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알리바이 (견공시리즈 29)
이월란(09/09/15)
토비는 꽃을 먹어
남편은 바보온달처럼 내게 일러바쳤다
나는 평강공주처럼 눈을 내리깔고 취조를 시작했다
꽃잎마다 지문 하나 남기지 않고
꽃을 집어삼킨 토비는 바람에 불과하다
짧은 낙화의 길이었다
애닯은 몸속의 터널이었다
따끈한 심장 위에서 화전놀이를 하고
어둠이 검은 눈처럼 내려와 녹고 있는 가슴 호면에
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따뜻한 체온을 햇살처럼 바수어 마시며
토비가 배설해 놓은
한 줌의 세월 속에 새의 발자국같은
꽃의 미라가 누워 있다
트레이닝 패드 위에 녹아내린 꽃의 진술서
꽃이 먼저 뛰어내린 것일까
토비가 먼저 낚아챈 것일까
토비는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꽃그림자 위의 센스등처럼 웃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