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듬기(견공시리즈 113)
이월란(2011-12)
아기보다 강아지가 좋은 것은
아기를 키워봤기 때문
사람보다 개가 좋은 것은
관계의 대가를 알기 때문
무릎 위의 토비는
내 안에 엎드린 전생처럼
내 속에 고인 내세처럼
나를 데리고 사라져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
쓰다듬다 보면
말똥말똥 눈 뜨는 기억들
쎄액쎄액 숨 쉬는 시간들
따끈따끈 잠 깨는 공간들
머리도, 가슴도 사라지고
손만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