가 그러나 둥굴게 바퀴처럼 굴려서 나의 비망록, 캄캄한 여백에 사선으로 비켜 선 이 두 개의 낱말은 처음에는 하나의 밑줄로 그어진 같은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도둑놈가시풀이 도처에 출몰하는 세상은 생각보다 견고하고 나의 실어증은 암세포처럼 단단 해 졌다 우선 멈춤의 신호가 실종된 세상 속으로 혁명처럼 질주하다 이윽고 모리스 부호 같은 암호 몇 개로 주저 앉는 내가 있었다
사랑은 나를 아주 많이 아프게 하므로 미움은 세상을 아주 많이 슬프게 하므로 나는 쉽사리 이 고달픈 시간들에 밑줄을 그을 수가 없었다

비망록을 덮고
강가에 선다
꽝꽝 못질을 하고 강에 띄운다
가슴 속 별 하나 또 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0 막국수가 먹고 싶은 날 [3] 강성재 2014.07.21 455
259 아내의 기도 제목 강성재 2013.10.16 8046
258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 [2] 강성재 2012.10.11 790
257 콜럼비아강에 흐르는 한강의 숨결 강성재 2011.11.09 660
256 님이시여 이제 영원히 평안 하소서 [1] 강성재 2011.06.22 985
255 빈집 5 강성재 2011.03.09 929
254 바람소리에 강성재 2011.02.18 904
253 봄, 또 이렇게 강성재 2011.02.18 765
» 비망록 2010 [2] 강성재 2010.11.14 934
251 산 꼭대기 옥탑 방 강성재 2010.11.13 824
250 칼슨(Carson)의 겨울 강성재 2010.11.13 790
249 빈집 4 강성재 2010.10.10 739
248 빈집 3 강성재 2010.10.10 718
247 수령 500년 고사목 [1] 강성재 2010.09.23 721
246 가을 바다 강성재 2010.09.19 722
245 가을날 강성재 2010.09.18 720
244 여우비 내리던 날 [1] 강성재 2010.09.17 764
243 빈 집 2 강성재 2010.09.17 694
242 가을문이 열리다 강성재 2010.08.25 713
241 바람이나 불지 말든지 강성재 2010.08.21 711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8.05

오늘:
4
어제:
19
전체:
50,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