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입
이월란(09/11/02)
꽃잎 떨어지듯 뚝, 떨어지는 이별의 입
계절의 문턱을 넘다 잠시 뒤돌아 보았을까
살비듬처럼 떨어져 먼지처럼 쌓이는 별리
쓸쓸한 좁은문 지나면 이별 없는 고독한 길
눈 밖에 난 앙상한 가지마다
여린 눈 틔우는 시선
눈에 익고 귀에 익어
화등잔을 켜고도 헛거미 잡는 날들
죽어서도 썩지 않을 기다림
입에 문채
몸 속으로 들어가 몸이 된 밥처럼
내 속으로 들어가다 터억, 입에 물린 이별
내일의 발목을 자르고 주저 앉힌
마주 보는 흉상 아래
토르소처럼 박제당한 가슴만
눈 속에 걸어 두고
어제처럼 길인 듯 들어서는 발걸음
허공에서 멈추어 땅에 디딘 남은 발
종일 저리는 것이다
깨금발로 돌아서다 넘어지고 엎어진 자리
달싹하면 떨어질 이별을 입에 물고
눈물강 따라 새로운 길 하나 닦아야 하는 일
몸 속에 난 길 하나 메꾸는 일
몸 속에 닦인 멀쩡한 길 하나 허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