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이월란(09/09/23)
당신이 궁금해지면
뒤란 나뭇가지에 앉아 우는 저 새는 어디서 왔을까
잠시 초점 잃고 궁금해하는
꼭 그만큼만 궁금해 하겠습니다
당신이 생각나면
비극의 마지막 장면이 아닌 해피엔딩의 첫 장면처럼
가볍게 아주 가볍게
기억에도 없는 듯 떨어뜨리고 말겠습니다
당신이 알고 싶어지면
가다가 한 번쯤 뒤돌아보는 길처럼, 어제처럼
오지 않고도 지나가 버린 것이라
그렇게 손 흔들고 말겠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어지면
내 어미 떠나올 때 두 볼에 부벼주시던 그 얼굴처럼
사진파일 속에 웃고 있는 점묘화가 되어
나도 점처럼, 선처럼 잠시 웃어보고 말겠습니다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어지면
비 개인 뒤 무지개를 좇아 달려가던
그 어린 마음으로
조금만 뛰어가다 돌아오겠습니다
내일은 그리 못할지라도
오늘은
오늘은 꼭 그만큼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