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달리는 詩
이월란(09/10/25)
나의 시가 혀끝에 달리지 않고
손끝에 달린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다행이다
나의 혀는 늘
눈 앞에 있거나
가슴 위에 있다
신맛, 단맛, 짠맛, 쓴맛으로만 분활된
세치 살덩이 위엔 맛의 행간이 없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뜨거우면 식혀야 하고 차면 데워야 하기에
쉬이 끓고 쉬이 식는
자라지 못하고 태어나기만 하는
말의 태반은 태중을 모른다
나의 시는 말이 아니다
혀로 발음되지 못하는 나의 시는
말이 아니다
말이 되길 원치 않는다
가슴에서 길어 올리는
혀가 읽어내지 못해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별들의 말
눈물들의 말
그림자들의 말
사라진 것들의 말
사라질 것들의 말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