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아름다운 저택 결혼식
2018.06.18 13:41
얼마 전 막내 이모님을 뵈러 딸과 뉴욕을 방문했는데 마침 그 주말에는 나와 가깝게 지내는 대학교 후배 딸의 결혼식이 있었다. 4년이나 중국인과 데이트를 했지만, 그동안 모른 척했던 신부의 아버지가 총각을 만나보고 갑작스레 결정한 결혼식이었다. 큰 손으로 알려진 시부모님은 큰아들 결혼식은 600명을 초대했는데 이번에는 200여명 정도 참석하는 작은 결혼식이란다.
장소는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40에이커나 되는 저택이었다. 1912년 찰스 니콜스라는 사업가가 뉴저지 주의 웨스트 오렌지시에 있는 네덜란드 농장을 여러 개 매입한 후 살면서 지은 집이다. 유럽을 자주 방문했던 니콜스씨는 북부 프랑스와 남부 잉글랜드의 노르만 건축에 대한 영감으로 당시 유명한 건축가 알렌과 함께 이 집을 지었다 한다. 1959년 니콜스씨가 사망하고 이 저택을 그의 회사가 인수해 기업 교육 휴양지와 지금처럼 특별한 행사와 결혼하는 장소로 일반인들에게도 공유하며 역사적 건물로 간직해 오고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좋은 일인가.
건조한 남서부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는 나는 높은 상록수 아래에 기대어 130년 전의 멋진 집주인을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본다. 조금 쌀쌀한데도 푸른 초원에서 뛰어 노는 다람쥐들과 오리들은 평화롭기만 하다. 사진도 찍고 아담한 정자에 기대어 아름다운 저택을 바라보며 꿈속인 듯 나는 행복한 소녀가 된다. 이름 모르는 나무의 귀여운 연분홍 꽃들에 취해 내 마음은 봄바람처럼 하늘거린다.
야외 결혼식을 올릴 오늘의 신부를 위해 온통 튤립으로 꽃밭을 장식해 놓았다. 키가 자그마하고 잘 생긴 신랑이 행차하더니 남녀 친구 들러리들이 한 사람씩 꽃길을 걸어 나왔다. 복항아리 같은 인상의 시어머니가 남편의 손을 잡고 나온 후 신부 어머니도 등장했다. 드디어 활짝 웃는 신부, 지니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사뿐사뿐 걸어 나왔다. 다양한 민족의 하객들이 뒤돌아서서 박수로 환영했고 하얀 가운을 입고 머리를 깍은 흑인 목사 부부가 결혼식을 진행하는 모습이 특이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저택에 들어가니 작은 홀과 복도 양쪽으로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차려 있다. 대서양에서 나오는 굴과 게는 서부에서 맛보던 것과 달랐다. 수상 경력의 요리사들이 만든 다양한 에피타이드를 나는 촌스럽게 푸짐하게 먹었다. 요란한 밴드음악 소리에 끌려 팔각형 천장의 아름다운 연회장으로 들어가니 야채 샐러드 본 요리가 우리를 기다렸다.
신랑 신부 친구들은 영어로 재미난 추억을 이야기했고 춤을 추었다. 닭과 소고기, 생선 중에 각자 선택한 요리가 나왔지만 우린 배가 불러 싸들고 왔다. 운전을 해 준 나의 사촌이 서둘러 돌아가야 하기에 우리는 결례를 했다. 다음 날 우리 곁에서 결혼식을 끝까지 참석했던 하객이 금가루가 뿌려진 예쁜 케이크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와 구경했다. 착한 신부를 맞이한 것으로 행복해하는 부유한 중국인 신랑에게 기념품을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었다던 신부 어머니의 말에 나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케빈과 지니, 부디 서로 배려하면서 행복을 만들며 살아가세요. (미주 중앙일보 6월 '이아침에' 컬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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