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가축 (견공시리즈 20)
이월란(09/09/02)
긴머리가 예뻐, 첫 그루밍이 두려워 앞머릴 묶어 올리며
차일피일 미뤘을 때 토비의 털은
엽기 견공들의 변신처럼 하얗게 뭉치기 시작했다
매일 빗고 자도 아침이면 목줄이 닿는 곳쯤엔 하얀 차돌처럼
엉킨 털뭉치가 단단했다 철제 빗살로도 어림없다
토비를 다독여 무릎 위에 눕히고 바늘 끝을 단단히 잡아
한 가닥씩 풀어냈다
토비는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의 요가를 즐기고 있었다
세월도 길어지면 엉켜버리기 일쑤고
관계도 길어지면 실타래처럼 엉켜 돌기 일쑤다
마음 속에 단단한 덩어리 한 두개씩 손에 잡힐 때마다
토비를 눕혀 놓고 바늘을 쥔다
이 앙증맞은 능청
詩빗으로 빗는 마음 속의 삽질
바늘끝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
나는 나를 찌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