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경시론
2019.07.14 10:48
삼경시론三更詩論
나해철
글월에
흰 그림자 같은 혼령이 서 있는 것을 볼 때
너의 말에
귀기鬼氣를 느낄 때
혼자서 가만히
끝 모르게 흘러가는 정령精靈에 휩싸일 때
말을 잃거나
신음을 내뱉거나
시詩를 토하거니
부디
침묵과 비명悲鳴과
시詩가
깊고 투철하고 정명해서
신도 귀를 기울이는
명징한 표징이길
너의 사랑과
나의 비애가
더불어 아득히 떠오르는 시각
자정 넘은 시공時空이
다만
전능하고 자유자재한
신神들의 답무踏舞일 뿐이어서
너에게도
나에게도
결코 죄 없기를
너와 나에게
단지 고요히 꽃 피고
꽃 졌기를
언제나처럼 별이
말 없이 반짝이고 있었기를
* 광헌이를 집으로 보내고, 한참 있다가 명지, 의현을 한 택시에 또 보내고, 재구 너를 성수장에 재우고, 혼자, 너희와 함께 있었던 포장 마차에 다시 앉아 삼경을 보냈어. 고백컨데 시 뿐이었어. 술도 있었지만 4차인 술자리의 술들을 내 시의 신들이 막아내었어. 소주가 목을 넘어가지 않았어. 재구야 광헌아 김명지야 김의현아 삼경에 드디서 나는 너희를 잊었어. 이해해다오. 삼경을 넘자마자 시 만을 생각했다. 시는 깊은 밤 만나는 나의 유일한 친구이고 연인이고 운명이다. 빛나고 빛나는 삼경의 별빛 같은 축복이고 위로이면서도 나을 수 없는 나의 병이기도 하다. 밤 깊어서는 시를 쓰지 말라던 광헌이와 너희들께 말하고 싶어. 삼경에 찾아오는 시는 참참참 어여쁘고 애처러워. 아름다운 귀신처럼, 외로운 신처럼. 너에게, 너희에게 말하고 싶어.그렇다고 힘주어 강조만 하는 것은 아니야. 나의 세상과 나의 처지를 가만히 읊조리는 거야. 나에게 시는 삼경이 들려주는 주문 같은거야. 나에게 시는