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5

2011.03.09 08:24

강성재 조회 수:920 추천:236

메마른  논두렁 길로 접어 들었다
메뚜기 떼 하르르 하르르
절대 그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래 버려진 돌담과
허물어진 초옥 위로
멧새 두어 마리
해 거름 따라가 듯
낮은 구릉 너머로 느릿느릿 사라져 갔다
이승의 생이 다하면
또 하나의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끝나는 길마다 빈 초옥은
띄엄띄엄   이어져 있었다
밥 짓는 고신 내는 어디에도
솟아 오르지 않았다
방치된 우물 속에서 해 거름이
부서진 두레박 하나를 건져 올리는 동안
병든 몸의 휘청거림처럼
텃밭의 무거운 잎사귀들이
가난한 저녁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생이 다해도 이대로
끝일 수 없다는 듯 집은,
어둠이 내리는 뒤란 가득
고단한 몸 다시 세우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0 막국수가 먹고 싶은 날 [3] 강성재 2014.07.21 447
259 아내의 기도 제목 강성재 2013.10.16 8035
258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 [2] 강성재 2012.10.11 781
257 콜럼비아강에 흐르는 한강의 숨결 강성재 2011.11.09 653
256 님이시여 이제 영원히 평안 하소서 [1] 강성재 2011.06.22 977
» 빈집 5 강성재 2011.03.09 920
254 바람소리에 강성재 2011.02.18 899
253 봄, 또 이렇게 강성재 2011.02.18 763
252 비망록 2010 [2] 강성재 2010.11.14 926
251 산 꼭대기 옥탑 방 강성재 2010.11.13 821
250 칼슨(Carson)의 겨울 강성재 2010.11.13 788
249 빈집 4 강성재 2010.10.10 733
248 빈집 3 강성재 2010.10.10 715
247 수령 500년 고사목 [1] 강성재 2010.09.23 716
246 가을 바다 강성재 2010.09.19 716
245 가을날 강성재 2010.09.18 718
244 여우비 내리던 날 [1] 강성재 2010.09.17 760
243 빈 집 2 강성재 2010.09.17 692
242 가을문이 열리다 강성재 2010.08.25 711
241 바람이나 불지 말든지 강성재 2010.08.21 709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8.05

오늘:
0
어제:
0
전체:
48,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